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이순신을 통해서 오늘날 한반도에 살고있는 우리들의 삶을 되짚어보는 영화"

'과거로 이동한 남·북한 군인과 청년 이순신이 만나다'는 다소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발상의 전환으로 관심을 끄는 영화 <천군>(감독 민준기, 제작 싸이더스픽쳐스)이 11일 기자시사회를 갖고 이순신의 숨겨진 과거를 공개했다. 총 8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 <천군>은 과거로 이동한 남·북한 군인이 우리가 알고 있던 조선을 구한 영웅 이순신이 아니라 7년 준비한 무과에서 떨어져 허랑 방탕한 세월을 보내고 있는 28살 청년시절의 이순신을 만난다는 내용을 기본 골자로 하고 있다. 이날 기자시사회에는 민준기 감독과 주연배우 박중훈, 김승우, 황정민, 공효진 등이 참석했다.

신인 민준기 감독은 상영에 앞서 "<천군>은 싸이더스픽쳐스의 33번째 작품이며 박중훈 선배님의 35번째 작품이지만 나에게는 첫 번째 작품이다. 앞으로 33번째, 35번째 영화를 만들 수 있은 감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상영 후 기자간담회에서 감독은 "처음에는 이순신 장군에 관한 영화로 기획이 되었는데 창작을 하는 과정에서 오늘날 이순신 장군이 우리에게 어떤 인물이었는가 주제를 찾게되었고 최종적으로 젊은 이순신 장군을 통해서 오늘날 한반도에 살고있는 우리들의 삶을 되짚어보는 영화가 됐다"고 영화에 대해 소개했다. 이어 감독은 "이순신을 소재로 한 기존의 영화와 방송처럼 익히 알고 있는 역사전 사건을 다루기보다는 유일하게 문헌상에도 잘 안 나오는 부분인 첫 무과에 떨어지고 다음 무과에 붙을 때까지 기간인 4년 간의 삶을 좀 더 깊이있게 파고자 했다"며 "영화의 많은 부분이 픽션이기도 하면서 많은 부분이 야사에 있는 것으로, 이를 재구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황하던 젊은 시절의 이순신 역을 맡은 박중훈은 "초등학교때 소풍가기 전날, 혹시 내일 비가 오면 어떡하나 걱정도 되고 재밌게 지낼 설렘의 마음 같다. 제발 이 영화가 부디 비 오는 영화가 안되길 바라고 약간 비가 오면 우산을 받쳐주길 바란다"고 들뜬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순신 역할을 하면서 " 재해석했기보다는 민준기 감독이 시키는 대로하겠다는 마음으로 했다. 왜냐하면 저보다도 감독님이 이순신 장군에 대해 수년간 오랫동안 연구하고 시나리오도 직접 썼기 때문에 감독님의 연기지도나 인물해석에 충실하게 따라간 것뿐이다"고 말했다. 전작인 <황산벌>과의 차이점에 대해선 "<천군>을 연기하면서 <황산벌>을 염두하고 연기를 하지 않았다"며 "<황산벌>은 장군에서 시작해서 장군으로 끝나지만 <천군>은 장군이 될 무렵에 끝난다"고 설명했다.

북한장교 역을 맡은 김승우는 "즐겁고 신나게 찍었다. 우리들이 촬영현장에서 느낀 감정을 안고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소감과 함께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황정민를 축하했다. 이어 그는 "근래 북한군에 대한 이미지가 과장되고 희화화된 것에 안타까워하던 감독님께서 멋있게 찍어 준다고 약속을 하셔서 출연했다"고 말했다. 남한장교 역을 맡은 황정민은 "비가 왔는데도 이렇게 찾아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린다. 재밌게 보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극중 MIT 출신의 핵물리학 박사로 출연한 공효진은 "지적이고 카리스마 있는 박사가 아니다"며 "<백 투더 퓨쳐>에 나오는 박사같은 이미지로, 머리는 아주 좋지만 행동은 다소 엉뚱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영화 <천군>은 공동개발한 핵무기 인수인계 문제로 대치하던 남·북한 군인이 때마침 기이한 기운을 갖고 들이닥친 혜성 때문에 433년 전 조선땅에 떨어지고 그 곳에서 7년 준비한 무과에서 떨어져 허랑 방탕한 세월을 보내고 있는 28살 청년시절의 이순신을 만난다는 내용의 역사 판타지물로, , 왜란으로 도탄에 빠진 나라에 신병(神兵)이 신출귀몰하여 적들을 섬멸했다는 조선왕조실록의 모호한 작은 언급에서 출발한 영화는, 신병의 정체를 '남북한 군인'이라고 설정하고 '현재 인물들의 과거로의 시간여행'이라는 SF적 상상력과 그리고 그곳에서 영웅 이순신이 아닌 방황하는 청년 이순신을 만나게 된다는 재기발랄한 상상력으로 영화를 만들어냈다. 영화는, 남북한 군인이 28살의 삐딱한 청년 이순신을 장군으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과 차츰 이순신의 영웅적인 면모가 드러나면서 과정을 중심을 전개된다. 이전에 익히 알고 있던 성웅이 아닌 방황하던 청년시절의 이순신을 영화적으로 새롭게 조명한 점은 재기발랄하고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한다. 여기에 박중훈 특유의 코믹한 연기가 더해져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이순신이 스스로 깨우치고 고뇌하는 감정변화에 대한 묘사는 너무 미약하며 영웅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계기 또한 다소 작위적이어서 후반부로 갈수록 드라마의 힘과 진실성이 떨어진다. 또, 인물들간의 갈등과 해소의 경계는 불분명해 이야기의 흐름을 끊어지게 한다. 극중 '같은 민족끼리 싸워서야 되겠소'라고 말하는 이순신 대사처럼, 분단의 현실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분명 영화 <천군>이 시사하는 바는 있지만, 지나친 민족주의는 다소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싸이더스픽쳐스가 제작하고 쇼박스 배급하는 영화 <천군>는 오는 7월 14일 개봉한다. [천군]

2005.7.11 / 글, 사진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 조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