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근이 왔소이다! <이대근, 이댁은> 언론 공개

- 이대근 "진정한 대중예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근의 충무로 컴백으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 <이대근, 이댁은>(감독 심광진, 제작 영화사 윤앤준)이 24일 서울극장에서 기자시사회를 가졌다. 연극 '행복한 가족'(원작 민복기, 극단 차이무)을 원작으로 한 <이대근, 이댁은>은 왕년의 스타 이대근이 자신의 이름을 타이틀로 걸고 복귀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다. 또 7·80년대 우리시대 강한 남자의 아이콘이었던 이대근이 이제는 늙고 힘없어진 이 시대의 아버지를 연기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영화 <해적, 디스코왕 되다>(2002) 이후 5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이대근이 자신의 이름을 건 영화에 출연한 것은 <대근이가 왔소>(1979)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이날 무대인사에 오른 이대근은 "어려운 가운데 최선을 다해서 만들었고, 감독보다는 작품에 너무 매력을 느껴 출연하게 됐다"며 "어저께 기술시사회를 통해 먼저 봤는데 오래간만에 예술작품을 보게됐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나 자신도 어떻게 보면 실험적인 측면도 있지만 이것이 진정한 대중예술이 아닌가하고 생각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또 그는 "작품을 보고 나면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대근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영화 상영 뒤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불참해 아쉬움을 자아냈다.

한편 데뷔작 <불후의 명작>(2000) 이후 7년만에 두 번째 작품을 선보인 심광진 감독은 "오랜만에 영화를 해서 그런지 몸이 좀 얹혔던 것 같았고, 쉽지 않았고, 몸도 많이 망가진 것 같다"며 "하지만 좋아하는 선배님들과 작업해서 너무 기뻤고, 나중에 심광진 사단을 거느리고 싶다"고 말했다. 제목을 배우의 이름으로 정한 그는 "이 영화는 일반투자가 아닌 영화진흥위원회 공모를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공모작이기 때문에 제목이 눈에 띄고 재미있어야 했는데 원작연극의 제목은 평범하고 재미가 없었다"며 "그러다 어느 날 자려는데 문득 '이대근, 이댁은'이라는 제목이 생각났고, 재밌기도 하고 주인공의 집안 이야기를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 선생님의 이름을 팔아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원작연극은 발랄한 만담극이지만 영화는 한 노인의 삶과 죽음 그리고 가족들과의 불화와 아픔을 그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철부지 딸로 출연한 개그맨 출신의 안선영이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려 눈길을 끌었는데 그녀는 "찍으면서 훌륭하신 선배님들 틈에서 내가 가장 무모한 캐스팅이 아니었나 생각을 많이 했는데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고, "내가 코미디를 하면서 제대로 웃긴 적도 없다. 공채 개그맨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항상 따라다녀서 그간 배역 캐스팅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번 영화도 내가 너무 하고 싶다고 했지만 끝가지 고사했었다"며 "가장 모험의 캐스팅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대치가 낮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괜찮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또 그녀는 "아직 배우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은 것 같지만 그래도 몇 년간 연극을 배웠던 사람으로서 나쁜 배역은 없지만 나쁜 배우는 있다고 본다"면서 "앞으로도 코믹한 역할이든 진지한 역할이든 주어지는 대로 닥치는 대로 해보고 내가 뭘 잘할 수 있는지를 찾을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원작의 연극을 연출한 바 있는 박원상은 "좋은 작품은 좋은 관객이 만든다는 생각을 갖게 있다. 많은 관객들이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화 <이대근, 이댁은>은 부인도 자식도 나몰라라 하며 평생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만 살아오다 이제는 아내를 잃고 조그만 도장집을 하며 홀로 살고 있는 꼬장꼬장한 노인, 이대근이 아내의 제삿날을 맞아 자신의 심통 때문에 3년 동안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자식들을 불러모은다는 내용으로 서먹하고 소원한 관계를 가진 그들이 다시 만나 서로 다투고 화해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 시대 홀로 살아가는 초라한 가장의 씁쓸한 이야기이자 지난 세월을 뒤늦게나마 후회하는 노인의 마지막 소망으로 인해 벌어지는 꿈 같은 소동극이다. 또 피보다 진한 돈으로 뭉친 가족의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는 후반의 반전을 통해 이 시대에 가족이란 어떻게 존재하는가라는 나름의 진지한 질문도 던진다. 다소 진부할 수 있는 내용을 한때 힘의 상징이었지만, 어느덧 60대 노인이 된 이대근의 모습을 영화 속 이대근으로 그대로 끌어와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이대근의 연기는 이전만큼의 흡입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또 나름 신선한 반전에 비해 내용과 표현은 진부하고, 짜임새 역시 헐겁다. 반전을 감안하더라도 갈등과 화해하는 과정은 너무 작위적인 느낌이다. 애초에 반전을 숨기지 않고 시작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피보다 진한 돈으로 뭉친 가족이야기 <이대근, 이댁은>은 전체 관람가로 오는 5월 1일 개봉한다. [이대근, 이댁은]


2007.4.24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