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연기자들의 힘 <고독이 몸부림칠 때> 기자 시사 열려...

- 젊은이들과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통해 노인들의 삶과 사랑을 담아...

주 현, 송재호, 김무생, 양택조, 선우용녀, 박영규 등 국내에 내노라 하는 중견 베터랑 연기자들이 대거 출연해 관심을 모았던 <고독이 몸부림칠 때>가 8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충무로의 대한극장에서 기자시사회를 열고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기자시사회에는 제작사 마술피리 오기민 대표와 이수인 감독 그리고 출연배우 주 현, 박영규, 양택조, 선우용녀, 진희경, 이주실 등이 참석했다.

영화 상영에 앞서 이수인 감독은 "작년 10월 촬영을 끝내고 이렇게 6개월 여만에 개봉하게돼 기쁘고 많이 떨린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첫 데뷔작인 이수인 감독은 그동안 10여 편의 연극 작품을 연출하는 등 연극계에서는 베테랑 연출가로 유명하다. 감독은 "우리 시대의 필요한 영화라고 확신하고 영화를 만들었다"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관록의 연기자들이 대거 출연하는 만큼 부담감이 많았지만 '초짜 감독'을 끝까지 믿어줘서 무사히 영화를 마쳤다"며 말했다. 그리고 감독은 "내가 생각하는 재미있는 코미디는 일명 '진지한 코미디'로 진지한 상황 속에서 진지하게 연기할 때 생기는 코미디가 진짜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배우들에게 애드립이나 과장된 연기보다는 진지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부탁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흥행 때문에 다소 노인들의 모습이 젊은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어른신과 젊은이가 다르지 않다는 전제로 출발했다. 노인들도 우리 젊은 사람들과 똑같이 연애도 하고 싸우는 등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노인들만의 폐쇄적인 정서를 전달할 필요는 없었고 가급적이면 젊은이들과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자 한 것이 그런 느낌을 들게 한 것 같다"며 답했다.

극중 물건리 사건 사고의 중심인물인 배중달 역을 맡은 주 현은 "큰 화면(스크린)을 통해 보니까 연기 쪽에서 좀 오버한 것 같아 아쉽다"라며 소감을 밝히고 "자기 몫을 충분히 잘 해준 동료 연기자들의 연기에 박수를 보낸다. 시골 마을의 풍경을 잔잔하게 담은 것 같다"며 관객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극중 배중달의 동생 중범 역을 맡은 박영규는 "나도 나이가 많은 편인데 이번 영화에서는 가장 어려서 선배님들과 연기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최선을 다했고 나에게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영화"라며 "이런 영화가 (흥행을 떠나서) 자주 접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며 말했다. 그리고 철없는 노인네 홍찬경 역을 맡은 양택조는 "더 이상의 연기가 나올 수 없을 정도로 모두가 정말 잘했다"라며 "웃긴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영화인 줄 몰랐다"며 만족했다. 중범을 짝사랑하며 순아 역을 맡은 진희경 역시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다"라며 "마음 따뜻하고 흐뭇하면서 의외의 반전이 있어 관객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한 양택조의 건망증 심한 아내로 분한 이주실도 "한편의 아름다운 서정시를 읽은 느낌이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한편 제작사 마술피리 오기민 대표는 "노인들만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영화"라며 기존 한국영화에서 많이 소외됐던 부분(노인들의 삶)에 많이 천착하려고 했다"고 제작의도를 밝혔다.

영화 <고독이 몸부림칠 때>는 남해의 시골 마을 물건리를 배경으로, 노총각 동생 중범(박영규 분)과 앙숙 진봉(김무생 분)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중달(주현 분)을 중심으로 위자료로 받은 섬을 보기 위해 마을을 찾은 송여사(선우용녀 분)와 그녀에게 반한 철없는 노인네 찬경(양택조 분)과 손녀딸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필국(송재호 분) 등 시골 마을 고독한 노인네들의 삶과 사랑을 유쾌하게 그린 작품이다. 각각의 독특하고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중견 연기자들의 호연과 재치로 조화를 이루며 다양한 노인들의 삶을 적절하게 배분한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특히 주 현, 송재호, 양택조, 김무생, 박영규 등 탄탄한 연기력과 순발력을 지닌 베테랑 중견 연기자들이 선사하는 화려한 연기 앙상블이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한국영화에서도 외국의 경우(잭 니콜슨, 안소니 홉킨스 등)에 못지 않게 중견 연기자가 주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시도라는데 의의가 있는 작품이다. 반면 극의 내러티브 구조가 단조로워 극의 긴장감을 긴 호흡으로 끌어가지 못하는 단점이 있으며 노인들의 애환이 웃음 속에서 잘 표출되지 못해 감동까지는 주지 못한다. 또한 꿈을 통해 두 형제의 갈등이 화해되는 설정과 종반 중범이 게이라는 설정은 극적인 효과는 주지만 극의 리얼리티를 떨어뜨려 휴머니티에 대한 감동이 다소 반감된다.

<고양이를 부탁해>, <장화, 홍련> 등을 제작한 마술피리의 세 번째 작품 <고독이 몸부림칠 때>는 쇼박스가 배급하고 오는 3월 19일 개봉한다. (사진 왼쪽부터 배우 이주실, 양택조, 주현, 진희경, 박영규, 감독 이수인) [고독이 몸부림칠 때]


2004.3.08 / 사진 정조웅 기자,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