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송군 주왕산 주산지 호수 내에 만들어진 암자 세트는 산 속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어 묘한 기운을 품어내면서 주산지의 비경이 되었던 것. 하지만, 이를 감상할 수 있었던 것도 잠시, 세트를 보존하려던 청송군과 제작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철거작업에 들어가게 된 것. 주왕산국립공원에 자리잡은 주산지는 조선 숙종 때인 1720년에 착공해 1년 만에 만들어진 인공 호수로 길이 100m, 넓이 50m, 수심은 7-8m로 크지는 않지만,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물이 말라 바닥이 드러난 적이 없는 곳. 세월을 겪으면서 연륜의 깊이가 더해진 주산지는 물 속에 반쯤 드리워진 버드나무들로 더욱 운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이런 경관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화의 촬영 세트가 들어서면서 제작기간동안 관광객과 사진가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부상하기 시작한 것. 한 인간의 일생을 통한 순수와 고통의 변화가 펼쳐지는 공간을 만들어 내기 위해 영화 제작진은 3억 5천만원의 비용과 3개월에 걸친 기간 동안 전통예술장인들과 미술가 등의 협력으로 암자세트를 만들어냈다. 연못 위에 약68평의 바지선 같은 정사각형의 터를 만들고 그 위에 건물을 올린 것으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물 위를 부유하는 사찰이 띄워진 것. 그렇게 만들어진 암자는 주변의 산, 물 속에 뿌리를 내린 나무들을 포함한 수려한 자연의 모습과 어우러져 마치 선세계에 들어선 듯한 신비함을 자아냈다. 애초에 제작진은 주산지 관리를 맡은 국립공원관리 공단 측으로부터 환경보호와 관리상의 문제로 촬영 완료 후 철거를 조건으로 세트장 설치를 허가받았다. 하지만, 제작기간동안 촬영지를 보려는 관광객이 몰리면서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판단한 청송군은 주산지 입구에 주차장과 주산지 연못 주변으로 산책로를 만들 계획으로 국립공원관리 공단에 철거보류를 요청했으나 결국은 철회된 것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호수 위의 암자의 절경이 만들어낸 아늑한 기운에 취했었던 관광객들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 중에는 사찰세트를 자신이 그대로 옮겨 보관할테니 살수 있는지 제작사에 문의를 하면서 아쉬운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결국, 주산지의 비경을 이루던 물위를 떠다니는 암자의 모습은 영화에서만 확인할 수 있을 듯 하다.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은 악의 없이 저지르는 폭력(봄, 유년), 사랑과 욕망(여름, 청년), 집착과 분노(가을, 중년)를 겪은 후 비움(公)으로서 평화를 얻어나가는(겨울, 장년)과정,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삶 (그리고 봄, 또 다른 유년)을 담아낸 작품. 사계절의 흐름을 담기 위한 약 1년에 걸친 제작기간, 기획부터 배급까지 해외 제작, 배급사와의 사전 협력이라는 새로운 제작 방식으로 한 감독을 세계적 문화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인간의 욕망과 극단적인 삶의 이미지들을 그려왔던 김기덕 감독의 전작들과는 색깔이 다르다는 점에서, 그의 변화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02년 5월에 '봄' 촬영을 시작으로 2003년 3월 29일 '그리고 봄'분량까지 촬영을 끝낸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은 5월까지 독일에서의 후반작업을 마친 후 국내에서 막바지 작업을 거쳐 9월중에 일반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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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전작들을 통해 끊임없이 인상적이고 강렬한 미술감각을 선보이던 김기덕 감독의 9번째 작품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제작
LJ필름)의 주산지 암자 세트가 철거될 위기에 처해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