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inDi 2007 개막작 <인랜드 엠파이어> 등 총 40편의 상영작 발표

‘Digi X Dizzy’라는 슬로건으로 디지털 영화와의 아찔한 첫 만남을 준비하고 있는 ‘시네마 디지털 서울 2007’(cinema digital seoul 2007_film festival / 이하 CinDi 2007)의 개막작에 데이빗 린치 감독의 첫 번째 디지털 영화 <인랜드 엠파이어 Inland Empire>가 선정됐다. CinDi 2007 조직위원회는 26일 오전 광화문 문호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1회 영화제의 특징과 개요 그리고 개막작을 비롯 경쟁부문과 초청부문 상영작 40편을 공개했다. 이날 정성일 집행위원장은 개막작 선정이유에 대해 "디지털 영화로서는 가장 멀리까지 나아간 영화이고, 필름으로 오랫동안 작업했었던 감독이 디지털로 영화를 찍으면서 겪는 시행착오의 아수라장이 그대로 담겨있다. 특히 노장 쪽에 속하는 데이빗 린치 감독이 겁먹지 않고 과거의 명예에 연연하지 않고 더 새로운 것에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 기꺼이 새로운 디지털을 껴안은 용기를 통해 한국의 노장 감독들도 용기를 내고 디지털로 들어달라는 우리들의 일종의 하소연이자 간청의 표현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올해 첫 발을 내딛는 CinDi 2007은 다양한 진화를 거듭하는 디지털로 제작된 신선한 작품들을 상영함으로써 영화보기와 영화 제작의 다양성 제시한다. 프로그램은 3편 이하의 장편 영화를 연출한 아시아 신인감독의 디지털 장편 영화를 대상으로 한 '경쟁 부문'(20편)과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디지털 영화 소개하는 ‘초청 부문’(20편) 2개 부문으로 진행된다.

‘경쟁 부문’에는 아시아 14개국 122편의 출품작 중 한국, 중국, 일본, 필리핀, 쿠웨이트 등 8개국 총 20편의 작품이 선정됐다. 주요 상영작으로는 <강을 건너는 사람들: 타마강에서 임진강까지>(김덕철), <제외될 수 없는>(최용석) 등 2편의 한국영화를 비롯해 2006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넷팩상 수상작인 <꽃노래의 도둑>(히로마사 히로스에/일본), 2007 중국 독립영화제 최고상의 <마우지아>(자오 예/중국), 2006 피아 영화제 관객상의 <싱글>(나카에 카즈히토/일본), 2006 로테르담·홍콩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의 <워킹 온 더 와일드 사이드>(한 지/중국), 2007 칸 영화제 초청작 <중국여인의 연대기>(왕 빙/중국), 2007 베를린 국제영화제 넷팩상의 <툴리>(아우라에우스 솔리토/필리핀/사진) 등이며 극영화보다는 원 맨 밴드 형식의 다큐멘터리가 주를 이뤘다. 특히 경쟁 부문의 초청된 감독들을 살펴보면 화가, 소설가, 음악가, 웹 디자인 등 별다른 영화적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정성일 위원장은 "이 새로운 세대들은 진부한 카메라 구도와 이야기 전개방식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화면과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이라며 "나의 큰 희망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대신 바로 밖으로 뛰어 나가서 핸드폰으로 영화를 찍으면서 '내가 핸드폰으로 찍어도 너보다 잘 찍겠다'고 그 찍은 영화를 영화제에 출품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선정된 20편의 작품은 심사위원단, 비평가 심사위원단, 젊은 비평가 심사위원단, 관객 심사위원단의 총 4개의 그룹으로 나뉘어진 심사위원단에 의해 4개 부문에 걸쳐 수상작이 선정된다.

‘초청 부문’에는 개막작인 데이빗 린치 감독의 <인랜드 엠파이어>(사진)를 비롯하여,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10>, 에릭 로메르 감독의 <영국여인과 공작>, 샹탈 아케르망 감독의 <저기/라-바>, 마이클 만 감독의 <콜래트럴>,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출산>, 누리 빌제 세일란 감독의 <기후>,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라이브메이션’(실사와 애니메이션의 합성) <다치구이시 열전>, 지아 장커 감독의 <동>, 박찬욱 감독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바흐만 고바디 감독의 <전쟁은 끝났다?> 등 총 12개국 20편의 작품이 초청됐다. 박기용 집행위원장은 "경쟁 부문이 발견이라고 한다면, 초청 부문은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영화가 10년 동안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 그 발전의 결과가 현재 어디까지 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초청 부문의 목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검은 꽃'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김영하 작가가 연출하여 화제를 모은 ‘시네마 디지털 서울 2007’의 트레일러 2편이 처음 공개됐다. 영화제 조직위원이기도 한 김영하 작가는 "찍어왔을 때는 과연 이런 것으로 트레일러가 되겠냐고 생각했는데 편집과정을 거치고 했더니 그래도 봐줄 만한 것을 보고 디지털로 영화로 만드는 게 상당히 재밌고 모두에게 짜릿한 경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떻게 볼 지는 모르겠지만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트레일러는 분명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부대행사로는 24일 오후 9시 경쟁 부문 감독들과 국내외 영화인이 만나는 파티 ‘CinDiful Night’가 열리고, 초청 부문의 감독의 특별 강연 '디지털 레슨', 중국의 시인이자 소설가이고 초청작 <호다대미>의 감독 리 홍치와 소설가 김영하가 대담하는 '디지털 토크'가 마련된다.

6억9천만원의 적은 예산으로 치러질 CinDi 2007은 오는 7월 20일부터 27일까지 총 8일간 CGV압구정 3개관에서 펼쳐진다. 자세한 상영작은 홈페이지(www.cindi.or.kr)를 참조하면 된다.

박기용 위원장은 "디지털이라는 특화된 영화제를 지향하고 있고, 40편만 영화를 상영하는 소규모의 영화제라 외형보다는 내실을 기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첫 회라 아쉬움이 벌써부터 있지만 '첫 술에 배부르랴’라는 말처럼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한발씩 차근차근 나아가 멀리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성일 위원장은 "경쟁을 전면에 내세운 첫 번째 영화제를 시작하면서 한편으론 걱정되고 또 한편으론 작정도 하고 있다"며 "40편의 영화가 감히 얘기하건데 올해 여러분께서 보신 가장 좋은 영화들의 목록에 많은 영화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7.6.26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