-33년만의 첫 주연작 <경축! 우리사랑>서 ‘21살 연하남’과 로맨스 펼쳐

최근 영화 <무방비도시>에서 전과 17범의 전설적인 소매치기 엄마로 변신한 바 있는 김해숙이 이번에는 딸의 남자친구인 ‘21살 연하남’ 과 사랑에 빠지는 엄마로 출연, 또 다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김해숙은 21일 오후 서울 중구 스폰지하우스에서 열린 영화 <경축! 우리사랑>(감독 오점균, 제작 아이비 픽쳐스) 기자시사회에 참석해 “배우는 나이에 상관없이 도전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녀는 이어 “나이에 상관없이 연기 생활을 할 때까지 해보지 않은 역할에 끊임없는 도전을 해보고 싶고, 그 부분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며 “그것이 배우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배우로서 욕심이고 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나중에 ‘저 배우는 인기나 나이에 상관없이 열심히 도전하는 정말 배우 같은 배우다’라는 소리를 후배들한테 듣고 싶을 정도로 노력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2006년 영화진흥위원회 HD영화 제작지원작인 <경축! 우리사랑>은 노래방과 하숙집을 운영하며 억척스럽게 살아온 아줌마 봉순씨(김해숙 분)가 어느 날 취직이 되었다는 쪽지 한 장만을 남긴 채 결혼하겠다던 남자친구이자 하숙생 구상(김영민 분)을 버리고 가출한 딸(김혜나 분)로 인해 술에 취해 괴로워하는 구상과 하룻밤을 보내고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그저 ‘엄마’와 ‘아내’로 평생을 살다 진정한 사랑을 만난 아줌마 ‘봉순씨’의 좌충우돌 늦사랑 사수작전을 가볍고 유쾌하게 그려냈다.

김해숙은 이번 영화를 통해 쉰 살에 찾아온 사랑에 설레는 천상 여자이면서, 때로는 늦사랑에 뻔뻔하기까지 한 봉순씨로 분했다. 그녀의 능청스럽지만 진심 어린 연기는 ‘21살 연하남’과의 사랑 앞에서 솔직할 수밖에 없는 엄마도 결국 여자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우봉순 캐릭터를 단순한 판타지적 로맨스가 아닌 현실로서 공감을 얻게 만들어냈다.

이번 영화에 출연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한국판 ‘데미지’라고 생각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런 내용을 집중적으로 파헤친 영화는 없다고 생각해 도전해 보고 싶었다”고 밝히고, “선생님과 제자와의 결혼도 있고 우리나라에도 영화속의 내용 같은 일도 없지만은 않다. 할리우드 배우 중에 15세 연하와 살고 있는 데미 무어가 있는데 촬영하는 동안 내가 데미 무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고 덧붙였다.

김해숙은 영화에 대해서는 “평상시 아무 느낌도 없이 살아가는, 여자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중년의 아줌마가 자기 이름을 되찾고 다시 사랑을 시작하면서 한 여자로서 살아가는 동화 같은 일탈의 영화”라고 소개했다.

그녀는 이어 “중년의 사랑이 너무 추하게 보여지지 않는 데 역점을 뒀고, 그 과정에 진실성을 가지려고 노력하면서 연기에 임했다”며 “내 또래 아줌마뿐만 아니라 모든 여자들이 같이 공감할 수 있게끔 첫사랑을 찾은 중년 아줌마의 마음으로 연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이전까지는 상대배우한테 항상 엄마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처음으로 ‘봉순씨’라는 호칭을 들으니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면서 “내 자신도 영화를 찍으면서 동화 같은 꿈을 2~3개월 동안 꿨던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실제로도 나이차가 많은 김영민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영민씨가 아들 같지만 사랑할려고 노력했다. 나름대로 진지하게 진짜 연애하는 기분으로 찍었다”고 말했다.

김영민도 “촬영하면서 김해숙 선생님한테 사랑 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나 역시 선생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연기에 임했다”며 “선생님이 내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도와줬는데 화면이 보이는 것 같더라. 선생님한테 많이 배웠다”며 감사를 전했다.

이번 영화로 데뷔하는 오점균 감독 역시 “촬영장에서 집중력이 대단한 김해숙씨를 보면서 정말 예술가라고 생각이 들었다”며 칭찬했다.

오감독은 영화에 대해 “유별나게 힘들게 살고 있는 우리나라의 어머니, 아줌마들을 위한 가벼운 응원가”라며 “굉장히 추하고 거부감이 들 수 있는 내용이라 재밌고 가볍게 만드는 게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시사회에는 김해숙의 차기작인 <박쥐>의 박찬욱 감독과 배우 송강호와 신하균이 격려차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배우들의 고른 호연과 감독의 재치가 돋보이는, 그리고 새삼 엄마도 여자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경축! 우리사랑>은 15세 관람가로 4월 10일 개봉한다. [경축! 우리사랑]

2008.3.21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