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중 감독 "한국계 미국인 배우들에게 이 영화가 작지만 시작과 단초가 되길"

올해 제8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흐름’ 부문에서 최우수 작품상인 'JJ-Star'상을 수상하며 오는 8월 2일 극장 개봉을 맞게된 영화 <허스HERs>(감독 김정중, 제작 프리콤프로덕션·바다엔터테인먼트)가 24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기자시사회를 가졌다.

<허스>는 2005년 영화진흥위원회·전라북도·NCN(New Cinema Network)이 처음 시작한 '저예산영화제작지원사업' 지원대상 작품으로 선정, 시나리오단계에서부터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며, 이 영화의 감독이자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정중 감독이 현지에서 직접 설립한 바다엔터테인먼트가 주축이 되어 한국의 제작사인 프리콤프로덕션과 손잡고 공동 제작한 영화로 A부터 Z까지 100퍼센트 현지 스태프들과 함께 작업한 한미공동제작 영화이다.

<꽃섬><내 청춘에게 고함>의 김혜나 이외에 윌 윤 리, 칼 윤, 수지 박 등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여 개성적이고도 이국적인 색다른 매력을 선보이며 그간 갈고 닦은 뛰어난 연기력을 발휘한다. 연출을 맡은 김정중 감독은 중국 북경전영학원(베이징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를 공부한 뒤 한국에 돌아와 박철수 감독의 연출부로 일하며 경험을 쌓았으며 1998년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현지에 독립영화사 '바다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는 등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국내 개봉과 이날 시사회를 위해 한국에 온 김정중 감독은 "우리와 같이 상영될 영화들의 리스트를 보니까 사면초과 같다는 느낌이 든다"며 "많은 블록버스터 영화들 틈 사이에 <허스>가 조그맣게 끼어있는데 큰 영화든 작은 영화든 간에 관객에게 사랑 받고 싶다는 것은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김 감독은 "많은 한국계 미국인 배우들이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고 자리잡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영화와 소통을 많이 못하는 상태"라며 "한국영화와의 소통에 목말라 있는 배우들에게 이 영화가 작지만 시작과 단초를 만들어본다는 의미에서 사명의식을 가지고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함께 시사회에 참석한 20대 지나 역의 김혜나는 "<허스>에는 6명의 배우가 나오는데 나만 한국에 있고 나머지는 미국에 있다. 영화가 잘되면 나머지 모든 배우들이 한국에 올 수가 있다. 너무 심심하고 외롭고 혼자 홍보하려니까 부담도 된다"며 "작은 영화지만 알찬 영화고 감동이 있는 영화"라고 말했다.

영화 <허스 HERs>는 '지나'라는 이름을 가진 세 한국 여성이 20대, 30대, 40대라는 각기 다른 인생의 시간대를 각기 다른 도시(LA, 라스베이거스, 알래스카)에서 살아가는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홀홀 단신으로 낯선 미국 땅에서 거친 삶을 살아가는 한 한국 여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꿈을 위해 낯선 이국땅에서 외로움과 상실의 아픔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그녀들 혹은 마이너리티들의 마음의 여정을 섬세하게 묘사해냈다. 세 명의 지나는 모두 다른 여성이지만, 언젠가 우리가 지나왔을 법한 혹은 스쳐 지나가게 될 우리 인생의 짧은 순간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녀들의 이야기가 낯설면서도 동시에 가슴에 와닿는다. 마치 한 여성의 일대기처럼 따라가는 듯 하다가 각기 다른 시간대와 공간에서 살아가는 세 여성의 이야기처럼 전개되는 옴니버스 구성이 흥미로우며 우울하고 무거운 이야기 속에서 삽입된 동화적이면서도 몽환적인 꿈 시퀀스도 인상적이다. 또한 배우들의 고른 호연과 LA, 라스베이거스, 알래스카의 매력적인 풍광을 눈앞에서 보는 듯 섬세하고도 생생하게 HD 화면에 담아낸 영상미도 돋보인다. 특히 극심한 감정의 교차는 물론 알래스카 촬영이라는 최악의 기후 조건 속에서도 온몸을 던져 감동의 마지막 장면을 완벽하게 연기해낸 수지 박의 연기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스토리보다는 이미지 위주로 전개되는 탓에 영화에 몰입하기란 쉽지 않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결말의 구조를 통해 결국 삶의 고단함이 연속된다는 메시지를 읽기란 쉽진 않다. 극중 나오는 성경의 한 구절인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는 곱씹어볼 만하다. 한편 20대 지나 역에는 김혜나가, 30대는 한국계 혼혈인 엘리자베스 바이스바움이, 40대는 한국계 미국인 배우 수지 박이 각각 연기했다.

영화 <허스>는 18세 관람가로 오는 8월 2일 개봉한다. [허스]

2007.7.24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