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상우 "좀 다른 색깔의 옷을 입어보고 싶었다"

송승헌의 군 제대 복귀작이자 권상우의 첫 악역 연기, 그리고 두 한류스타의 만남으로 한국과 일본은 물론 아시아 전역에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영화 <숙명>(감독 김해곤, 제작 MKDK·바인필름)이 17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2004년 영화 <그놈은 멋있었다>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에 모습을 드로낸 송승헌은 이날 "'숙명'을 선택하기 전까지 혼자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이어 "영화를 해야 될 지, 드라마를 먼저 해야 될 지 사실 고민도 많았다. 영화라는 장르가 촬영뿐만 아니라 후반작업이라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나를 기다려줬던 많은 분들은 드라마를 통해 기존의 내가 가지고 있는 부드러운 남자 이미지로서 무난하게 복귀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말씀을 많이 해줬다"며 "하지만 오랜만에 복귀작으로 선택함에 있어서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남자답고 거친 이미지를 하고 싶었다. 그 와중에 '숙명'의 시나리오를 받았고, 투박하고 거칠지만 사람 냄새가 나는 김해곤 감독님의 스타일이 맘에 들어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영화가 흥행이 되면 좋겠지만, '오랜만에 송승헌이 나왔는데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네, 송승헌도 저런 거친 면도 있고 남자다운 면도 있었네'라는 얘기만 들어도 개인적으로 만족할 듯 하다"고 연기 변신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절친한 친구라는 것이 도움이 됐느냐는 질문에는 그는 "상우가 나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데뷔하기 전부터 알고 지냈고 친한 사이다. 워낙 친해서 호흡도 잘 맞고 도움이 될 줄 알았는데 사실 도움이 안됐다"며 웃으며 "이전에 같이 찍었던 '일단뛰어!'는 노는 분위기에서 즐겁게 찍었다면 이번 작품은 내가 했던 어떤 작품보다도 심각했던 작품이었고, 극중 서로 심각한 장면이 많은데 서로 보고 있으면 자꾸 웃음이 나와 친하다는 게 별 도움이 되질 않았다"고 말했다.

절친한 친구를 배신하는 차갑고 독한 악역 철중으로 변신한 권상우는 "동정이 안가는 악역이었으면 안했을 것"이라며 "이 드라마를 지치지 않고 쉬어갈 수 있는 포인트를 갖고 있는 인물이 철중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악랄하지만 약간의 어설프고 웃긴 조폭 연기를 선보인 그는 "슬픈 멜로 영화든 오락 영화든 관객들이 내가 하는 연기를 보고 웃는 게 너무 좋다"며 "조폭이라고 해서 다 무섭고 무겁지는 않다.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있듯이 내 식대로 재밌게 풀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도 승헌이처럼 좀 다른 색깔의 옷을 입어 보고 싶었고, 만일 내 연기가 억지스럽게만 보여지지 않고 재밌고 매력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면 앞으로 내가 다른 영화에서 폭넓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영화를 찍고 100을 얻는다면 욕심이지만 60~70은 얻은 것 같아 만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류스타로서 권상우는 "영화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수익구조 등을 보더라도 해외에서 팬이 많고 적고의 차이는 없다"며 "특히 송승헌과 내가 본질적인 것을 벗어나서 작품을 선택하지는 않았다고 본다. 멋있게 나오고도 싶었지만 현장에서 멋있게 찍어달라고 한 적도 없고 그런 것은 다 배제하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러 상황으로 광고가 끊기지 꽤 됐다"며 "지금 이 시점에서 내게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작품이고,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게 나의 숙제"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촬영하면서 많이 쏟아부은 느낌이 들어서 나한테 '열심히 했다'고 말해 줄 수 있는 작품"이라며 "권상우, 송승헌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편견을 버리고 봐달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성공적으로 감독 데뷔한 김해곤 감독의 신작 <숙명>은 한때 어둠의 세계를 휩쓸며 절친한 친구사이였지만 한 친구의 배신으로 서로 적이 되어 서로의 심장을 겨누게 될 수밖에 없는 네 친구의 피할 수 없는 운명과 그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결국 피해갈 수 없는 운명 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지는 거친 사내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리얼한 액션을 통해 담아냈다. 2시간이라는 긴 상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네 인물간의 얽힌 관계나 배신의 이유를 선뜻 찾기란, 공감하기란 힘이 들며 중반 이후 뻔하게 전개되는 스토리로 인해 긴장감은 현저히 떨어진다. 영화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액션도 네 인물의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보기에는 충분하게 녹아들지 못했고, 네 배우들의 연기변신과 열연도 제각각 노는 듯한 느낌이다. 중간 중간 불필요하게 배우들을 멋있게 보이려는 장면은 눈에 거슬린다.

영화 <숙명>은 18세 관람가로 3월 20일 개봉한다. [숙명]

2008.3.17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