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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이 두려웠다면 진작에 그만두었을 것이다. 낚시 바늘 끝 미늘에 걸린 외로운 두 남녀의 극단적인 사랑(섬)도 그랬고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를 창녀로 만드는 남자(나쁜 남자)도 그랬다. 하다못해 장동건이라는 빅스타를 캐스팅해 욕망에 저격 당한 군인 남자의 이야기(해안선)를 내놓았을 때도 스타성에 의존하기로 했는가, 라는 비아냥거림이 흘러 나왔다. 그러나 이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서 연이은 수상을 했고, 결국 원조교제가 소재인 영화 <사마리아>로 2004년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을 거머쥐고야 말았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과 영화인들이 충격 그 이면에 있는 김기덕 감독의 시선과 이야기에 손을 들어주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베를린이 은곰을 쥐어주지 않았어도 김기덕 감독은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그가 끔찍하고 잔인한 것도 역시 삶이라며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삶의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감독이기 때문이다. 그가 생각하는 삶이나 사랑은, 혹은 그것들 이 품고 있는 지옥의 공간은 외면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기덕 감독은 스스로 길 위에 서는 작가이다. 그에겐 아직도 가고 싶고 가야 할 무너진 길들이 많다. 그는 두려울지언정 물러서지 않는다. 감독 김기덕이 두려워하는 것은 비난이 아니라 삶이 없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이번 영화 <빈 집>을 탄생시켰고, 제61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더 이상 '충무로의 이단아', '저예산 작품의 비주류 감독'이 아닌 전세계가 인정하는 '주류 감독'으로서의 그의 위치를 확실히 하게 됐다.

Q. 영화는 어떻게 구상 되었나?

A >작년쯤 집 열쇠구멍에 붙은 전단지를 떼어내면서, 며칠씩 전단지가 붙어 있는 집은 빈 집이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아무도 문을 열고 들어가지 않는 빈집에 대한 이미지가 외롭고 단절된 사람의 이야기로 이어졌고, 그런 빈 집을 열고 들어가 따뜻하게 채워주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빈 집안에 있던 텅 빈 여자와 함께 그 남자 역시 채워져 가길 바라게 되었다.

Q. 영화 <해안선> 때부터 스타캐스팅에도 마음을 쓰는 것 같다. 배우들의 캐스팅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A > 이승연이 스타인지는 잘 모르겠다. 서로의 영화와 연기에 관심이 있었고 나는 이승연 같은 배우가 필요했을 뿐이다. 태석 역의 재희는 직접 만나보고 결정하게 되었다. 실제로 만나서 얼굴을 보고 얘기를 나누다가 '이 사람이다'라고 생각하게 됐다. 좋은 영화가 나올 것 같았고 좋은 배우가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할까.

Q. 영화 <빈 집> 촬영 중 힘들었던 부분은?

A> 늘 그렇듯이 바쁘게 찍었지만, 역시 단시간에 영화 촬영을 끝내는 것이 제일 힘들다. 전부 130씬 인데 13일 만에 촬영을 마쳤으니 하루에 10씬 정도씩 진도를 나간 셈. 그런데 나와 일을 하는 사람들이나 하려는 사람들은 내가 이렇게 빨리 찍는걸 이미 다 안다. 처음 하루, 이틀은 다들 힘들어 하는데 금새 적응해버리니까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