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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조성대

한국산악계에서 늘 새로운 도전을 기획하던 그는 리더로서 발군의 능력을 발휘했다. 모두가 세계적으로는 더 이상 관심의 대상도 아닌 철지난 등반, 즉 최초, 최고라는 수식어를 붙인 약간 억지춘향식의 등반은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그런 등반 대부분은 국내 언론매체의 입맛에 맞고 스폰서링이 비교적 쉬워 경제적인 지원이 따랐지만 그것은 그가 지향하는 바는 아니었다. 그가 해왔던 모든 도전은 그런 식이었다. 어려운 루트는 피하고 쉬운 길을 통해 정상에만 관심이 있던 시절, 그는 알래스카 매킨리의 캐신릿지 루트(1988)를 등반가로서 전성기를 넘기 30대 중반의 나이에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성공했다. 그 이후 구 소련의 코뮤니즘 봉(7,495m)과 코르제네프스카야 (7,104m) 등반, 매킨리 어메리칸 다이렉트와 키차트너 스파이어 등반, 키르키스탄의 악수 북벽 등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큰 의미가 있고 평가받는 등반만을 골라 했다. 그리고 1995년과 1997년 가셔브럼4봉 등반을 통해 세계 최초의 루트 '코리안 다이렉트'를 만들며 전 세계가 찬사하는 대단한 업적을 이뤘지만 국내에서는 평가절하를 받았다. 그것은 옭고 그름이 분명한 그의 휘지 않는 성격 탓 때문이었다. 보수적이었던 한국산악계에서는 도전적이고 전진, 후진만이 용이한 불도저 같은 그를 선호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반면에 그는 시와 음악을 좋아하고 슬라브코의 추모식을 열며 그 앞에 핀 꽃들을 보고 '슬라브코의 정원'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큼 순수한 감정의 소유자였다. 안타깝게도 그는 영화의 완성 직후, 산악인들을 대상으로 열었던 시사회에 참석하고 2012년 8월 키르키스탄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유학재

한국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인정받는 유학재는 이미 어린 시절부터 유명했던 한국의 대표 산악인이었다. 경동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였던 조성재와는 스포츠 팀의 감독과 주장 같은 관계로 함께 많은 원정대를 이끌었다. 그는 가셔브럼 4봉 등반이후 어느 날 집안의 쌀독이 빈 것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은 후, 10년 동안은 해외원정을 포기하고 가족들을 위해 생활의 안정을 위해 살았다. 그 이후에는 가셔브럼 4봉에서 슬라브코의 단독등반에서 느낀 바가 있어 현재는 더 이상의 대규모 원정등반을 안 하고 미답봉 중심으로 몇 명의 원정대원만으로 정상을 오르는 알파인 스타일로 등반을 계속하고 있다. 2011년 박영석 대장의 실종 때에는 현지에서 오르려던 산을 포기하고 달려가 후배의 구조를 위해 구조대 대장으로서 진두지휘를 하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장난 끼가 많고 개구져서 '개고기'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격이 없는 성격이지만, 예리한 판단력과 결단을 내리는 등반가이기도 하다.

김동관

우연히 잡지에 난 산악회원 모집공고를 보고 산의 세계에 들어섰다가 평범하지만 열심히 산을 다녔다. 그러나 별로 눈에 띠지도 않던 순둥이 스타일이었던 그가 첫 해외원정이었던 가셔브럼 4봉 등반에서 '코리안 다이렉트'라는 최초의 루트를 만들며 정상까지 올라가는 산악인이 되었다. 현재는 충남 공주에서 돌 조각을 하는 석공으로 살고 있다.

방정호

전라도가 고향인 그는 우연히 강릉에 놀러갔다가 그곳 산악회의 산행에 참여했다가 그 산악회에 입회하면서 산의 세계에 빠졌다. 그 역시 첫 해외원정이었던 가셔브럼 4봉 원정에서 정상까지 올라 주위를 놀라게 했는데 이후에는 1,400터의 직벽을 올라야하는 아민부락 (5,900m)과 가셔브럼 4봉 캬라반 길에서 눈 여겨 보았던 그레이트 트랑고(6,237m)를 올랐다. 그리고 불혹의 나이가 훌쩍 넘은 2012년 아이거벽을 올라 아직 건재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가셔브럼 4봉 원정 당시 모두가 방정호가 활동 지역이었던 강원도 출신인 줄 알았다가 나중에 고향이 전라도임을 알게 된 후 붙여준 '불량감자'가 아직도 그의 별명으로 불린다. 현재 수우너에서 간판업에 종사하고 있다.

故 황기룡

대구 청동고 시절부터 산을 올랐던 그는 1993년 한국산악회 대구지부에 입회를 하며 정통 산악인으로서의 길을 걷는다. 동계 안나푸르나 등반과 알프스 등반, 알래스카 매킨리 등반을 통해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가셔브럼 4봉 원정대에 합류하며 최초의 루트 '코리언 다이렉트'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다. 너무나 어려웠던 첫 번째 난코스를 보며 모두가 한숨만 내쉬고 있을 때 그가 너무나도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해결을 했고 정상 직전까지도 힘이 들 때마다 앞장서서 루트를 만들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제트기류와 함께 불어 닥친 강추위에 동상이 악화가 되고 추락으로 인한 부상 때문에 결국 정상에 올라가지 못하고 하산을 해야만 했다. 그것이 한이 맺혔었는지 그는 죽음의 산이라 불리는 K2를 2000년 등정하고 한동안 생계를 위한 생활인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산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어 알프스 등반을 시작으로 다시 산으로 돌아왔고 안타깝게도 2011년 가셔브럼4봉 원정대의 등반대장이었던 유학재와 같이 떠났던 히말라야 파리납차 등반을 성공하고 하산 도중 사망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