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홍상수 감독은 우선 칸 영화제 깜짝 초청된 소감에 대해 "크게 기대도 하지 않았고 배우와 스텝과 일한 것에 대한 일종의 보상으로 생각하니까 기분 좋다"며 밝히고 영화에 대해 "한 남자가 영화를 보고 나와서 영화의 영향 아래서 움직이는 하루이고 그러면서 점점 번져 나와 가지고 지금의 영화 속 이야기와 영화 밖 이야기 구조가 나왔다"고 소개했다. 이어 감독은 "내 영화 속의 모든 인물들은 여자든 남자든 어떤 면에서 나와 닮아있지만 어떤 한 사람이나 모델이 내 영화에 그대로 옮겨진 적은 한번도 없기 때문에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아니다"면서 "필요에 따라서 여러 삶의 조각들이 모아져서 하나의 살아있는 인물로 모아졌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감독은 "기본적으로 알 것 같은 구조를 주고 거기에 대해서 이렇게도 단면을 자를 수 없고 저렇게도 단면을 자를 수 없게 함으로 해서 그 몰반 자체가 하나로 정리가 안된 것 때문에 주는 아우라랄까, 살아있는 물건 같은 느낌을 항상 지향했다"고 말했다. 줌인, 내레이션 등 변화된 스타일을 선보인 감독은 "스타일이라기보다는 영화적인 도구이다. 줌인과 내레이션을 처음으로 썼고 어떻게 나올까 궁금증이 있었는데, 그것을 하고 난 이후의 느낌은 편했었고 아주 유용한 도구라고 생각이 든다"며 "스타일을 의식적으로 변화해보고자 한 것이 아니라 직감적으로 주어진 소재에 대해서 형식을 찾고 전념한 결과이다"고 설명하고 "줌인 촬영기법을 컷 대신에 사용했다. 줌인 하는 것 자체가 수사적인 효과를 갖고 있고 아무것도 아닌데도 그것을 함으로써 느낌을 다르게 만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날 감독은 최근 김기덕 감독의 새로운 배급방식에 대해 "이제까지 내 영화가 한번도 손익분기점을 넘은 적이 없다. 제작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다른 영화사에서 들어가 보니까 내가 배급이나 제작 구조에 대해서 관여하는 것이 힘들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래서 직접 영화사를 만들게됐다"라며 "이번 영화는 투자와 배급을 맡은 청어람 대표와 적은 숫자의 개봉관에서 최소 몇 주 정도는 보장받는 방식으로 협의중이며 곧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밝혔다.
영화 속 영화의 19살 소녀 영실과 영화 밖 여배우 역을 맡아 1인 2역이나 다름없는 배역을 소화해 낸 엄지원은 "구체적인 영실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특별한 시나리오는 없었고 짤막한 시놉시스만 있었지만 감독님을 만나 뵙고 감독님에 대한 굉장한 신뢰가 있었고 그때 당시 내면적으로 변화를 원하고 있었고 연기에 대한 색다른 갈증을 느끼고 있었던 상태였다. 그래서 이번 작품을 너무나 흔쾌히 기쁘게 하기로 결정을 했다"고 출연이유를 밝히고 "감독님과 처음 작업하는데 굉장히 재미있었다. 감독님의 영화는 원신 원 컷으로 가는데 그런 점 때문에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과 함께 대사와 대사 사이의 미묘한 감정들을 많이 주고받을 수 있었던 것이 너무 촬영하는 재미가 컸던 것 같다. 그러나 대사들마다 미묘한 디테일의 차이로 느낌들이 너무 변화되는 것들 때문에 촬영할 때 너무 힘이 들었다"면서 "여러 가지 배우로서 통과해야 하는 관문들을 많이 거친 것 같다. 끝내고 나서는 엄지원이라는 '사람'이 아닌 엄지원이라는 '배우'로서 연기를 보는 눈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그래서 나에게는 좋은 작업이었고 좋은 배움의 계기가 되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리고 그녀는 실제 자신의 직업과도 같은 여배우 역할을 연기하면서 "영화 속의 여배우 일뿐인데 관객들이 '엄지원이 저런 사람이었구나'하고 생각할까봐 우려와 걱정 때문에 사실 부담스러웠지만 촬영을 하면서는 전혀 그런 생각이 든 적이 한번도 없었다"며 "'영실'이라는 여자와 '엄지원'이라는 여배우는 생긴 것과 직업만 같았을 뿐이지 기존의 내가 해왔던 다른 연기처럼 또 하나의 연기였다"고 말하고 "촬영 순서가 거의 신별로 시간 순서 상으로 촬영을 해서 그 인물에 몰입해가는데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이 자연스럽게 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홍상수 감독 영화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고등학생 주인공 상원 역을 맡은 이기우는 "신인인데 감독님의 영화를 하게 돼서 영광이었다"며 말하고 "시나리오 없이 촬영 당일 아침에 뭔가 만들어서 보여드려야 되는 것이 제일 힘들었고 담배를 안 피우는데 담배 피는 장면에서 신체적으로 너무 힘들었지만 현장에서 워낙 편하게 해주셔서 다른 영화 때보다 많이 편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연기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고 배우는 입장이라 내 자신의 연기를 보고 점수를 매긴다거나 평가받기보다는 많은 것을 얻어가는 영화가 된 것 같아서 대개 만족한다"고 말했다. 영화 <극장전>은 영화감독 지망생인 삼십대의 동수(김상경 분)가 단편영화 '극장전(劇場傳)'를 본 후 우연히 영화순례를 하는 영화 속 여배우 영실(엄지원 분)과 만나 그녀를 쫓으면서 겪는 하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간암으로 투병 중인 선배감독의 회고전이 열리는 극장에서 단편영화를 보고 나온 동수는 우연히 영화 속 상원(이기우 분)의 첫사랑이자 여배우 영실과 만나게 되고 또 다시 선배감독의 입원비 모금을 위해 모인 동문회 자리에 참석한 그녀를 만난 동수는 선배감독이 입원한 병원으로 간 영실을 쫓아가 그녀와 하루를 보낸다. 그저 나약하고 위선적인 두 남자의 진부한 일상을 그린 영화는, 영화 속 영화이야기(극장전 劇場傳) 1부와 영화 밖 이야기(극장전 劇場前) 2부라는 독특한 구성과 영화 속 첫사랑 영실을 만난 상원의 하루와 영화 밖 여배우를 만난 동수의 하루를 위태롭게 겹쳐놓아 낯설게 느껴지게끔 만든다. 여기에 컷 분할없이 잦은 ‘줌인’을 통한 응시도 한몫 한다. 여전히 홍상수 감독 특유의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화법과 비틀린 유머 그리고 무미건조한 일상 속에서 위선적 욕망을 들추어내는 감독의 ‘일상성’은 반복되고 있지만 이전 작품과는 달리 한정된 인간관계가 아닌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 간의 한층 폭 넓어진 관계의 변화와 그만큼 다양한 에피소드 그리고 잦은 '줌인' 등의 방식으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홍상수 감독 작품들 중에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다.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세 배우의 조합도 묘한 앙상블을 이룬다. 하지만 결국 허무만 남는 '홍상수식 인간관찰기'의 반복은 예전만큼 새롭지도 낯설지도 않게 느껴진다. 홍상수 감독이 직접 설립한 '전원사'에서 첫 번째로 제작한 <극장전>은 청어람의 배급을 통해
5월 27일 개봉된다.
|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주의 감독 중 한 명인 홍상수 감독의 여섯 번째 작품 <극장전>(제작 전원사/공동제작 MK2)이 11일
기자시사회를 가졌다. 김상경, 엄지원, 이기우 주연의 이 영화는 최근 칸 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깜짝 초청돼 화제를
모았다. 특히 이날 시사회는 영화 속 배경이자 주인공인 동수가 영화를 관람한 극장인 시네코아에서 시사회를 가져 색다른
느낌을 선사했다. 이날 기자시사회에는 홍상수 감독과 주연배우인 김상경, 엄지원, 이기우 등이 참석했다. 
<생활의
발견>이후 다시금 홍상수 감독과 호흡을 맞춘 김상경은 "두 번째 작업이라 좀 만만하게 편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활의
발견> 때보다 몇 배는 더 힘들었다. 왜냐하면 작품을 만들어 가는 방식과 방향이 점점 변화시는 감독님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제껏 촬영했던 작품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같다"고 토로했다. 또, 그는 "<극장전>의 동수가 오히려 <생활의
발견>에서의 경수보다 나하고 일치점이 많질 않아 연기를 하는데 있어 머리가 아플 정도로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이에
홍상수 감독은 "같이 일을 했었기 때문에 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야되고 끌어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며 "같은 연기
연출방식으로 하면 이전과 비슷한 인물이 나올거라고 생각했고 첫날 촬영 때부터 상경씨가 연기를 했을 때 자연스럽게 했어도
내가 틀렸다는 식으로, 어떤 내부에 깁스하는 식으로 어떤 것을 일부로 못하게 하도록 했다"고 말하고 "대개 힘들었을
텐데 열심히 해주었고 좋은 결과 나온 것 같다"고 칭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