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IFF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 초청작 <구구는 고양이다> 기자회견
- 우에노 주리 "기회가 되면 꼭 한국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고 싶다"

국내 개봉에 앞서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에 초청돼 부산을 방문한 영화 <구구는 고양이다>의 일본 스타 우에노 주리가 한국 여배우들의 아우라가 대단하다며 감탄해했다.

우에노 주리는 4일 오전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화제에 와보니 내가 굉장히 수수하고나 하는 것을 느꼈다"며 "또래의 한국 여배우들을 보면 스타의 아우라가 대단했다. 드레스도 멋지게 입고 일어도 영어도 잘 하더라. 나 같은 경우에는 평소에 평범하고 수수하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와보니 더욱 더 내가 수수하구나 하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에노 주리는 이어 "한국어는 잘 못하지만 기회가 되면 꼭 한국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고 싶다"며 "어제 많은 한국 배우들이 내게 말을 걸어줬고 직접 감독과 프로듀서를 소개시켜주기도 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언젠가는 한국 영화에 출연하는 인연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4년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츠마부키 사토시의 예쁜 여자친구로 출연, 국내 팬들에게 알려진 이후, 영화 <스윙걸즈><무지개 여신><나오코>와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로 톱스타 대열에 올라섰다.

우에노 주리는 "한국 배우들은 영화에 출연한 분들은 영화만 하고,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들은 드라마만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멀티로 다양하게 소화를 하고 있다"며 "나도 작품이 좋으면 영화든 드라마든 다 좋다고 생각한다. 드라마보다 영화가 훨씬 더 많은 공과 시간을 들여서 만들고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매체지만 드라마에 출연할 때에도 작은 장면, 작은 화면이지만 사람들이 많은 것을 느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영화 홍보차 한국에 방문한 적은 있지만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번이 처음인 우에노 주리는 "영화에 대한 한국인들의 뜨거운 관심에 놀랐다"며 "어제 레드카펫 행사 때 많은 팬들이 '루카', '노다메'라며 드라마 역할 이름으로 불러줘서 너무 기뻤고 나에 대한 인기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우에노 주리는 또 "한국에 옴으로써 일본 영화나 일본에 대해서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일본에서도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싶은 배우들을 보면 자극을 받기도 하지만 나는 위를 향해서 가는 향상심(向上心)이 강한 편이 아니다. 이번 영화처럼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찍고, 더 많은 분들과 교류해 나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우에노 주리는 수수한 차림으로 개막식 때처럼 고양이를 데리고 나와 취재진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우에노 주리의 신작 <구구는 고양이다>는 일본 순정 만화계의 거장 오오시마 유미코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 천재 만화가와 그 주변 사람들이 고양이 구구로 인해 인생의 재미를 찾고 점차 서로에게 다가가면서 벌어지는 일과 사랑, 인연, 희망에 관한 이야기를 유쾌하고 따뜻하게 그렸다. 극중 우에노 쥬리는 주인공 아사코(코이즈미 쿄코)를 동경하며 만화가를 꿈꾸지만, 진짜 자신의 꿈에 대해 고민하는 명랑쾌활 어시스턴트 나오미로 출연, 예의 건강하고 밝은 캐릭터로 분하지만 한층 깊어진 감성 연기를 선보인다.

메가폰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메종 드 히미코><황색눈물> 등을 통해 잔잔하면서도 섬세하고, 일상적이면서도 특별한 감수성을 표현하며 한일 양국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이누도 잇신 감독이 잡았다. 우에노 주리와 이누도 잇신 감독은 4년 전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날 함께 참석한 이누도 잇신 감독은 영화에 대해 "'조제…'에서는 강한 인간 관계를 그렸다면 '메종 드 히미코'에서는 세계를 부감으로 바라본 영화다. 이번 '구구는 고양이다'는 '메종 드 히미코'와 비교적 가까운 느낌의 영화고 '메종 드 히미코'보다는 훨씬 부드러운 영화"라고 소개하고, "이번 영화에서는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이 그려져 있다. 이를테면 공원에서 하루 종일 앉아서 지내다 보면 여러 세대의 사람들이 앞을 지나가기도 하고 소소한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천천히 흘러가는 하루 동안의 시간을 영화를 보는 동안 맛볼 수 있었으면 하는 영화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누도 잇신 감독은 이어 "한국 관객들은 영화에 대한 접근이 굉장히 뜨겁고 진지한 것 같고 영화제 자체도 그런 것 같다"며 "도쿄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 비하면 쿨한 느낌을 받는데 부산국제영화제는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영화에 관한 뜨거운 열정과 진지함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구구는 고양이다>는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뒤 10월 16일 국내 개봉한다.

2008.10.04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