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 판타스틱 장르의 범주를 넘어서는 독특한 형식과 스타일의 영화 선정"

'사랑, 환상, 모험'을 주제로 오는 7월 12일 개막하는 제1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의 상영작이 공개됐다. 부천영화제 조직위는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문호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제11회 영화제의 전체 상영작 및 개요를 발표했다.

올해 PiFan2007은 35개국의 251편을 상영했던 작년보다 36편이 줄어든 33개국 215편(장편 124편, 단편 91편)의 영화를 선보인다. 그 중 세계 최초로 상영되는 월드 프리미어 작품이 20편, 자국에서 상영된 후 처음 부천에서 소개되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가 26편, 아시아에서 처음 소개되는 아시아 프리미어가 57편이 포진하고 있다.

개막작은 누구나 간직한 꿈 같은 첫사랑을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그려낸 황규덕 감독의 <별빛 속으로>, 폐막작은 인도네시아 혜성 조코 안와르 감독의 느와르 스릴러 <비밀>이 각각 선정됐다. 권용민 프로그래머는 "특정 시대의 첫사랑 이야기를 환상적이면서도 동시에 현실적인, 미묘한 방식으로 그려낸 매력적인 영화"라며 선정이유를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황규덕 감독은 "영화마다 자기 팔자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을 보면 튼튼한 놈을 낳은 것 같아 대단히 기분 좋다"며 소감을 밝히고,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 생과 사를 넘나드는 묘한 여러 가지 결을 갖고 있는 영화이다. 내 나름대로는 출발선상의 리얼리즘을 뛰어넘고 잔잔한 일상 속에 파묻혀 있는 판타지를 끄집어내려는 첫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올해 주요 프로그램은 기존의 경쟁부문인 부천 초이스(장,단편),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판타스틱 단편 걸작선, 금지구역, 특별전, 회고전을 비롯해 새롭게 신설된 패밀리 판타, 애니 판타 등 총 7개의 섹션으로 진행된다. 권용민 프로그래머는 "호러, 스릴러, 미스테리, 판타지 등 판타스틱 장르 마니아들이 열광했던 국,내외 최신작을 엄선함과 동시에, 기존 판타스틱 장르의 범주를 넘어서는 독특한 형식과 스타일의 영화들을 과감하게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중 부천 초이스 장편부문은 유럽과 미주,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작품들이 골고루 선정된 9개국 10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김민숙·이정국 감독의 <그림자>(사진)를 비롯해 최근 국내 개봉된 <메신져:죽은 자들의 경고>의 옥사이드 팡 감독의 <다이어리>, <린다 린다 린다>의 노부히로 야마시타 감독의 신작 <마츠가네 난사사건> 등이 선보인다. 이 부문에 선정된 작품들은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심사위원특별상, 푸르지오관객상 등 총 6개 부문의 시상을 놓고 경합을 벌이게 된다. 심사위원으로는 한국액션영화의 선구자이며 한국영화 세계화의 개척자인 정창화 감독이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됐으며 TV시리즈 '마스터 오브 호러'의 제작자로 명성을 떨친 믹 개리스, 우디네 극동영화제 집행위원장인 사브리나 바라체티, 할리우드 업계지 '버라이어티'의 수석국제 영화평론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데릭 엘리, 지난해 <노리코의 식탁>으로 관객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일본 소노 시온 감독 등이 함께 심사를 맡는다. 또 단편부문에서는 유럽 영화 4편, 북남미 영화 3편, 한국영화 3편이 소개된다. 특히 올해 PiFan2007의 부천초이스 단편부분에는 한국영화특별상이라는 새로운 시상 부문이 추가되어, 부천초이스 단편부문에 출품된 한국 단편영화 중에서 우수한 작품을 선정하고 수상작에는 5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판타스틱 영화의 최전방을 만나 몰 수 있는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전세계에서 제작된 다양한 판타스틱 장르의 영화들이 상영된다. 전통적으로 판타스틱 장르에 있어 강세를 보이는 유럽과 북미의 영화들과 함께, 올해는 남미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제작된 작품들도 대거 출품되어 눈길을 끈다. 작년 PiFan에서 세계 최초로 시리즈 전편이 상영되었던 <마스터 오브 호러>의 두 번째 시즌이 상영되며 프랑스 다큐멘터리스트들이 바라본 한국영화의 오늘 <한국영화의 성난 얼굴>과 크리스토퍼 도일에 대한 다큐멘터리 <크리스토퍼 도일의 화양연화>도 눈길을 끈다.

전통적으로 PiFan의 관객들이 가장 사랑하는 부문 중의 하나인 '판타스틱 단편 걸작선'은 국,내외 판타스틱 단편영화 58편이 상영된다. 올해 역시 유령, 귀신 등 초현실적인 존재에 대한 영화들이 크게 눈에 띄며 우리 주위의 일상을 기묘한 판타지로 비툴어버리는 작품들과 연쇄살인범이나 괴물, 신체변형이나 사이보그 같은 판타스틱 장르의 익숙한 전형들을 톡톡 튀는 재기로 담아내는 작품들이 선보인다.

판타스틱 장르 특유의 강도 높은 충격적인 이미지와 이야기로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할 '금지구역'에서는 미국 저예산 B급 영화계의 유명 제작자 겸 연출자인 로이드 카우프만 감독의 신작 <폴트리가이스트>를 비롯해 살인의 일반적인 정의를 뒤흔드는 독일 마틴 바이츠 감독의 <그림 러브 스토리>, 특정한 성적인 취향에 대해 어떤 상업적 포르노보다도 많은 것을 보여주는 일본 히로키 류이치 감독의 다큐멘터리 <바쿠시, SM 로브 마스터> 등 5편이 상영된다.

기존 '키즈 섹션과 '패밀리 섹션'을 혼합한 '패밀리 판타'에서는 데이브 맥킨 감독의 판타지 어드벤처 <미러 마스크>, 재일동포 구수연 감독의 <불고기 : 야끼니꾸 무비>, <복수의 길> 등 단편으로 주목을 받아온 이우열 감독의 장편 데뷔작 <소년 감독>을 비롯해 개봉작 <날아라 허동구><아들><로보트태권V> 등 14편이 상영된다. 또 새롭게 신설된 '애니 판타'에서는 일본의 유명 만화가 나가이 고에게 경의를 표하는 '추억을 찾아서 : 나가이 고와 로봇대전'과 애니메이션 제작 사업의 수작들을 모은 '뉴미디어 애니 특별전'과 일반 상영인 '애니모어(ani-more)'로 구성됐다. 이 부문에서 눈길을 끄는 작품으로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안노 히데야키가 연출한 실사영화 <큐티 하니>(사진), <마징가 Z>의 24년만의 새 시리즈인 <마징카이저>, 만화 '철인28호'를 바탕으로 이마가와 야스히로가 연출한 극장판 애니메이션 <철인28호> 등.

올해 특별전은 장 뤽 고다르, 프랑스와 트뤼포, 알랭 레네, 루이 말 등 거장들로 기억되는 누벨 바그의 안과 밖에서 SF 장르에 주목한 프랑스 거장들 특유의 관점과 비전을 살펴볼 수 있는 '프랑스 SF 특별전'과 2005년 국내에도 개봉한 바 있는 영화 <바이브레이터>의 일본 히로키 유이치 감독과 공포영화 <팔선반점의 인육만두>로 국내 영화팬 사이에서 이름을 알린 홍콩 출신의 미지의 감독 허먼 여우 감독의 대표작을 소개하는 '판타스틱 감독백서 : 히로키 류이치, 허먼 여우', 야쿠자라는 소재에 대해 각기 다른 시선과 스타일로 접근하는 단편영화프로젝트로 일본에서도 인터넷에 공개된 화제를 모았던 24개 단편을 모은 옴니버스 <야쿠자 23구>를 모은 '야쿠자 23구 컬렉션' 등이 마련됐다.

또 회고전에서는 B급 영화의 대부 로저 코먼의 제자로 미국 B무비의 거장 몬테 헬만 감독과 유러피언 호러영화의 거장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 5~60년대 한국 가족코미디의 원형을 잘 보여주는 걸작들로 잘 알려진 이봉래 감독, <해저 2만리><마이크로 결사대>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감독 리처드 플레이셔의 대표작이 상영된다.

이밖에 특별 기획으로 지난해 10주년 기념 특별 행사로 열렸던 웨타 워크숍(Weta-Workshop)에 이어 '환상교실 : 아시아 영화의 특수분장'이라는 이름으로 아시아 3국의 특수분장 마스터들을 초청, 특수분장 워크숍을 진행한다. <친절한 금자씨>, <괴물>, <타짜> 등을 작업한 충무로의 대표 특수분장 전문그룹 '셀'과 B급영화 감성과 피 칠갑으로 종횡무진하는 일본의 특수분장 그룹 '니시무라 공작소', 성룡과 주성치, 장국영과 주윤발에 이르기까지 홍콩 장르 영화의 얼굴을 만드는 '미쉘 왕' 등이 참여한다. 워크숍과 함께 전시회도 마련된다.

한편, 올해 영화제의 홍보대사(PiFan Guy)로 신인배우 이완, 송창의가 선정됐는데, 이날 기자회견에 홀로 참석한 이완은 "개인적으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열심히 활동하도록 노력하겠다. 또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영화를 봐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영화제를 통해서 좋은 영화를 많이 볼 수 있는 기회가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해 가까스로 영화계의 보이콧 철회로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른 제1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오는 7월 12일부터 21일까지 10일간 부천시민회관 대공연장, 부천시청 대강당, 복사골 문화센터, 부천시청 앞 잔디광장, CGV부천8, MMC부천, 프리머스 부천8, 더잼존 부전 등 부천 일원에서 열린다. 개·폐막작 예매는 6월 21일 오전 10시부터, 일반상영작 예매는 27일부터 시작한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pifan.com) 참조하면 된다.

한상준 신임 집행위원장은 "작년에는 많은 편수의 영화를 상영하다 보니까 여러 문제점이 있었고 제어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 이에 올해는 시스템을 정립하는데 가장 중점을 두어 준비해 왔다"고 밝혔다. 또 "부천지역에 대한 배려를 위해 영화제가 끝난 후 순회상영를 계획중이며 영화인들과 보다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국제영화제로서 도약하기 위해 EFFF(유럽판타스틱영화제 연맹)의 협력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하고 2002년부터 작은 규모로 시작했던 인더스트리 스크리닝을 다시 시작한다"며 올해 목표를 밝혔다.

2007.6.19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