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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있는 사람>은 올 4월에 개최된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섹션을 통해 국내에 첫 상영됐다. 당시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외적 환경 변화와 타인에 대한 무관심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는 여성의 혼란스러운 표정"에 주목하고 있는 작품의 주제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게 표현해 낸 곽은미 감독의 연출력에 대해 크게 극찬했다. 뿐만 아니라 주인공 한영을 연기한 배우 이설의 연기력에 놀라움을 전하며 그에게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하기도. 덕분에 연출력은 물론 이를 뒷받침하는 배우의 훌륭한 연기까지 탁월하고 완벽한 작품임을 입증해 냈다.

이후 제11회 디아스포라영화제,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5회 서울여성독립영화제의 초청을 받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이에 더해 제28회 아이치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 그리고 제42회 밴쿠버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되면서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9월 15일 개막한 아이치국제여성영화제는 세계적인 여성 영화제 중 하나로 변영주 감독 <발레 교습소>, 이경미 감독 <미쓰 홍당무>, 윤단비 감독 <남매의 여름밤>, 김초희 감독 <찬실이는 복도 많지> 등이 초청됐다. 이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올해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양질의 여성 영화를 기다려온 관객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또한 9월 28일 개막하는 밴쿠버국제영화제 역시 북미 최대 규모의 영화제 중 하나로 세계적인 영향력을 선사하고 있다. 올해 초청된 한국 작품은 총 6편으로 허진호 감독의 연출작이자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 등의 출연으로 기대를 자아내고 있는 <보통의 가족>과 더불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포함되어 있다. 밴쿠버국제영화제는 신인 감독의 탁월한 데뷔작을 알아보는 안목을 인정받고 있는 바, 특히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이창동 감독의 <초록물고기> 등이 상영되면서 신뢰를 더했다. 때문에 곽은미 감독의 첫 장편작 <믿을 수 있는 사람> 역시 밴쿠버국제영화제가 알아본 데뷔작으로 기대를 높이고 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연출한 곽은미 감독은 그간 네 편의 인상적인 단편 작품을 선보이며 충무로가 주목하는 신예로 각광받아왔다. '임신 중절을 위해 중국으로 떠나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강렬하게 다룬 <갈거야>(2011), '첫 데이트에 나서는 17살 일본군 위안부 소녀'의 설레임을 담은 <첫 데이트>(2012), '체육대회 단체 줄넘기에 자원한 미란과 그를 제외하려는 담임교사 채영과의 신경전'을 그린 <열정의 끝>(2015), '대자보를 써서 교수에게 고소당한 혜리 그리고 친구 민영'의 이야기 <대자보>(2017)까지,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여성 드라마를 개성 있게 다뤄온 것. 이 작품들로 곽은미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미쟝센단편영화제 등의 초청을 받았고, 특히 <대자보>(2017)는 청룡영화상 청정원 단편영화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장편 연출 과정을 통해 첫 장편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연출, 다시 한번 그의 주특기인 여성 캐릭터가 생생히 살아있는 작품을 선보일 예정으로 기대를 자아내고 있다. 탈북 후, 남한으로 귀화해 중국 여행객을 상대로 가이드 일을 하는 20대 한영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극을 이끌 주인공으로 배우 이설이 낙점됐다. [옥란면옥](2018)으로 제32회 KBS 연기대상 연작 단막극상, [나쁜형사](2019)로 제37회 MBC 연기대상 신인상을 수상한 바 있는 실력파 배우로 드라마, 영화, 공연 등 다방면에서 활약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D.P.] 시리즈에서 신혜연 역으로 출연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우상을 수상, "연기를 시작하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제 자신을 의심했었는데, <믿을 수 있는 사람>과 한영을 만나고 비로소 무언가를 조금씩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세상에 다양한 한영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저 역시도 그렇다. 세상의 모든 한영들이 환대받길 바란다"는 가슴 뭉클한 소감을 전해 진정성 넘치는 그의 연기를 기대하게 한다.

외에도 [하이에나](2020) & [보건교사 안은영](2020) 오경화, <82년생 김지영>(2019) & [청춘기록](2020) 박세현, [슈룹](2022) & [행복배틀](2023) 우정원,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이노아 등이 출연과 더불어 <찬실이는 복도 많지>, <야구소녀> 그리고 최근 <지옥만세>까지 배급해 온 찬란이 선보이는 작품으로 신뢰를 더한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눈 뜨고 코 베인다는 서울에서, 안락한 정착을 꿈꾸는 20대 한영의 도시 생존기를 다룬 작품이다. 탈북 후 남한으로 귀화한 한영이 중국 여행객을 상대로 가이드 일을 하는 가운데, 예측은 물론 통제마저 불가능한 사건들을 끊임없이 마주해야 하는 모습을 담담한 시선으로 쫓는다. 특히 여행객들에게는 한국을 대표하는 얼굴이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이방인으로 머물 수밖에 없는 한영의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생존과 고립, 상실을 연이어 경험해야 하는 인물의 내면을 세밀히 관찰한다.

곽은미 감독은 영화의 시작에 대해 "환경적인 영향이 얼마나 사람을 지배하는지에 대해 관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끊임없이 침범해 오는 외부의 요소들로부터 생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삶과 사람의 특성을 관찰하고자 한 것. 그리고 주제를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 20대 탈북민 한영이라는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돈을 많이 벌어, 잘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한국으로 온 한영이 국가의 외교적인 상황으로 가이드 일을 할 수 없게 되고, 심지어 함께 한국으로 온 동생과 친구를 잃게 되는 과정을 통해 "생존을 위한 단단함을 지닌 대신, 그만큼의 고립감을 감당"해야 하는 인물을 세심하게 설계해 냈다. 한편 한영이라는 캐릭터는, 탈북민을 넘어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보편적인 청춘들의 모습과 맞닿으며 보다 깊은 메시지를 창출해 낸다. 영화를 연출함에 있어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을 가장 중요시한다는 곽은미 감독은 <믿을 수 있는 사람> 역시 "단순한 탈북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서사로 2030 세대의 보편적인 이야기를 사려 깊게 다룸과 동시에 따뜻한 위로를 전하며 크게 각광받았던 <찬실이는 복도 많지>, <소공녀>, <야구소녀>의 계보를 이어갈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오는 10월 18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