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만석 "살인한다는 것이 종이 한 장 차이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한 동네 두 명의 살인마가 산다'라는 독특한 설정과 ‘모방범죄’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관심을 모았던 스릴러 영화 <우리동네>(감독 정길영, 제작 오브젝트필름·모티브시네)가 19일 오후 서울극장에서 열린 첫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우리동네>는 현재 드라마 '왕과 나'에서 내시 처선 역으로 출연중인 연기파 배우 오만석과 드라마 '하얀거탑'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후 '커피프린스 1호점'을 통해 더욱 탄탄한 인기를 얻은 이선균, 그리고 <천하장사마돈나><아들> 등을 통해 주연배우로 우뚝 선 류덕환이 캐스팅돼 제작단계부터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다. 특히 실제로 14년 지기 친구이기도 한 오만석과 이선균이 극중 친구로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출은 단편영화 <꽃시절>로 영화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출신의 신예 정길영 감독이 맡았다.

이날 정길영 감독은 "스릴러 형식을 띈 인간의 감정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릴러 영화처럼 대단한 액션이나 두뇌싸움이 있는 영화가 아니라 소박하고 작게 만든 소박한 영화다. 마지막에 약간의 감정의 울림을 느끼고 갔으면 하는 바램이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정길영 감독은 이어 "원래 시나리오에는 크게 일반적인 정서와 살인범의 정서가 있었다"며 "연쇄살인범의 코드인 보람이나 쾌락으로 세게 들어갈 수도 있고, 일반적인 감성으로 살인범이 나쁜 놈이니까 복수나 응징 차원의 드라마로 갈 수도 있었지만 <우리동네>는 두 가지 양극단을 배제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검은집>처럼 100% 사이코패스가 아니라 약간 아래 단계인 인간의 감정이 조금은 살아있는 캐릭터로 설정했다"고 덧붙였다.

살인마의 세레나데로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이라는 노래를 삽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제목만 보면 따뜻하고 훈훈한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잔인한 이야기다. 또 극단적인 경계, 살인자와 보통 사람과의 접점을 보여주기 위해서 삽입했다"고 설명했다.

살인의 본능을 갖고 있는 추리소설 작가 ‘경주’ 역을 맡은 오만석은 "내가 맡은 경주라는 주도면밀하고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날 것 같은 살인범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실패자 같은 인물이고 어쩔 때 보면 불쌍하기도 하고 얄밉기도 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하고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살인한다 것과 남을 가해한다는 게 종이 한 장 차이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극중 역할을 위해 싸이코패스와 연쇄살인범들이 한 인터뷰로 된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많이 했다"며 "촬영하는 동안에는 날카롭고 나도 모르게 말도 거칠게 나온 것 같아 성격이 좀 변한 것 같았지만 끝나고 나서는 다시 순해졌다"고 말했다.

친절한 동네주민이지만 알고 보면 엽기적인 살인 행각을 벌이는 비밀의 연쇄살인마 ‘효이’로 분한 류덕환은 " 내가 살인마 연기를 했을 때 어떤 반응이 나올까, 내가 한다면 다르게 재밌게 표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며 출연하게 된 이유를 밝히고 "원래 캐릭터를 연구하기 위해 비슷한 영화를 많이 보곤 했는데 이번 영화는 똑같은 살인마에 지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일부러 아무런 영화나 자료를 보지 않았다"며 "효이도 한 인간이고 싶었고 우리 동네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비춰지질 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극중 캐릭터를 위해 집안에서까지 칼을 들고 다니다가 어머니한테 쫓겨났던 적도 있다"며 "살인하는 장면을 찍기 전에는 너무 떨려서 무서웠고 악몽도 꾸고 했지만 찍을 당시에는 희열이라는 것을 이렇게 느끼는 사람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상반신 노출은 물론 뒷모습 전라노출까지 선보여 눈길을 끈 그는 "노출신이 많지만 몸을 만들려고 특별히 운동을 한 게 아니라 캐릭터 자체가 좀 날카로웠으면 했다"며 "전작인 '아들' 촬영이 끝나고 바로 찍었는데 '아들'에서 얼굴이 통통하게 나와서 저렇게 나오면 너무 순하게 나오면 안되겠다고 생각했고 감독님도 최소한 자신의 몸을 보호할 수 있는 몸이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촬영 들어가기 전에 열심히 운동하고 찍었을 뿐이다. 실제 몸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우연히 친구 경주의 살인을 알게 되면서 그의 살인을 은폐하기 위해 갈등하는 강력계 형사반장 '재신' 역의 이선균은 "'하얀거탑'의 올곧고 착하고 바른 이미지가 강해서 경주 역할을 통해 변화를 주고 싶었다. 또 내가 쫓던 범인이 절친한 친구라면 어떤 갈등을 할까가 너무 궁금했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며 "형사 중심의 스릴러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사처럼 보이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류덕환을 보면 자극이 많이 된다"며 "어린 나이게 어쩌면 이렇게 독할까, 나는 뭘 믿고 게으를까 반성을 많이 하게 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함께 한 영화에, 그것도 친구로 출연하게 된 14년 지기 오만석과 이선균은 "친구가 같이 한 영화에 나온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기분 좋고 설레는 일이다. 각자의 연기패턴을 잘 알고 있어 에너지 낭비가 없었고 너무 즐거웠던 시간이었다"며 소감을 전했다.

'모방범죄 스릴러'라는 장르를 표방한 <우리동네>는 동일한 수법의 끔찍한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한 동네를 배경으로 밀린 월세와 자신을 모욕하는 집주인을 충동적으로 살해한 뒤 연쇄살인사건으로 위장한 삼류 추리소설 작가 경주(오만석 분)와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경주에게 접근하는 순수함을 가장한 연쇄살인마 효이(류덕환 분), 그리고 우연히 친구의 살인을 알게 되지만 그의 살인을 은폐하려는 강력계 형사반장 재신(이선균 분) 사이의 숨겨진 충격적인 비밀과 관계, 심리적 대결을 그린 스릴러 영화다. 기존의 연쇄살인마를 소재로 형사와 범인의 대결이나 수사과정의 미스터리에 초점을 맞춘 스릴러 영화와는 달리 두 살인마의 대결과 관계에 대한 미스터리를 통해 인간의 살인본성과 모방범죄 심리를 파헤친다. '한 동네 두 명의 살인마가 산다'라는 독특한 설정과 ‘모방범죄’라는 소재, 서로에게 고맙기도 하면서도 밉기도 한 세 인물의 관계설정이 흥미롭다. 사건보다는 인물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탓에 스릴러 영화로서의 긴장감과 속도감은 떨어지는 편이지만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세 배우의 변신과 열연, 그리고 절묘한 앙상블이 또 다른 긴장감과 재미를 선사한다. 반면 살인마가 된 배경이 다소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또 칭찬을 받기 위해 경주가 살고 있는 동네로 와서 10년 전의 살인사건을 재현하는 효이의 심리를 엔딩에 폭발시키는 것보다는 중반부터 조금씩 드러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영화 <우리동네>는 18세 관람가로 11월 29일 개봉한다. [우리동네]

2007.11.19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