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섯 인물의 관계를 복잡하게 풀어나가는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돋보이는 작품

5월 5일 오후 7시 30분 2005 전주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흐름'부문에 초청된 정강우 감독의 <책을 읽거나 비둘기 모이주기>의 상영을 끝으로 감독과 관객의 만남의 시간인 GV가 있었다. 영화 상영이 끝난 후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감독에게 끊임없는 질문 공세를 펼쳤다.

Q : 등장인물들이 얽히고 얽힌 복잡한 관계가 인상적이었다. 그런 소재를 이용한 영화가 많은데 혹시 참고한 영화가 있나.
A : 특별히 참고한 영화는 없다. 시나리오 설정 상 좀 더 집중도를 높히기 위해 인물들의 얽히고 얽히는 복잡한 관계를 이용한 것이다.

Q : 천사 남자가 굼벵이 춤을 추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나?
A : 특별한 의미보다는 지혜와 천사간의 독특한 로맨스를 나타낼 수 있는 장면을 생각하다가 이나중 탁구부의 한 장면이 문득 떠올라 착안한 것이다.

Q : 영화 <메멘토>가 생각났다. 플래시백을 자주 등장시킨 의도가 있나?
A : 영화 중간 중간에 등장 인물들의 복잡한 관계를 표현하기 위한 장치가 많아 장면 전환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영화의 전체적인 스타일과 맞아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 플래시백을 이용한 것이다.

Q : 영화 제목인 '책을 읽거나 비둘기 모이를 주거나'처럼 등장 인물 오키가 항상 그 두 가지 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A : 사회적 지위와 돈을 매개로 정략 결혼을 한 오키의 불행한 결혼 생활과 무미건조한 일상을 오키의 그 두 가지 행동의 반복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

Q : 산장 주인의 개라는 그 두 마리 개를 등장시킨 이유는?
A : 두 마리 개는 모두 실제 내가 집에서 키우는 개다. 엔딩 크레딧에 그 둘의 이름이 올라간 것을 보았을 것이다. 또한 등장 인물 오키는 7년 째 같은 집에서 살고 있는 내 아내이기도 하다.

Q : 영화 중간에 천사 이야기가 애니메이션으로 삽입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 그 장면은 무려 7분이나 된다. 오키가 천사 이야기를 하는 동안 그녀의 모습이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주변 인물들만 비추기에는 그 이야기가 너무 길었다. 지루하지 않게 관객의 상상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던 중 애니메이션을 생각해 낸 것이다.

Q : 촬영에 있어서 핸드-헬드를 고집한 이유는 무엇인가?
A : 감독인 내가 직접 촬영을 했다. 내가 원하는 카메라 워크를 위해서는 핸드-헬드가 편했다. 그리고 영화의 성격 상 굳이 픽스 촬영을 할 필요가 없었다.

Q : 간호사와 의사의 관계를 왜 부정적으로 그렸나?
A : 특별한 이유는 없다. 절친한 선배가 치과 의사이며 영화의 배경이 되는 치과도 그 분의 병원이었다. 시나리오에서 필요한 설정과 거기에 맞아떨어지는 배경의 일치를 강구하다 간호사와 의사의 관계가 등장하게 된 것뿐이다.

<책을 읽거나 비둘기 모이주기>는 여섯 인물의 관계를 복잡하게 풀어나가는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2002년 전주국제영화제에 <돼지멱따기>를 선보였던 정강우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이다. (사진 제공 : JIFF홍보팀)

2005.5.06 / 코리아필름 객원기자 김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