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승재 대표 위원장께 부탁…신인감독이라는 점과 가와이 겐지 음악감독 참여해

오는 4월 28일부터 열리는 제6회 전주국제영화제 개·폐막작품으로 전주국제영화제의 특별프로젝트인 <디지털 삼인삼색>과 송강호, 유지태 주연의 <남극일기>(감독 임필성, 제작 싸이더스)이 각각 선정됐다.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집행위원장 민병록)는 28일 오후 5시 서울 명동에 위치한 세종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 영화제의 개·폐믹작 및 상영작 라인업을 발표했다.

개막작 <디지털 삼인삼색 2005>(사진 위)은 전주국제영화제가 1회부터 야심차게 시작한 특별프로젝트로 아시아 3개국 3명의 감독이 참여해 각 30분 분량의 디지털 단편영화를 제작한 뒤 하나로 묶어 상영하는 디지털 영화제작 프로젝트로, 올해에는 한국의 송일곤 감독과 일본의 츠카모토 신야, 그리고 태국의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이 참여했다. 송일곤 감독이 원 신 원 커트라는 형식적인 실험을 시도한 <마법사(들) Magician(s)>(사진)는 ‘매지션’이라는 밴드의 멤버였던 자은이 자살한다. 이 후 밴드는 해체되고, 멤버들은 12월 31일 강원도 산골의 바에 모여 자은을 기리는 자리를 가지며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이다. 송일곤의 페르소나인 장현성과 오랜만에 스크린을 찾은 정웅인이 자은의 남자친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그리고 태국의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다큐멘터리 <세계의 욕망 Worldly Desires>은 인류가 멸망한 이후, 인간의 모습을 깊숙이 간직했던 정글이 기억을 끄집어내어 인간을 모방해 세상을 다시 창조한다는 내용이다. 이밖에 <쌍생아>, <6월의 뱀>등으로 유명한 일본의 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폐쇄공포증적 호러영화 <혼몽 Haze>는 잠에서 깨어난 한 남자가 자신이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을 알고 여기가 어디인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하지 못한 채 패닉 상태에 빠지면서 그곳을 탈출하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감독 자신이 직접 주연과 감독을 맡았다.

<디지털 삼인삼색>이 전주국제영화에서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민병록 집행위원장은 "세계적으로 많은 국제영화제에 다녀봤는데 많은 영화제 관계자들이 '전주국제영화제'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올린 것이 '디지털 삼인삼색'이었다. 그리고 2004년에 만든 디지털 삼인삼색이 많은 국제영화제에 초청이 되고 일본에서는 극장에서 상영까지 됐다"면서 "영화제의 이미지이자 상징인 디지털 삼인삼색을 통해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세계의 많은 영화제에 소개하기 위해 결정을 했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또 "올해 디지털 삼인삼색의 세 작품 모두가 '환상과 현실'이라는 비슷한 주제를 가지고 있어 개막작으로 상영해도 되겠다"고 덧붙였다.

폐막작품으로 선정된 <남극일기>는 극의 도달불능점을 정복하려는 6명의 남극탐험 대원의 욕망과 파멸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로 연기파 배우 송강호와 유지태가 출연하고 <소년기>, <베이비> 등의 단편 영화로 일찍부터 영화계의 기대주로 촉망받아 온 임필성 감독의 데뷔작이다. 특히 <남극일기>는 총 제작비 80억이 투입된 한국형 블록버스터 상업영화로 제작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이에 대안영화와 디지털영화 그리고 아시아 독립영화를 주로 소개하고 있는 전주국제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선정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민병록 집행위원장은 "시나리오, 촬영기간 등으로 많은 시간이 걸렸고 후반기 한국영화의 최고의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품이다"며 "전주국제영화제와 이미지가 맞느냐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지만 <남극일기>는 정말 독립영화 같은 6명의 사람들이 남극을 탐험을 하는 그런 과정에서 스릴과 죽음과 삶을 이야기하는 영화이고 거대한 인원이 동원되는 영화도 아니다. 그리고 임필성 감독도 데뷔작이기 때문에 폐막작으로 선정을 했다"고 선정이유를 밝히고 "올해 마스터클래스에 초청된 가와이 겐지 음악감독이 <남극일기>의 음악도 담당했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이유이다. 선정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덧붙였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남극일기> 제작사 싸이더스 차승재 대표는 "<남극일기>는 단순한 호러영화나 미스터리 영화가 아니라 인간의 심연 속에 어떤 본성들이 있는지, 인간들이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그 본성들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인간에 중점을 둔 영화"라며 "다만 남극으로 원정간다는 것은 극형식과 호러 미스터리한 느낌을 담으면서 대중들과의 접점을 찾은 영화"라고 말했다. 이어 폐막작품을 선정된 계기에 대해선 "국내외 영화제 많이 있지만 타이밍이 맞기가 굉장히 힘들다. 개봉이 된 다음에는 영화제의 개막작이나 폐막작으로 가치가 없고, 몇몇 우수한 영화제에 초청이 되면 월드프리미어로 하기가 힘들다. 그런데 국내 영화제에서 폐막작을 하는 경우에는 해외영화제에선 그것을 월드프리미어로 새롭게 인정을 해주는 부분이 있어서 부담이 없다"면서 "<남극일기>가 상업영화라 더욱 타이밍을 맞추기가 상당히 힘들었는데 이번 기회에는 잘 맞아떨어졌다. 또 다른 이유는 내가 1회때부터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이었고 위원장님께 저희 영화를 해달라고 부탁했고 특별히 허락을 해주셔서 하게되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함께 참석한 임필성 감독은 "아직 마무리하는 상황이다. 최선을 다해서 폐막작으로 섰을 때 좋은 완성도로 관객들에게 다가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히고 "스케일과 배우 등 외형적인 요소가 큰 영화이기 하지만 이 영화에서 하려고 했던 것이 명확했기 때문에 큰 부담감은 없었다"며 "연기자들을 통제하려는 연출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열어놓고 촬영했으며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면밀하게 협의를 했는데 송강호 선배나 유지태씨가 지지를 해줬다. 또 연극 출신 선배들도 엄청난 열의를 보여줘 행복한 촬영이었다"고 말했다. 임희철 프로듀서는 "남극인 뉴질랜드에서 좋은 성과를 가져왔다. 기대하셔도 좋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한편, 제6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자유, 독립, 소통’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오는 4월 28일(목)부터 5월 6일(금)까지 9일간 30개국 170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2005.3.28 / 코리아필름 조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