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석 감독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는 용기에 관한 이야기"

한국 최초로 스카우터를 소재로 한 영화 <스카우트>(감독 김현석, 제작 두루미 필름)가 5일 서울 용산CGV에서 기자시사회를 가졌다. <스카우트>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직전의 광주를 배경으로, 당시 ‘국보’로 불렸던 19살 고3 괴물투수 선동렬을 스카우트하기 위한 대학 야구부 직원의 9박 10일간의 눈물겨운 고군분투기를 담은 영화로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사랑하기 좋은 날>의 각본, < YMCA 야구단 > 연출, <슈퍼스타 감사용>의 까메오 등 야구에 관해서라면 두 손 두 발 벗고 나서는 ‘열혈 야구광’ 김현석 감독이 27년 동안 간직했던 꿈을 비로소 영화로 탄생시킨 작품이다. <1번가의 기적><만남의 광장> 등 올해 벌써 세 번째 영화인 코믹 지존 임창정이 괴물 투수를 영입하기 위해 광주로 파견된 주인공 호창으로, <주홍글씨><극장전><가을로>를 통해 개성 있는 연기력을 인정 받은 엄지원이 호창의 마음을 사로잡은 첫사랑 연인 세영으로, 세영을 짝사랑하는 광주 주먹 서곤태 역에 <목포는 항구다><화려한 휴가>의 박철민이, 선동열의 부모 역에 중견 탤런트 백일섭과 양희경 등이 출연한다. 한편 선동열 역은 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의 ‘순돌이’ 이건주가 맡았다.

이날 김현석 감독은 "시나리오 쓸 때부터 멜로라고 생각하고 만들었다"면서 "코믹 터치도 있고 정치적인 이야기도 무겁지 않은 수준에서 들어가 있지만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다. 또 좀 깊게 들어가면 주인공인 호창이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는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김현석 감독은 이어 "<화려한 휴가>의 세트가 없었더라면 이 영화를 찍을 수 없었다. 또 5·18에 대한 관객들의 인식의 범위도 넓어져 <스카우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모니터 일반시사를 해 본 결과 우리 영화를 <화려한 휴가>와 똑같은 상황으로 이해되는 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촌스럽지만 영화의 맨 처음에 '이 영화는 광주민주화운동 직전 10일간의 이야기'라는 자막을 넣게 됐다"고 말했다.

또 그는 "1980년 5월 광주에 선동열이 있었다는 아이러니한 사실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5.18에 대한 어떠한 정치적인 의견도 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고 강조하고 "재회한 두 주인공이 헤어지는 장애물로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화려한 휴가>의 프리퀄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때 촉망받는 대학 야구부 특수였지만 첫사랑간의 이별로 인해 운동선수의 꿈과 야망을 버리고 대학 야구부의 직원이 돼 국보급 투수 선동렬을 스카우트하러 광주로 내려간 이호창으로 분한 임창정은 "여운이 있는 마지막 부분이 너무 맘에 들어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히고 "사실 내 연기는 감독님의 편집으로 만들어진 것이지 내가 만든 게 아니다. 또한 이전까지 했던 모든 작품들 속에서 내가 맡은 역할과 연기는 다 비슷한 것 같다. 이번 영화를 통해 '내가 맞게 해야될 부분이 대개 많았었고, 그동안 내가 착각하고 연기를 했었구나'하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계기가 돼 뿌듯하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원래는 '운동도 안 되는 야구를 보기만 하지 왜 할까'하는 정도로 야구에 별 관심이 없었다"며 "하지만 이번 영화를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투구폼이라는 것을 배워봤는데 눈썰미가 좋아서 빨리 캐치하는 편인데 이번만큼은 쉽지가 않았고 영화 보면서 그 장면이 나올 때마다 너무 창피했다. 그래서 오기가 생겨서 지금까지도 현역 야구선수로부터 개인레슨을 받고 있는데 그때부터 야구가 좋아졌고 야구광이 됐다"고 말했다. 임창정은 내년에 친한 친구들과 야구단을 창단할 예정이라고,

호창의 대학후배이자 옛 연인 세영 역의 엄지원은 "세영이라는 인물은 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에 중심을 되는 인물"이라고 소개한 뒤 "아직은 내가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할 것이 더 많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가능한 한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 연기폭을 넓혀가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영화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루빨리 호창을 서울로 보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를 돕는 세영을 짝사랑하는 동네주먹 곤태 역의 박철민은 "나더라 5·18 전문배우라고 하는데 그 말이 배우에게는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이번 영화는 <화려한 휴가>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라 그런 부담 없이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 <스카우트>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직전의 광주를 배경으로, 당시 ‘국보’로 불렸던 19살 고3 괴물투수 선동렬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본의 아니게 광주로 급파된 한때 촉망받는 대학 야구부 특수였던 대학 야구부 직원 호창의 9박 10일간의 고군분투기를 중심으로 그 과정 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잃어 버렸던 열정과 꿈을 되찾고, 7년 전 아무런 이유 없이 절교를 선언한 채 떠났던 첫사랑 세영과의 재회 속에서 뒤늦게나마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깨닫고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는 과정을 코믹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예상하고 기대했던 선동열의 스카우트에 얽힌 비사(秘史)보다는 대학시절 연인이었던 그들이 왜 헤어졌는지에 대한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5.18 직전의 이야기지만 그 시대의 아픔을 '스카우터'라는 소재를 통해 유쾌하게 풀어낸 점이 기발하고 흥미롭다. 비극적인 시대 한가운데에 한국 최고의 투수가 있었다는 사실도 꽤나 아이러니하다. 또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농성하는 학생들을 폭력 진압한 호창과 광주시민들을 유혈 진압한 전두환을 매치시켜 이제라도 죄를 뉘우치고 사과하라고 간접적으로 촉구한다. 군데군데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논픽션과 픽션을 적절히 가미한 이야기 구성과 주·조연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더해져 충분히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능청스런 임창정의 특유의 코믹연기와 박철민의 코믹 애드리브는 여전히 큰 힘을 발휘한다. 반면 궁금했던 선동열의 스카우트에 얽힌 이야기는 그다지 흥미롭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선동열 주위의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도 좋지만 직접적으로 선동열과의 에피소드도 있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임창정의 어정쩡한 투구 폼은 옥에 티다. 한편 배우와 감독이 부른 '비광송'은 보너스. ‘비광詩’는 세영을 멈출 수 없는 짝사랑으로 어떻게든 연적 ‘호창’을 서울로 올려 보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동열 포획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동네주먹 곤태의 아이러니한 상황을 ‘비광’에 절묘하게 비유한 것.

김현석 감독이 2006년 가을 같은 대학 동문인 김철원 대표와 함께 설립한 두루미 필름의 창립작품인 <스카우트>는 12세 관람가로 수능 전날인 11월 14일 개봉한다. [스카우트]

2007.11.05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