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인 1944년 문을 연 삼일극장은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의 수용소로, 그리고 극장쇼의 부흥기였던 1970년대에는 부산의 공연 문화의 메카였다. 그러나 1980년대이후 부산에 대형극장들이 자리잡으면서 관객 수가 점점 감소해 재개봉관, 동시상영관으로 운영됐었다. 하지만 최근 스크린 속에서 삼일극장이 등장하면서 다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를 비롯해, 많은 영화들이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동시에 지녔다는 점 때문에 이곳에서 촬영됐다. 특히 마지막 촬영 영화인 <삼거리극장>은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극장 내부의 모습을 구석구석 담아내, 영원히 필름 속에 남겼다. 소단과 혼령들이 신나게 춤과 노래의 향연을 벌일 수 있었던 유일한 장소 <삼거리극장>은 올해 2월 약 한달 동안 삼일극장에서 촬영됐다. 소단과 혼령들의 느닷없는 첫 만남이 등장하는 '자봐라 춤을', 에리사 공주의 안타까운 러브스토리 '라스트 프린세스', 그리고 천호진의 뮤지컬 연기가 돋보이는 '야만의 환영' 등 뮤지컬 명장면의 배경은 대부분 삼일극장의 실제 모습이다.
이제 더 이상 삼일극장을 볼 수 없다는 점은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11월에 만날 <삼거리극장>을 통해 추억을 되새겨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뮤지컬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 <삼거리극장>은 '활동 사진 보러 간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 할머니를 찾기 위해 낡은 '삼거리극장'의 매표소 직원이 된 소녀 '소단'(김꽃비 분)이 극장 안에서
밤마다 춤과 노래를 부르는 혼령들을 만나고, 이들과 함께 폐업 위기에 처한 극장을 구하기 위해 힘을 모으게 된다는
내용으로, 아역배우로 다수의 영화에서 경력을 다진 유망주 김꽃비를 비롯, 중량감 있는 명배우 천호진, 연극과 뮤지컬계에서
기량을 쌓아온 박준면, 한애리, 조희봉, 박영수 등이 출연한다. 삼일극장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낸 ‘삼거리극장’에서의
소단과 혼령들의 리얼 스토리는 오는 11월 23일 공개된다.
|
영화 <삼거리극장>(감독 전계수, 제작 프라임엔터테인먼트·LJ필름)의
실제 모델인 부산의 삼일극장이 도로 공사로, 조만간 철거될 예정이어서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62년의
역사를 마감하는 삼일극장은 멀티플레스 상영관에 비해 시설은 오래되고 낡았지만, <삼거리극장>의 배경으로는 안성맞춤이었다.
특히 영화의 설정과 유사한 30년대식 대극장, 그리고 현재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웅장하고 고풍스런 규모와 X자형
계단 구조를 가진 3층 로비는 전계수 감독과 스텝들이 삼일극장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가장 '삼거리극장’스러운
극장 로비는 '자봐라 춤을' 동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삼일극장의 장점과 미술팀의 손길이 더해진 판탁스틱한 공간으로
탄생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