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막작 <스탈린의 선물> 언론시사회 및 기자회견 열려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PIFF) 개막작인 카자흐스탄의 루스템 압드라쉐프 감독의 <스탈린의 선물 The Gift to Stalin>이 앞서 2일 오후 1시 부산 해운대 메가박스 상영관에서 개막상영에 앞서 기자시사회를 가졌다.

세계 최초로 상영되는 <스탈린의 선물>은 러시아의 대표적인 시나리오 작가 파벨 핀과 카자흐스탄의 가장 유망한 젊은 감독 루스템 압드 라쉐프, 카자흐스탄의 국민 배우로 일컬어지는 누르즈만 익팀바에프와 아역 배우 다렌 쉰테미로프가 열연한 영화다. 이 영화는 카즈흐스탄에서 만들어졌지만, 러시아와 폴란드, 이스라엘의 여러 제작사가 참여한 범 국제적 프로젝트다. 이 영화는 1949년 카자흐스탄, 구 소련 정부에 의해 수많은 소수민족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하던 시절을 배경으로, 강제이주 도중 할아버지가 숨지고 고아가 돼 죽을 위기에 처했던 자신을 사랑으로 돌봐줬던 카자흐스탄의 카심 할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에게 감사의 기도를 해주고 싶었던 한 유대인 남자의 회상을 그린다. 유대인 꼬마 사쉬카와 철도 기술자 카심의 관계를 중심으로 냉전과 폭압적 정권의 암울한 시기에도 변하지 않는, 인종과 종교, 연령을 초월한 사랑과 신뢰의 긍정적 가치를 감동적으로 풀어내며 당시의 비극을 차분하게 돌아본다. 제목인 '스탈린의 선물'은 당시 스탈린의 70번째 생일을 맞아 소련 전역에서 펼쳐진 선물 보내기 행사에서 따온 것으로 스탈린에게 선물을 보내면 부모를 풀어줄 거라고 믿는 사쉬카의 희망을 의미한다. 동시에 아이러니하게 구 소련 정부는 스탈린이 70회 생일을 맞아 카자흐스탄 지역에서 최초의 핵폭탄 실험을 하였고 그로 인해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됐다.

시사회 이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루스템 압드라쉐프 감독은 "카자흐스탄에도 한국 친구도 많고 모스크바에서 공부할 때도 한국인이 많았는데 그들이 있는 나라에 지금 내가 왔다는 게 너무 흥분이 된다"며 "마치 내 친척들 얼굴을 보는 것 같아서 낯익고 여기가 마치 고향 같은 마음이 든다"고 한국을 방문한 소감을 밝혔다.

압드라쉐프 감독은 또 "카자흐스탄과 한국이 너무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생활 패턴이나 생활 방식, 문화가 서로 비슷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에 대해 압드라쉐프 감독은 "그전에는 내가 만든 영화를 영화제에 출품을 했는데 이번에는 먼저 개막작으로 선정돼 너무 기쁘고 몸둘 바를 모르겠다"며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되는 것이 관객에게 다가가는 첫걸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압드라쉐프 감독은 영화에 대해 "카자흐스탄은 러시아 제정 시절에 지배를 받았고 이어 소련 지배를 받아서 독립한 지 겨우 15년밖에 되지 않았다. 천천히 독립된 나라로서 길을 가고 있다. 소련 시절에 만들어진 영화가 많지만 소련 시대의 역사적인 상황을 바라보면서 찍은 영화가 이 영화 처음"이라며 "지금의 나의 세대가 그 시대를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압드라쉐프 감독은 또 "나쁘고 아팠던 과거지만 그것 때문에 현재의 우리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카자흐스탄은 다민족, 다언어, 다문화 국가인데 이는 아주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고 풀어나가야 할 수젝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압드라쉐프 감독은 이어 "블록버스터 영화는 아니지만 생각하는 관객이라면 아마 이 영화를 찾아서라도 보지 않을까 싶다"며 말했다.

압드라셰프 감독은 카자흐스탄의 영화계 현황에 대해서 "카자흐스탄의 영화 전통과 기술은 소련 시절로부터 고스란히 넘어온 것이다. 현재는 소련이 없어졌지만 당시 찍었던 영화들을 모두 상영하자면 1년 내내 상영해도 될 정도로 방대한 양이 제작됐다"며 "이 영화는 스폰서 2명이 80%를, 나머지 20%만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아서 만들었다. 아주 어려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한국 영화에 대해서는 압드라셰프 감독은 "역사가 짧지만 최근에 국제적으로 크게 명성을 얻고 있는 것 같다"며 "그렇게 갔던 길을 우리가 보면서 본받아야 될 것도 많다고 생각한다"며 부러움을 표시했다.

카심 역의 누르즈만 익팀바에프는 "어린 시절 내가 사는 마을로 강제 이주시키는 그 비극을 직접 두 눈으로 목격했다"며 "현재 카자흐스탄에는 130개 민족이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적이 없다"며 말하고, "한국 드라마를 본 적이 있는데 한국 여배우들의 너무나 뛰어난 연기 실력에 놀랐다"며 "예전에 한국계 미국인 배우와 부자지간으로 영화를 찍은 적이 있는데 당시 너무 호흡이 잘 맞은 경험이 있어서 한국 배우와 언제든지 함께 연기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누르즈만 익팀바에프는 개막작과 함께 뉴커런츠 부문 초청작인 <도서관 할아버지>에도 출연한다.

유대인 꼬마 사쉬카 역의 달렌 쉰테미로프는 "항상 여행하고 싶은 게 꿈이고 소원이었는데 전화 한 통 받고 여기 오게 되다니 너무 기쁘다"며 "처음에는 배우가 되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감독이 되어 볼까 생각 중이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쉰테미로프는 "내가 이런 역사적인 사건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엄마의 할아버지가 참여했었다고 하더라. 엄마가 이 영화를 보시면 항상 운다. 그래서 나와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동호 집행위원장은 "이 영화는 프로그래머가 카자흐스탄에 가서 제작자를 만나고 제작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완성된 후 DVD를 보고 선정했다"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카자흐스탄 영화가 상영된 첫 케이스"이라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의 기본 목표가 새로운 영화를 발굴하고 발견해서 소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아시아 여러 나라의 영화들은 이미 많은 영화제에서 소개가 됐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소개를 해왔다. 그러나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 아시아 영화들은 찾아보면 굉장히 좋은 영화들이 제작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많이 안 알려졌다는 점에 주목을 했다"며 "역사적인 배경으로 보면 카자흐스탄은 소련 시절에 좋은 스튜디어를 통해 좋은 영화들을 많이 제작해온 나라이기도 하다. 아직은 너무 많이 잘 안 알려져 있고 영화산업이 취약한 상태지만 영화는 굉장히 좋은 영화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화제의 첫 공식행사인 이날 개막작 기자회견에는 갑작스런 배우 최진실의 자살 소식 때문인지 낯선 나라의 영화라는 점 때문인지 취재진의 참여가 저조했다.

2008.10.02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