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김기덕 감독은 지난해 "<시간>의 관객동원이 20만 명을 넘기지 못하면 자신의 영화를 국내에서 개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괴물> 폄훼 발언으로 은퇴 의사까지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는 신작 <숨>를 만들면서 자신의 발언을 번복하고 다시 국내 관객과 만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지난해와는 달리 한결 편안하고 부드러운 모습으로 기자간담회에 나선 김기덕 감독은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어둠이 밝음이었고, 밝음이 어둠이었다는 역설적인 철학을 배우는데 나한테는 그런 시기였던 것 같다"며 밝히고, "<시간>의 관객동원이 20만 명을 넘기지 못하면 자신의 영화를 국내에서 개봉하지 않겠다"는 발언과 관련해 "물리적으로 욕심나는 관객이었다는 것보다도 한국 문화의 다양성에서 그 정도 관객은 있지 않아야 되느냐하는 바램이었다"며 해명하고 "1천만 관객 시대에 50분의 1의 관객이 약간 다른 길로 가는 것도 굉장히 흥미롭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저예산 감독으로 나는 칭찬도 많이 들었고 좋은 결과도 많이 가져왔다. 또 영화 10년을 하면서 누구보다도 행복한 사람으로 지금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14편의 영화가 내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고, 많은 비용이 들지 않았지만 많은 부분에서 자극이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미 굉장히 행복한 사람이고 더 이상 바랄게 없다. 다만 내가 바라는 것은 한국의 문화적 다양성이었다"면서 "하지만 그때하고 지금하고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나한테는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고, 나는 빨리 잊어버리는 편이다. 이제는 더 이상 관객수에 대해서 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특히 3억7천만 원의 저예산으로 단 9회차 만에 모든 촬영을 마쳤다는 그는 "이번 영화는 생각보다 어렵게 찍은 영화이다. 일본투자가 중단돼 영화를 만든 길이 막막했는데 다행히 해외 판매가 되고, 해외세일즈 회사인 씨네클릭아시아와 배급을 맡은 스폰지가 공동제작으로 참여해줘서 완성하게 됐다"며 "금전적으로는 어려웠지만 환경적으로는 더 많은 시스템을 시험했고, '제작비를 줄이는 것이 이제 한국 영화가 살아갈 길이다'라는 것은 분명하게 깨달았다. 그런 측면에서 <숨>은 중요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촬영횟수가 짧아 더 치밀하게 준비를 해야하는 스트레스도 많았지만 그래야만 3억이라는 자본으로 35mm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면서 "무엇보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어렵더라도 스스로 저예산 영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격려해달라"고 덧붙였다. 스크린쿼터와 관련해서는 그는 "스크린쿼터가 부활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는 절망적인 사태가 와도 지금 한국 영화인들이 갖고 있는 내적 에너지를 동원한다면 분명히 한국 영화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에 대해선 그는 "계절의 변화를 통해서 짧은 시간을 길게 늘어뜨려 심리적 시간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우리에게 판타지가 없다면, 심리적으로 갈 수 있는 세계가 없다면 굉장히 불행할 것이다. 그래서 내 영화에는 꾸준히 리얼리즘과 판타지를 접목해서 영화를 하는 것이고, 그 안에 괴롭고 힘든 시간도 아름다운 행복한 시간으로 심리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의 결말이 불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며 "두 사람이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분명히 그것을 극복한 새로운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라스트를 꾸몄다. <숨>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눈으로 모든 것을 덮어버리고 다시 이해의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덧붙였다.
특히 교도소 보안과장 역으로 출연해 눈길을 끈 그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에 출연할 때도 스텝들의 투표에서 60%의 지지를 얻어서 나왔는데 이번에는 스텝에서 후보를 선정했지만 결국 스텝들이 '감독님이 하라'고 했고, '그래야 되겠지? 아무래도 익명으로 누군가가 바라보는, 이 영화 전체를 바라보는,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내면을 바라보는 누군가는 나이어야 되겠지'라며 응했다"며 "스텝들의 추천도 있었지만 주인공들의 갈등과 오해와 이해의 반복을 지켜보는 시선이 나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영화 <숨>에는 <해피 투게더><2046><에로스><와호장룡><쓰리 타임즈> 등에 출연했던 대만 출신의 세계적 스타 장첸이 출연하는데, 김기덕 감독은 "영화를 하면서 늘 나한테 애정이 있는 배우·스텝을 잊지 않는 편이고, 함께 작업한 이들과의 인연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장첸은 5년 전 베니스 영화제에서 만나서 영화 출연 얘기를 했었고 그 약속을 지킨 것"이라고 밝히고, 장첸이 맡은 캐릭터에 대사를 없애 설정에 대해선 "언어 문제 때문에 대사를 없애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것이 더 본질적인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 대해서 명확하다고 생각했다"며 "대사가 전달할 수 없는 침묵과 웃음이라는 대사가 나한테 서서히 깊은 감정을 이끌어 내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장전 이외에도 많은 외국 배우들이 밀려있다"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전작 <시간>에 이어 하정우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선 그는 "영화를 하면서 좋은 배우를 만났을 때 그 배우를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이 늘 있는 것 같다. 다른 감독이 그 배우의 숨겨진 이미지들을 미리 훔쳐버려서 영화로 표현해버리면 굉장히 아까움이 느낌이 든다. 하정우씨가 그런 것 같다"며 "하지만 주인공이 아니라 출연을 제안하기가 쉽지 않았다. '꼭 해야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믿을 수 있는 배우이기 때문에 마음이 있다'라는 정도로 의사를 전달했는데 흔쾌히 출연을 결정해줘서 감사할 따름이다. 이번 영화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내 영화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배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장첸과 호흡을 맞춘 지아는 "내가 어려워하거나 불편해할 게 없을 정도로 다 맞춰서 얘기해주고 배려해주고 매너를 지켜줘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게 아무런 문제가 되질 않았다"며 "장첸과의 연기는 지금도 잊을 수 없고, 지금도 장첸이 보고 싶다. 정말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편 역의 하정우는 "나한테는 집중을 해서 짧은 시간에 끌어내는 것이 도리어 인물이나 흐름에 있어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어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층 부드러워지고 재미있어진 김기덕 감독의 14번째 영화 <숨>은 15세 관람가로 오는 4월
2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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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시간> 개봉과 함께 화제와 파문을
동시에 일으켰던 김기덕 감독. 그가 다시 호흡을 다지며 완성시킨 신작 <숨>(제작 김기덕 필름· 공동제작 씨네클릭
아시아, 스폰지)이 30일 첫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그는
이어 "지금은 힘, 에너지, 관심이 떨어져 무기력해지고 욕심도 없어진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하고 싶은 이야기는
10편이나 더 준비되어 있다"며 "지금까지 도와준 분들이 계속 도와준다면 모두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누가
뭐래도 열심히 영화를 만들겠다"고 강조하고 "나를 믿고 따라와 준 배우와 스텝들이 있어서 내가 계속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이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그는 "<숨>은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2'라고도 할 수도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 "감옥이란 갇힌 공간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긴 하지만 작은 공간이든 열린 공간이든 간에 우리의 삶도 그다지 그 사이클의 차이는 다르지 않는 것 같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의 계절의 변화만큼 마음의 변화는 누구나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숨>은 이미 죽음을 선고받고도 자살을 시도하는 사형수와 남편의 외도로 실의에 빠진 여자의 짧은 만남과 사랑을 통해
소통과 치유, 용서와 화해를 다룬다. 들이마시는 숨을 막고자 하는 사형수와 막혀오는 숨을 내쉬고 싶은 여자는 서로의
고통과 상처를 주고받으며 또한 그 상처를 어루만지고 함께 상처를 회복해간다. 결국 여자는 사형수와의 소통과 사랑을
통해 외도한 남편에 대한 증오와 상처를 털어내고, 용서를 구하는 남편과 화해한다. 외도한 남편과 결과적으로 자신도
불륜을 저지른 아내가 서로 모든 것을 덮고 새 출발한다는 결말은 쉽게 공감이 가질 않지만 "증오가 들이마시는 숨이라면
용서는 내쉬는 숨이다. 미움이 내쉬는 숨이라면 이해는 들이마시는 숨이다. 질투가 들이마시는 숨이라면 사랑은 내쉬는
숨이다. 우리는 숨이 막힐 때까지 증오하고 용서하고, 미워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는 감독의 생각은 충분히
전달된다. 여전히 김기덕 감독다운 간결한 이미지 속에서 파격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 표현방식에 있어서는 한결
부드러워지고 재미있어졌다. 현실 속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사형수에게 사계절을 선물(사계절을 맞춰 면회실을 꾸미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노래를 불러준다)한다는 판타지적인 설정을 넣어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약점을 극복한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힘은 배우들의 눈부신 연기에 있다. 대사 한마디 없이 눈빛과 표정만으로 증오와 고통으로 가득 찬 사형수의
내면을 애절하게 풀어낸 장첸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절제된 감정선을 유지하며 깊이 있는 내면 연기로 선보인 지아의
발견도 큰 수확이다. 언제나처럼 특별히 이렇다할 재미는 없지만 그의 영화가 흥미로운 건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