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하는 작품들은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1978년부터 2003년까지 직접 촬영한 흑백 사진으로, 이란의 자연 경관을 간결한 프레임 속에 담아내고 있다. 미니멀한 화면 구도와 여백의 미학을 추구하는 그의 사진들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1987)나 <체리향기>(1997)같이 국내에도 잘 알려진 그의 영화 미학을 떠올리게 한다. 황량한 벌판 사이로 구불구불 나 있는 길이나 하얀 눈밭에 홀로 서 있는 겨울 나무 같은 이미지들은 우리 눈을 휘둥그레 만드는 자연경관의 스펙터클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이렇게 담긴 이란의 길과 나무, 산과 들판, 그리고 그 안에서 긴 걸음으로 걷는 한 사람의 모습은 자연과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로 우리를 이끌기에 충분하다. 그의 영화 속 한 장면을 정지시켜 사진으로 옮겨 놓은 듯한 작품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기계문명 속에서 상실한 무언가를 찾아 나서게, 곧 길을 떠날 채비를 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길과 나무를 주제로 이어지는 그의 사진작품을 통해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착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길 The Road'과 '무제 Untitled' 두 콜렉션은 키아로스타미와 이탈리아 토리노 국립 영화박물관이 공동 기획한 전시로, 런던 파리 뉴욕 도쿄 등 세계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격찬을 받은 바 있다. 한편 오는 9월 8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제2회 서울환경영화제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새로운 디지털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보일 계획이며, 사진전과 더불어 키아로스타미의 예술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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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환경영화제를 주최하는 (재)환경재단은 2회 영화제 개막에 앞서
이란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사진전을 연다. 전시는 오는 8월 26일(금)에서 9월 15일(목)까지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열릴 예정이며, '길 The Road'과 '무제 Untitled' 두 개의 콜렉션 총 84점의 흑백
사진작품을 선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