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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트럭>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 및 촬영 준비과정은 어땠나?
: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심사 중에 만났던 작품이었다. 당선작은 아니었지만 그때 읽었던 시나리오 100여편 중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고 독특했던 작품이었다. 한국영화로서 스릴러 장르를 꽤나 재미있는 방식으로 풀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촬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금 아쉬웠던 점은 연쇄살인범을 직접 만날 기회가 없어서 책, 동영상 등의 자료들을 통해 그 캐릭터를 고민해야 했다는 점 정도.

2. <트럭>은 어떤 영화인가?
: 일단 스토리적으로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던 한 트럭운전사가 갑자기 쓰러진 어린 딸을 치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본의아니게 안좋은 쪽으로 일이 풀리면서 상황이 점점 더 걷잡을 수 없이 꼬여간다는 이야기. 그 안에 우연히 연쇄살인범도 만나게 되고 이런저런 해프닝이 생기게 된다. 영화를 보다보면 점점 변해가는 인물들의 심리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장르로 보면 스릴러이긴 한데 지금까지 있었던 스릴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론 아직까지 없었던 스릴러로 풀고자 했다.

3. 이 영화에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연출 의도는?
: 이 영화가 촬영을 먼저 했지만 개봉일이 늦다 보니 자꾸 먼저 개봉한 <추격자>와 비교되는 것 같다. 시나리오 상으로 연쇄살인범이라는 모델이 <추격자>가 실제 연쇄살인마 유영철을 놓고 쓴 것이라면 <트럭>은 꼭 유영철 이야기를 담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물론 준비과정에서 유영철 관련 책도 많이 참고했지만 개인적으로 그 책들을 보면서 너무 잔인하고 끔찍함을 느꼈다. 감독 입장에서 이 영화는 연쇄살인범에 대한 실질적인 느낌의 영화가 아니라 정말 영화적인 스릴러로 풀고 싶었다. 실제를 연상시키는 리얼리즘과 관계없이 정말 영화적인 상황과 영화적인 캐릭터로 표현하고자 했던 작품, 이 영화는 그런 의도를 가지고 찍었다. 그리고 연쇄살인범보다는 애초에 정철민이라는 한 평범한 인물이 뜻하지 않은 지옥 같은 상황 속에 떨어졌을 때 그 속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식으로 살아남을까 하는 쪽에 포커스를 두었다.

4. 극중 '정철민'은 어떤 인물인가? 유해진을 캐스팅한 이유는?
: 정철민 이라는 인물 해석에 대해서 초반에 유해진과 나의 의견이 좀 달랐다. 나는 좀더 순박하고 어리숙한 인물로 생각했는데 유해진은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느냐 라는 의견이었다. 그래서 캐릭터에 대해서는 촬영을 진행하면서 서로 많은 의견을 나누며 조절해갔다. 유해진은 극중 철민처럼 순박한 이미지는 물론, 기존에 가지고 있던 코믹한 이미지 말고도 그 안에 사람을 표현하는 연기가 너무 잘 배어있는 배우다. 캐스팅 단계에서 철민 역으로 유해진이 거론되었을 때 거의 만장일치로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촬영을 같이 해보니 배우 유해진은 겉보기와는 달리 정말 예민하고 꼼꼼하고 철저한 배우였다. 완벽주의자라 할 만큼 굉장히 열심히 생각하고 준비해서 연기하는 모습에 새삼 놀랐다.

5. 극중 '김영호'는 어떤 인물인가? 진구를 캐스팅한 이유는?
: 김영호 라는 캐릭터는 상당히 복잡한 인물이다. 연쇄살인범 이지만 그 안에 여러가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정말 한마디로 단정짓기에는 어려운 인물이다. 진구를 처음 만났을 때 느낌은 마치 백지, 맹물과 같은 이미지였다. 거기에 어떤 걸 담느냐에 따라서 원하는대로 나오는 배우인 것 같다. 감독이 요구하는 것에 따라 진구라는 배우는 그대로 연기를 만들어내는 것 같아 놀랐다. 다시한번 찍자고 할 때마다 무한정 다시 연기해주는 그런 성실한 배우라 감독으로서 너무 고마웠다.

6. 전작 <호로비츠를 위하여>와는 상반된 장르의 영화이다. 전작과 비교했을 때 이번 영화 <트럭>을 연출한 소감은?
: 굳이 비교하자면 전작 <호로비츠를 위하여>를 준비하고 촬영할 때는 기분이 말랑말랑한 느낌이었다. 스탭들 분위기도 그랬던 것 같다. 반면에 이번 영화 <트럭>을 찍으면서는 왠지 경직된 느낌, 눈을 부릅떠야 할 것 같은 현장 분위기였다. 그리고 영화 자체가 늘 차가 달리는 위험한 장면이 많아서 더욱 긴장하며 찍어야 했다. 나중에 촬영이 다 끝나고 나서는 촬영 내내 비 뿌리랴, 트럭 따라 도로에서 이리저리 뛰어 다니랴, 50여명의 스탭들이 함께 몸으로 고생한 작품이다 보니 더 단결력도 생기고 친밀감이 높아졌던 것 같다.

7. 끝으로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한마디?
: 이 영화에서 유해진과 진구 두 열정적인 배우들의 새로운 연기변신을 기대해 주시고, 관객 여러분들이 재미있게 즐길만한 스릴러 영화가 되었으면 합니다.

한국영화 시장에서 스릴러 장르는 왠지 불모지와 같다고 느껴온 장형모 작가는 하나의 설정 만으로 영화 내내 서스펜스가 느껴지는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데뷔작인 <트럭>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는 관객들 자신이 마치 트럭에 타고 있는 착각까지 들 정도로 영화적 서스펜스를 한껏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지고, 일상에서 흔히 보는 트럭 이라는 사물을 진정한 스릴러적 공간으로 재탄생 시켰다.

1998 오금고등학교 졸업

2002 <내츄럴 시티> 조감독 (민병천 감독), 2006 <트럭> 각본 작업

1. <트럭>은 어떤 영화인가?
: 영화 <트럭>은 시체를 버려야만 딸을 살릴 수 있는 평범한 트럭운전사와 우연히 트럭에 타게된 연쇄살인범과의 피말리는 반나절 이야기이다.

2. <트럭> 시나리오를 처음 기획했을 때의 의도는?
: 설정 하나로 영화내내 서스펜스가 느껴지는 이야기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3. 왜 제목이 '트럭' 인가?
: 사실 트리트먼트 단계에서는 '사냥꾼의 밤'과 '생존'이라는 제목을 썼었다. 그러다가 가만히 고민해보니 '사냥꾼의 밤'은 내가 관객이라도 별로 보고싶지 않을 것 같았고, '생존'은 만화 '생존'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후 바로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그러던 순간 다른 누군가에게 이 영화를 설명할 때 '트럭'이라는 단어를 가장 빈번히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아주 뒤늦게 깨달았다. 트럭? 트럭?! 트럭!! 우선 글자가 두개이고 잘못 말했다간 상대방에게 침튀기기 십상이고.. 그래서 머리에 확! 박히는!

4. 영화 <트럭>에서 스릴러적인 요소가 가장 강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 트럭운전사 철민이 김영호를 옆에 태우고 들른 주유소 화장실 장면! 내용적으로 스포일러가 될까봐 자세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이 장면 이전까지는 아주 단순한 서스펜스가 작용했다. 시체를 들키면 안되는데, 옆자리에 누군가를 태우게 되고... 걸릴까 말까의 조바심. 하지만 이 장면부터 옆자리에 탄 김영호와의 관계가 전환되며 철민의 심리를 기저로 한 서스펜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서스펜스가 등장인물의 심리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말한다면 그것의 출발점이 되는 이 장면이 스릴러적인 요소가 가장 강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5. 주연배우 유해진, 진구에 대한 느낌은?
: 트럭운전사 정철민이 어디서나 지긋지긋하게 볼 것만 같은, 돈 만원에 이판사판 핏대를 올릴 것 같은 이미지라고 한다면 유해진 만큼 딱 맞는 배우가 있을까? 배우 유해진은 마치 연기경험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서민 그 자체의 늬앙스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진구는 우선 미소가 귀엽다. 하지만 천진한 눈빛 속에 알지 못할 광기 같은 것이 느껴진다. 배우로선 최고의 조건이 아닌가 생각한다.

6. 권형진 감독님과의 작업은 어땠는지?
: 시나리오 수정단계에서 감독님의 집요함이 지긋지긋할 때가 많았다. 이건 욕하는 것이 아니고, 어떻게든 내 머릿속의 그림을 뽑아먹으려고 야수처럼 달려들었단 말이다. 게다가 그 능청스러움은 또 어떤가? 어떻게든 내가 몇번 더 작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 왠지 술수에 넘어간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지나고 보면 내 시나리오를 다른 방식으로 볼 수 있게 된 계기라고 생각한다. 절대 욕하는 거 아니다.

7. 영화 <트럭> 만의 차별점은?
: 늘 한국 영화 시장에서는 스릴러가 불모와도 같다고 생각해왔다. 스릴러를 표방한 영화들이 전혀 스릴러답지 않았던 적이 많았다. 실상 하나의 설정으로 영화 끝까지 갔던 스릴러가 있었냐고 묻는다면, 자신있게 '트럭' 뿐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도 같다. <트럭>을 <추격자>와 자주 비교하는 것 같은데, 두 작품은 기본부터 완전히 다른 영화이다. 이것에 대해 단 두 마디로 설명할 수 있겠다. 먼저 <추격자>는 '쫓는' 영화다. 부분적으로 서스펜스가 들어갈 수는 있겠으나 대체적으로는 액션적 긴장 혹은 활극적 긴장이 강한 영화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트럭>은 '살아남는' 영화다. 스스로 덫에 걸린 인물이 어떠한 한정된 설정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즉, 서스펜스가 주가 되는 영화다. 다시 말해 트럭을 쫓는 경찰과 수사팀들이 주가 되는 영화가 아닌 것이다.

8. 끝으로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한마디?
: <폰부스>의 폰부스, <패닉룸>의 패닉룸... 만큼이나 긴장된 <트럭>의 트럭 내부공간. 별것 아닌 소재에서 끄집어낸 이야기도 이렇게나 재미있을 수 있구나 라는 것을 경험했으면 한다. 마치 자신이 트럭에 타고 있다는 착각까지 들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