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폭력의 악순환 <구타유발자들> 언론 공개

- 원신연 감독 "낯선 사람이 주는 묘한 살벌함과 낯선 두려움"

석규, 이문식, 오달수 주연의 영화 <구타유발자>(감독 원신연, 제작 코리아엔터테인먼트)가 15일 오후 2시 서울극장에서 기자시사회를 가졌다. 영화 <구타유발자들>은 2004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며 코믹함과 살벌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독특한 소재와 밀도 높은 구성으로 일찌감치 영화계 내에서 심상찮은 주목과 관심을 받아온 작품으로, 한석규, 이문식, 오달수 등 주연배우들이 시나리오를 읽고 흥미진진한 전개와 특이한 소재, 캐릭터에 매료돼 단 한번만에 출연 결정을 해 더욱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날 시사회에는 원신연 감독과 출연배우 한석규, 이문식, 오달수, 차예련, 이병준, 정경호, 신현탁 등이 참석했다.

감독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건을 바탕으로 구성한 원신연 감독은 "단편작업할 때 장소헌팅갔다가 영화에 등장하는 똑같은 인물들을 만났고 삼겹살도 먹고 술도 마셨다. 근데 그들의 순수함이 나한테는 잔인한 폭력성을 다가왔다. 그 사람들은 우리들에게 성의 있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는데, 다른 생각으로 그것을 바라보는 자신이 부끄러웠고 솔직히 무서웠다"며 "그 순수한 모습을 보고 사회의 모순을 대비시키면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감독은 "같은 형식과 표현으로 영화를 하고 싶지 않았다"며 "상징적이고 철학적, 은유적인 표현을 많이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감독은 "거의 1시간 분량을 편집했다"면서 "관객들을 위해서 훨씬 비호감이고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들은 삭제했기 때문에 재밌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문제경찰로 180도 변신한 한석규는 "기회가 된다면 다양한 캐릭터와 모든 장르의 영화를 하고 싶다"며 "<구타유발자들>의 시나리오를 읽자 말자 이 영화의 어떤 인물이든 참여하고 싶었고 감독에게 부탁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악한 역할을 연기하면서 배우로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구타유발자들>은 내 출연작 중 <넘버3> 이후로 가장 독특한 소재, 주제, 형식의 영화"라며 "이 영화를 통해 왕따의 심각성과 폭력의 나쁜 점을 생각했으면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순박과 살벌을 시시각각 오가는 봉연 역의 이문식은 "동연이라는 인물을 꼭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비호감 외모의 소유자로 웃기면서 무서움을 일으키는 오근 역의 오달수는 "야외에서 마치 연극 한 편을 한 기분이었다"며 "더 극단적으로 가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의 유일한 홍일점 차예련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많이 웃기고 재미있게 봤다"고 소감을 말했다.

영화 <구타유발자들>은 젊은 제자를 벤츠에 태워 서울 외곽으로 빠져 나온 성악교수가 인적이 드문 강가에서 모종의 작업을 시도하다가 심상찮은 동네 토박이들을 마주치고 본의 아니게 그들의 잔혹한 사건에 휘말린다는 내용으로, '왕따 폭력'과 이로 인한 '폭력의 악순환'을 독특한 내용과 형식으로 풀어낸다.

여자 밝히기로 소문 자자한 성악교수 성연(이병준 분)은 평소 흑심을 품고 있던 제자 인정(차예련 분)을 빽(白)벤츠에 태우고 드라이브를 떠난다. 서울 외곽으로 향하던 중, 인적 드문 도로에서 신호위반하다 교통경찰 문재(한석규 분)에게 걸려 딱지를 끊는다. 이에 화가 난 성연은 문재를 놀리고 달아나고, 인적 드문 강가에 차를 세운 뒤 인정을 겁탈하려 들지만 인정은 뿌리치고 달아난다. 혼자 남은 영선에게 커다란 머리, 한철 내내 입었을 법한 깔깔이, 옆구리엔 사냥한 매, 손때(?) 묻은 방망이,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전형적인 비호감 외모의 소유자 오근(오달수 분)과 왕따 고등학생 현재(김시후 분)를 포대 자루에 담은 동네 또라이 홍배(정경호 분)와 원룡(신현탁 분)이 나타나고 겁을 먹은 성연은 달아나려 하지만 그만 벤츠가 웅덩이에 빠져 꼼짝 못하고 만다. 한편, 길을 헤맨 인정은 우연히 터미널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친절하고 순박한 봉연(이문식 분)을 만나 그의 오토바이에 올라타지만 다시 그 자리로 되돌아온다. 심지오 비호감 사내들이 삼겹살을 든 봉연을 향해 꾸벅 인사까지 한다. 심상찮은 그들은 삼겹살 파티를 열고 성연과 인정을 반강제적으로 초대한다. 하지만 '벤츠를 타고 가겠다'는 인정의 말 한마디가 봉연의 비위를 건들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황당오싹, 예측불허 상황으로 이어진다.

"순박하고 친절해 보이는 그들의 미소에서 낯선 사람이 주는 묘한 살벌함을 느꼈다. 그 '낯선 두려움'은 결국 그들에게 사소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아찔한 상황으로 이어졌다. 그때의 팽팽한 긴장감을 잊을 수가 없어 쓴 시나리오가 바로 <구타유발자들>이다" (감독 원신연)

왕따를 당한 한 남자의 잔인한 복수극이라는 내용이 '낯선 곳, 낯선 사람과의 만남'이라는 독특한 설정 속에서 새롭게 재탄생한다. 살벌하고 끔찍한 분위기 속에서 낯선 이들이 펼치는 엉뚱한 행동은 시종일관 예측불허 긴장감과 동시에 묘한 웃음을 던져준다. 한정된 공간과 시간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연극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점입가경의 시추에이션에 점점 말려드는 웃기고도 으스스한 상황을 전개해나가는 짜임새 있는 구성과 연출력이 돋보인다. 다소 폭력과 욕설이 다소 지나친 면은 있지만, 배우들의 놀라운 변신과 호연이 이 영화의 결점을 상쇄시킨다. 특히 순박과 살벌을 시시각각 오가며 경탄할만한 신들린 연기로 스크린을 압도하는 이문식의 색다른 변신과 그만의 특별함으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낸 오달수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과도한 폭력을 통해 비폭력을 중요성을 역설하는 감독의 의도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이지는 의문이다.

영화 제작사 엘제이 필름과 코리아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프라임 엔터테인먼트의 첫 배급작인 <구타유발자들>은 오는 5월 31일, 18세 이상 관람가로 개봉한다. [구타유발자들]


2006.5.15 / 글, 사진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