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고전영화의 재발견과 복원"

- 10월 25일~11월 2일까지 충무로 일원에서 개최

한국영화의 발상지인 충무로에서 진행되는 제1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CHIFFS)는 오는 10월 25일부터 11월 2일까지 9일간 충무아트홀, 대한극장, 명보극장, 중앙시네마 등 중구 일원의 상영관에서 열린다.

서울시 중구청과 (재)중구문화재단 영화제 사업국은 11일 오전 서울 충무로의 대한극장에서 영화제 사업국을 대표하는 정동일 중구청장, 김홍준 운영위원장, 지세연·기준영·김수연 프로그래머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첫걸음을 내딛는 영화제의 개요와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서울의 중심에서 영화와 축제가 만나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제1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는 '발견, 복원, 창조'를 키워드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영화 전통을 발굴하고 한국 영화의 역사와 문화를 복원하며, 그리고 새로운 매체 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새로운 영화 문화의 창조를 지향한다.

프로그램으로는 CHIFFS 매스터즈, 공식초청부문, 또 하나의 영화 대륙 호주 영화사 특별전, 아시아 영화의 재발견 작가(담가명, 뮤지컬), 무성 영화의 향연, 한국 영화 추억전 #7, 충무로 ON 충무로 등 7개 메인 섹션과 도쿄국립영화센터의 최근 단편 복원 모음전, 한국영상자료원 소장 불완전판 복원 상영, 까르뜨 블랑슈(백지 위임) 등 3개 특별 섹션으로 나뉘어 32개국 총 150여편의 영화를 선보인다.

개막작은 별도로 없으며 영화제 컨셉을 알리는 영상과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개막공연으로 대신한다. 김홍준 운영위원장은 "지금까지 발견되지 못하고 있던 한국 고전영화를 찾아내서 개막작으로 소개하려고 했으나 그것을 이루지 못했다"고 밝혔다. 폐막작은 한국영상자료원이 사운드가 남아있는 부분을 일부 복원한 故 김기영 감독의 1956년 작 <봉선화>와 도쿄국립영상센터의 복원 작품 중 이토 다이스케 감독 연출작 중 최고의 사무라이 영화로 꼽히는 <사무친 원한 An Unforgettable Grudge>(1926) 등 한·일 고전영화 불완전판 컬렉션과 장편 영화 신작 1편이 상영된다.

영화제의 성격을 대변하는 섹션인 '공식초청부문'에서는 최근 여러 가지 경로로 새롭게 복원된 작품들과 시대적 상황에 따라 제대로 소개되지 못한 작품들, 그리고 영화인에 대한 영화들을 초청 상영한다. 상영작으로는 사운드가 복원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대표작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1964/사진), 디지털로 완전 복원된 로렌스 올리비에 감독의 <헨리 5세>(1944), 호러 영화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인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서스페리아>(1977), 마이클 치미노 감독의 저주받은 걸작 <천국의 문>(1980) 디렉터스 컷, 그리고 지난 5월 칸 영화제에서 공식 출범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세계영화재단 World Cinema Foundation'의 첫 복원작인 아흐메드 엘 마안누니 감독의 음악다큐멘터리 <트랑스>(1981)가 상영된다. 또 찰리 채플린 추모 30주기를 맞아 그에 대한 다큐멘터리와 함께 대표작들인 <키드><시티 라이트><모던 타임즈><위대한 독재자><라임라이트> 등을 오리지널 사운드와 함께 스크린을 통해 다시 만날 수 있고, 프랑스의 거장 끌로드 베리 감독의 초기작인 <우리 둘>(1967)과 신작 <함께 있을 수 있다면..>(2007), 로베르토 로셀리니, 페데리코 펠리니와 함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영화감독이자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선구자인 루치노 비스콘티를 재조명한 기록영화인 아담 로우 감독의 <루치노 비스콘티 백작의 시간들>(2002)와 루치노 비스콘티 감독의 <레오파드>(1963), 폴란드 거장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상처>(196)와 안제이 바이다 감독의 대표작 <카날>(1956) 등이 상영된다. 이외에도 어릴 적 명절 특선 영화로 TV에서 보았던 추억의 영화인 로버트 와이즈 감독의 <사운드 오브 뮤직>(1965)이 선보인다.

미학적 자의식을 고집스럽게 견지하면서도, 대중과의 교감 속에서 현재 작업을 지속하고 있는 동시대 감독들에게 애정과 존경을 바치는 자리인 ‘CHIFFS 매스터즈’ 섹션에서는 지난 40년 동안 장르에 대한 과감한 재해석과 형식 실험을 통해 새로운 지평을 열어왔지만 국내 관객들에게는 거장으로서의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영국 출신의 할리우드 감독 존 부어맨(사진)의 회고전을 마련한다. 그의 대표작인 <포인트 블랭크>(1967)와 <레오 더 라스트>(1968)를 비롯해 <태평양의 지옥>(1968), <서바이벌 게임>(1972), <자도즈>(1974), <엑스칼리버>(1981), <에메랄드 포리스트>(1985) 등 8편의 장편과 그와 평생 존경과 신뢰 어린 우정을 쌓았던 배우 리 마빈에 대한 애정을 담아 존 부어맨이 직접 제작한 다큐멘터리 한 편이 함께 상영된다.

국내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한 국가를 선정하여, 그 나라의 영화 역사와 영화 산업의 변천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리인 '또 하나의 영화대륙 : 호주영화사 특별전'에서는 호주 국립영상음향자료원(National Film and Sound Archive)의 협조로 초기 무성영화부터 최근의 새로운 경향에 이르기까지 호주 영화사를 체계적으로 살펴 볼 수 있는 주요 작품들이 상영된다.

'아시아 영화의 재발견'에서는 ‘홍콩영화계의 잠자는 용’ 혹은 ‘홍콩영화계를 대표하는 진정한 거장’이라는 칭호로 불리는 담가명(譚家明)의 작품세계를 조명한다. 1980년대 홍콩 뉴웨이브를 이끌었던 담가명은 기존 홍콩영화의 장르의 관습과 구조를 재가공하며 혁신적인 스타일을 선보였으며, 왕가위 감독의 <동사서독>과 <열혈남아>, 두기봉 감독의 <흑사회>를 편집한 홍콩 최고의 편집감독이기도 하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그의 대표작인 <명검><열화청춘><체리><최후승리><살수호접몽><아버지와 아들> 등이 상영된다. 이와 함께 '아시아 영화의 재발견 : 장르-뮤지컬'에서는 1930년대 일본 사무라이 뮤지컬부터 2000년대 인도 볼리우드까지,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연상케 하는 작품에서 그 나라 고유의 특색을 갖춘 작품까지, 다양한 아시아 뮤지컬 영화들을 소개한다. 50년대 홍콩 최고의 뮤지컬 스타 그레이스 창의 <와일드 와일드 로즈>, 50-60년대 일본과 홍콩을 오가며 뮤지컬 영화에 한 획을 그은 이노우에 우메츠구 감독의 대표작들, 인도 국민배우 샤루 칸 주연의 발리우드 작품 <메후나>, 형식적으로 뮤지컬이라 정의 할 수는 없지만 한국영화의 힘을 보여준 한형모 감독의 <청춘 쌍곡선>과 이명세 감독의 <남자는 괴로워>가 선보인다.

영화사의 중요한 유산으로서의 초기 무성 영화들을 선보이는 무성영화의 향연'에서는 최초의 장편 실루엣 애니메이션이라는 역사적 의의를 갖는 로테 라이니거 감독의 실루엣 애니메이션 <아크메드 왕자의 모험>(1926), 호주 초기 영화사의 중요한 성취 가운데 한 편인 탈 오델 감독의 <키드 스테이크>(1927), 가공할만한 에너지로 가득 찬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 감독의 <10월>(1928) 등이 상영된다. 특히 무성영화 상영 당시의 상영 풍경을 재연하고자 <해변의 여인>,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음악감독으로 잘 알려진 영화음악가 정용진이 <아크메드 왕자의 모험>과 <키드 스테이크>의 영화 음악을 새로 작곡하고 영화제 상영시 함께 연주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한국 영화 추억전 #7'에서는 1957년에서 1987년까지 제작 년도가 ‘7’로 끝나는 작품들 중에서 필름 상영이 가능한 작품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영화들을 선별됐다. 1967년 작품 중에서는 유현목 감독의 드문 멜로 영화이자 ’야동 순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순재 주연의 <막차로 온 손님들>(사진)과 김수용 감독의 <사격장의 아이들>, 그리고 피난길과 가난을 넘기며 국민가수로 성장한 가수 ‘이미자’의 생애가 담긴 한형모 감독의 <엘레지의 여왕>이 있으며, 1977년작으로는 당대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애니메이션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 같은 해 제작되어 흥행에 성공한 김응천 감독의 하이틴영화 <고교 우량아>와 흥행 참패한 송영수 감독의 하이틴영화 <나비소녀>, 그리고 그해 최고의 돌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김기영 감독의 <이어도>가 선정됐다. 또 1987년 작품으로는 임권택 감독의 <연산일기>, 이장호 감독의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과 배창호 감독의 <기쁜 우리 젊은 날> 등이 선보인다.

'충무로 ON 충무로' 섹션에서는 예전 영화 산업의 중심지였던 충무로를 기억하고 영화제작 현장의 고민을 들여다볼 수 있는 4편의 장편영화와 최근 독립·단편영화 다섯 편이 특별초청 상영된다.

그밖에 도쿄국립영화센터(National Film Center, Tokyo)에서 최근 복원한 작품들을 소개하며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소장하고 있는 고전영화 중에서 사운드나 이미지 부분 멸실 등의 이유로 전작의 완전 복원이 불가능했던 불완전판을 선별, 복원 가능한 일부분을 전면 보수해 공개 상영할 예정이다. 특히 '도쿄국립영상센터의 단편 복원 모음전'에서는 거장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초기 단편들이 국내 최초로 공개되며 이제는 필름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일본의 전설적인 코미디 영화 감독인 사이토 토라지로의 단편과 당시 최고의 사무라이 작품으로 손꼽히던 이토 다이스케의 단편을 만날 수 있다. 또한 객원 프로그래머인 김수용 감독과 달시 파켓 버라이어티 기자가 선정한 한국 영화를 선보이는 '까르뜨 블랑슈' 섹션도 주목할 만하다.

영화상영과 함께 영화제 기간 동안에는 남산골 한옥마을, 청계광장, 충무로 영화의 거리에서 음악 공연과 야외 상영이 펼쳐진다. 또 기획행사로는 존 부어맨 감독이 참여하는 '매스터 클래스'와 담가명 감독과 로저 가르시아 프로듀서, 스티븐 크레민 스크린 인터내셔널 기자가 참여하는 ': 아시아 영화의 재발견', 호주 촬영감독 이안 존스의 촬영 강의, 한국영화 특수효과 세미나 등이 마련된다.

정동일 중구청장은 "충무로는 한국 영화의 메카이고 산실로서 그동안 역사와 함께해 왔지만 실질적으로 충무로 거리는 옛모습을 퇴색되어 가고 있다. 다시 충무로를 살려내고 충무로를 국제적인 영화의 메카의 이름을 만방을 고취시키고 또 영화의 문화를 이끌어가고자 이번에 충무로국제영화제를 준비하게 됐다"며 "1회성이 아닌 앞으로도 세계에서도 앞서가는 영화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홍준 운영위원장은 "충무로국제영화제는 고전영화만을 상영하는 영화제는 아니지만 고전영화의 비중이 높다"며 "이는 영화적 전통과 현재의 영화의 문화의 접점을 찾는다는 것에 차별화의 지점을 두고 있다"고 "다양한 계층, 시네필로부터 평범한 관객이 이르기까지 누구나 참여하고 즐기고 감동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는 영화제를 만들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 10년 사이에 불과 한 두 개였던 영화제가 수십개라고 말할 수 있을만큼 많아졌다. 그만큼 한국 영화의 문화가 다양해졌지만 영화제끼리의 역할분담과 교통정리도 어느 정도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는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1회 영화제의 성과와 평가에 따라서 내년부터는 발견과 복원뿐만 아니라 창조까지 온전하게 갖춰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제1회 서울국제충무로영화제는 중구청의 37억원과 스폰서를 합쳐 총 40억의 예산으로 치러진다. 자세한 상영일정 및 상영작 안내는 홈페이지(www.chiffs.kr)를 참조하면 된다.


2007.9.11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