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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는 호러장르로 만난 세 나라의 감독이 선사하는 세 가지 이야기이다. 오로지 장르만 동일할 뿐, 주제나 핵심이 동일하지는 않다. 여기에서 장점과 단점이 노출된다. 바로 각기 다른 이야기로 차별된 재미를 선사할 수는 있지만, 하나로 귀결되는 안정적인 동일성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즉 전체적인 완성도가 산만하게 비출 수도 있다는 점이다.
[쓰리]도 이런 점에서 홀가분하지는 못하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각각 영화의 감독들이 각국의 내노라하는 감독들이고, 이런 시도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이루어졌다는 입지적인 성과 때문이다.

처음을 장식하는 김지운 감독의 [메모리즈]는 [쓰리]중에서 가장 호러장르에 충실한 영화로, 황량한 신도시를 배경으로 중산층의 황폐함을 공포로 풀었는데 대사나 설명보다는 기억의 잔재가 던져주는 '이미지'에 주력하는 스타일을 선보인다. 전작들에서 보여주던 김지운 감독의 색깔보다는 새로움(장르, 스타일)을 선택한 것인데 절반의 성공을 보이고 있다. 공포감은 확실하게 잡고 있지만, 감독의 재기발랄함이나 위트는 전작들에 비해서 현저하게 부족(물론 호러장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조용한 가족]에서도 공포보다는 위트 넘치는 구성이 돋보였다)하다. 즉 건조한 신도시를 배경으로 건조한 이야기를 풀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 반전으로 말이다.

[잔다라]로 태국에서 입지를 확실히 한 논지 니미부트르 감독의 [휠]은 [잔다라]처럼 지극히 교훈적이고 일방향을 고수한다. 마치 [전설의 고향]을 다시 만난 듯, 태국의 분위기가 과도하게 넘치는 화면 속에서 인간의 탐욕에 대한 이야기를 인과응보의 교훈으로 정직하게 그려낸다. 즉 고루하고 너무 정직한 영화로, 어떠한 공포나 새로움도 느낄 수 없는 실망감을 접하게 된다. 태국의 색깔을 경험하기에는 더없이 좋지만, 아쉽게도 그 것뿐이다.

[첨밀밀]로 친숙한 진가신 감독의 [고잉 홈]은 세 가지 이야기 중에서 단연 우위에 있다. 철거직전의 아파트에서 뿜어지던 공포의 분위기는 어느새 유머로 가득하다가 끝내는 감독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멜로드라마로 리듬감 있게 넘어가고,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이 잡아내는 영상은 현실과 몽환적인 분위기를 적절하게 배합한다. 홍콩의 분위기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중국에 대한 (홍콩에 정착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연민과 지고지순한 사랑을 동시에 담아낸다. [메모리즈]는 공포에 충실하고, [휠]은 태국을 보여주고, [고잉 홈]은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것이다.

[쓰리]는 이미 태국과 홍콩에서는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고, 아시아 최초의 합작이라는 업적도 이루었다. 세 가지를 하나로 묶기엔 다소 무리가 따르지만, 편하게 세 나라의 세 가지 이야기를 즐긴다면(하나의 귀결점을 찾겠다는 생각은 접어두고) [쓰리]는 최적의 선택이 될 것이다. 더욱이 김지운, 논지 니미부트르, 진가신 감독을 한번에 만나기란 좀처럼 쉽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코리아필름 정조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