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성영화제 집행위원회(위원장 이혜경)는 6일 오전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영화제의 프로그램과 상영작을 확정, 발표했다. 올해 제9회 서울여성영화제는 ▲새로운 물결, ▲아시아 단편경선, ▲감독특별전: 마르타 메자로스 등 고정섹션과 올해 영화제의 주제에 맞춰 준비된 4개의 특별전인 ▲이주 여성 특별전: 우리는 이곳에 살고 있다 ▲청소녀 특별전: 걸즈 온 필름 ▲제국과 여성, ▲퀴어 레인보우 등 7개 부문을 걸쳐 33개국 100편의 영화가 소개된다. 이외에도 특별 상영으로 다큐멘터리 옥랑상 5기 수상작도 월드 프리미어된다. 올해 영화제 프로그램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 첫 번째로는 이미 ‘작가’의 반열에 오른 여성영화 감독부터 데뷔작을 선보이는 신인 여성영화 감독까지 다양한 세대의 작품들이 선보인다는 것. 60년대 동유럽 뉴 웨이브를 이끈 헝가리의 거장 마르타 메자로스 감독 특별전(5편)을 비롯해 지난해 감독 특별전 주인공이었던 체코의 베라 히틸로바 감독과 이란의 타흐미네 밀라니 감독의 신작이 포진해있다. 이와 함께 신인 감독의 작품으로는 개막작인 브라질 중견 여성감독 타타 아마랄의 <안토니아>를 필두로 세계 여성영화의 최신경향을 선보이는 ‘새로운 물결’ 섹션과 아시아 여성 영화인의 인큐베이터 ‘아시아 단편경선’ 섹션에서 신인 여성감독의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된다. 두 번째로는 개봉관에서 만나보기 힘들었던 한국 여성감독의 극영화에서 다큐멘터리까지 풍성한 작품들이 전 섹션에 걸쳐 다양하게 소개된다. 지난 1월에 개봉한 성지혜 감독의 <여름이 가기 전에>를 비롯해 단편 <흡연모녀>(2004)로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한 바 있는 유은정 감독의 신작 <펀치 스트라이크>, 제33회 학생 아카데미상의 최종 후보로 올랐던 강혜연 감독의 <착한 아이>, 여성노동자들의 투쟁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얼굴들>(지혜), 지난해 2월, 파업과 동시에 해고통고를 받은 KTX 승무원들이 직접 제작한 <우리는 KTX 승무원입니다>(서효정, 공현숙, 옥유미), 소록도의 한센인(나병환자)에 대한 다큐멘터리 <동백아가씨>(박정숙) 등을 만날 수 있다. 올해 영화제의 가장 특징이기도 한 세 번째는 ‘여성, 소수자의 목소리로 말하다’ 라는 주제 아래 지금의 여성주의가 나아갈 수 있는 한 방향인 ‘소수 안에서의 연대’를 모색하고 동시에 ‘소수자들로 이루어진 여성’,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연대하는 소수자들’에 주목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프로그램도 과감히 개편, 주제에 맞춰 ‘이주여성 특별전: 우리는 이곳에 살고 있다!’, ‘제국과 여성’, ‘퀴어 레인보우’, ‘청소녀 특별전: 걸즈 온 필름’ 등 무려 네 개의 특별전을 신설했다. 이주 노동 혹은 국제 결혼을 통해 아시아에서 서구로 또 같은 아시아로 이주한 여성들의 삶을 만나볼 수 있는 섹션인 '이주여성 특별전: 우리는 이곳에 살고 있다!'에서는 국제 결혼이란 미명 아래 이뤄지는 베트남 매매혼의 전과정과 실상을 다룬 <베트남 처녀를 찾습니다>, 레바논에서 가사노동자로 일하는 스리랑카 여성들의 노예와 다를 바 없는 삶을 고발한 <노예비자>, 불합리하며 불안한 노동시장 구조 때문에 자국을 떠나 일본으로 이주한 필리핀 여성들의 다양한 삶을 보여주는 <후쿠오카의 필리피나>, 국제결혼으로 인한 불행과 고난 속에서도 꿋꿋하고 힘차게 삶의 페달을 밟는 여성들을 그린 한국의 <멋진 그녀들>과 대만의 <달려라, 아차오!>, 미국에서 가사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당찬 남미 여성들을 그린 <메이드 인 아메리카> 등 7개국 10편의 중·단편 영화가 상영된다. 특히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최하고 서울여성영화제와 당진문화원이 공동주관으로 충남 당진 지역의 베트남, 중국, 필리핀 결혼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제작 워크샵에서 완성된 작품들이 특별 상영된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만들어 내는 소용돌이의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여성들 삶의 특정한 국면들을 지구적/지역적 맥락에서 살펴보는 '제국과 여성' 섹션에선 자본적, 군사적, 그리고 정치적 우위를 바탕으로 하여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제국’의 힘과 여성들이 만나는 억압적이고 모순적인 관계를 사유하는 영화인 <바그다드의 날들>, <나의 집은 너의 전장>, <행복의 적들> 등이 상영된다. 이중 다큐멘터리 <행복의 적들>의 주인공이자 실제 아프카니스탄 여성 국회위원인 말라라이 조야가 영화제를 찾아 관객과의 만남과 쾌girl-女담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트랜스 젠더와 레즈비언 영화를 소개하는 '퀴어 레인보우' 섹션에서는 올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테디 베어상을 수상한 대만영화 <스파이더 릴리>과 제이미 배빗 감독의 오랜만의 신작 <이티비티티티 위원회> 등 16편의 퀴어 영화가 소개된다. '청소녀 특별전: 걸즈 온 필름'에서는 ‘십대여성들’의 다양하고 특정한 삶의 조건들을 조명하고 사유하는 다채로운 형식과 내용의 영화들이 상영된다. 더불어 ‘제국, 지구화, 아시아 여성들의 이주’라는 주제의 국제포럼과 ‘성 정치학, 그 사이에서’라는 주제의 섹션포럼도 마련한다. 영화제 측은 "‘소수자의 매개로서의 여성’은 단일민족과 남성중심의 편견과 관습을 벗어나지 못하는 획일적이고 배타적인 사회와는 다른 사회를 꿈꾼다. 이런 의미에서 올해 서울여성영화제는 인종, 국적, 젠더, 연령 등으로 분류된 소수자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나누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아시아의 여성감독들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네트워크와 인큐베이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유일한 경쟁부문인 '아시아단편경선' 부문에서는 251편의 지원작 중 예심을 거쳐 본선에 오른 17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심사위원단은 ‘청소녀 특별전: 걸즈 온 필름’의 출품작인 <8월 이야기>의 얀얀 막 감독, 도르트문트·쾰른 국제여성영화제의 카일라 데스피노 프로그래머, <4인용 식탁>으로 잘 알려진 이수연 감독, <여/성이론>의 임옥희 편집주간, 영화사 ‘보경사’의 심보경 대표 등 5명으로 구성됐다. 한편 올해 서울여성영화제에는 개막작의 타타 아마랄 감독과 감독 특별전의 마르타 메자로스 감독을 비롯하여, 총 17개국 22명의 해외 게스트가 다양한 행사를 통해서 관객과의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이혜경 집행위원장은 "올해는 내년 10회를 준비하는 의미가 있어 상당히 많은 심사숙고를 했다. 시대와 같이 호흡하면서 좀 더 재미있고 풍성하고 다양한, 즐겁고도 자유로운 열정적인 축제가 되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밝혔다. 제9회 서울여성영화제는 오는 4월 5일부터 12일까지 8일간 서울 신촌에 위치한 영화상영관 아트레온 3개관에서 진행된다. 예매는 오는 3월 22일부터 시작하며 영화제 홈페이지(www.wffis.or.kr)를 통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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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여성영화제(WFFIS 2007)는 ‘여성, 소수자의 목소리로
말하다’라는 주제 아래 다양성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 우리사회에서 사회적인 편견과 억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국적,
젠더, 연령 등을 통해 분류된 소수자들의 현실적인 고민과 소통에 주목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