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장전
 


2005, 드라마, 89분, 18세 관람가

제 작 : 전원사 l 공동제작 : MK2
제 작 : 홍상수 l 프로듀서 : 장기수
각본/감독 : 홍상수
촬 영 : 김형구 l 조 명 : 김영노
미 술 : 미상 l 편 집 : 함성원
음 악 : 정용진 l 동시녹음 : 안상호
제공/배급 : 청어람㈜ ...more

2005년 5월 26일(목) 개봉
홈페이지 www.cinemastory.co.kr

 

출 연
김동수 역 _ 김상경
최영실 역 _ 엄지원
전상원 역 _ 이기우


= 영화리뷰 =

홍상수식 인간관찰기

 

영화 <극장전>은 영화감독 지망생인 삼십대의 동수(김상경 분)가 단편영화 '극장전(劇場傳)'를 본 후 우연히 영화순례를 하는 영화 속 여배우 영실(엄지원 분)과 만나 그녀를 쫓으면서 겪는 하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간암으로 투병 중인 선배감독의 회고전이 열리는 극장에서 단편영화를 보고 나온 동수는 우연히 영화 속 상원(이기우 분)의 첫사랑이자 여배우 영실과 만나게 되고 또 다시 선배감독의 입원비 모금을 위해 모인 동문회 자리에 참석한 그녀를 만난 동수는 선배감독이 입원한 병원으로 간 영실을 쫓아가 그녀와 하루를 보낸다.

그저 나약하고 위선적인 두 남자의 진부한 일상을 그린 영화는, 영화 속 영화이야기(극장전 劇場傳) 1부와 영화 밖 이야기(극장전 劇場前) 2부라는 독특한 구성과 영화 속 첫사랑 영실을 만난 상원의 하루와 영화 밖 여배우를 만난 동수의 하루를 위태롭게 겹쳐놓아 낯설게 느껴지게끔 만든다. 여기에 컷 분할없이 잦은 ‘줌인’을 통한 응시도 한몫 한다. 여전히 홍상수 감독 특유의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화법과 비틀린 유머 그리고 무미건조한 일상 속에서 위선적 욕망을 들추어내는 감독의 ‘일상성’은 반복되고 있지만 이전 작품과는 달리 한정된 인간관계가 아닌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 간의 한층 폭 넓어진 관계의 변화와 그만큼 다양한 에피소드 그리고 잦은 '줌인' 등의 방식으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홍상수 감독 작품들 중에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다.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세 배우의 조합도 묘한 앙상블을 이룬다. 하지만 결국 허무만 남는 '홍상수식 인간관찰기'의 반복은 예전만큼 새롭지도 낯설지도 않게 느껴진다.

홍상수 감독이 직접 설립한 '전원사'에서 첫 번째로 제작한 <극장전>은 청어람의 배급을 통해 5월 27일 개봉된다.

2005.5.11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


일상으로 끌어내린 영화적 상상력

 

영화(극장)에 대한 영화, <극장전>

홍상수 감독의 여섯번째 작품 <극장전>은 '극장(영화)에 관한 이야기'(劇場傳)이자 '극장 앞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劇場前)이다. 영화감독이면서 관객인 동수가 자기이야기 같은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선 어느 하루를 쫓는 영화다. 영화 속 남자주인공 상원이 자기처럼 느껴지는 동수는 그 영화의 여자주인공을 연기한 여배우를 극장 앞에서 만난다. 영화 속에서 처럼 안경점에서 만난 두사람은 영화 속의 장면들을 순례하듯 영화의 중요장소마다 마주친다.

영화와 현실이 교차하는 이중구조, <극장전>

전반부의 영화 속 이야기와 후반부의 영화 밖 이야기를 이어주는 공간이 바로 극장이다. <극장전>에서 모든 것은 이중적 의미를 지닌다. 동수는 영화 속 상원과 동일시되며, 동시에 영화 밖의 주인공이다. 영실은 영화 속 주인공이면서 동시에 영화 밖에서는 여배우다. 영화 속 상원이 영실을 좋아하는 것처럼, 영화 밖 동수는 영실을 연기한 여배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여기까지 오면 우리는 동수와 김상경, 영실과 엄지원이 서로 닮은 듯한 착시현상을 갖게 된다.

특이한 구조, 그러나 모호한 이야기

영화 속 이야기, 영화 밖 이야기 그리고 또하나의 영화 밖인 관객의 현실이 있다. 이처럼 영화를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이 보태지면 영화는 마치 다중구조를 띠는 것처럼 재미있다. 마치 서로 마주한 거울 속을 들여다보는 것 처럼 영화 속에 영화가 있고, 다시 그 속에 영화가 있는 구조를 보게 된다. 감독이 의도한 <극장전>의 구조는 이런 것일 것이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재미있기는 하나 영화에 대한, 극장에 대한 무엇을 보여주는지 모호하다는 데 있다.

영화적 상상력 조차 일상으로 끌어내리는 홍상수 감독

영화를 보는 동안 우리는 영화와 동일시되었다가, 극장문을 나서는 순간 영화는 객관화된다. 그런데 <극장전>은 현실에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조차 일상적 방식으로 처리함으로써 영화적 상상력을 거부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가 아니라 일상을 보는 듯한 착각을 갖게 하는 것이 <극장전>의 방식이다. 영화적 상상력 조차 일상으로 끌어내리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대한 태도는 특이하다.

환상이 없는 영화, 그래서 감동이 없는 <극장전>

홍상수는 ‘일상을 영화로 만드는’ 감독이다. <극장전>에서 그는 더 나아가 영화조차 일상처럼 보여준다. 그의 영상은 자극적이거나 작의적이지 않으며 지극히 일상적인 자연스러움과 담백함을 미덕으로 한다. 특히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정확한 연출’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서 나타난 먹물에 대한 냉소나 현실에 대한 유치한 비아냥거림이 제거되어 한층 돋보인다. 그는 이제 <극장전>으로 그간에 보여준 속물근성을 벗어나 나름의 스타일을 찾아가고 있는 듯하다.

홍상수 스타일에 대한 평가는 관객의 것

그의 영화는 어떠한 상상력도 환상도 없다. 그래서 그의 영화는 아무 감동이 없다. 영화라는 환타지가 홍상수를 만났을 때, 그것은 무미건조한 일상이 되어 버린다. 이러한 일상화가 과연 정당한지 어떤지는 관객의 몫이다. 하나의 영상세계가 하나의 스타일로서 자체 완결성을 갖게 된다면, 그에 대한 평가는 지극히 상대적이며 그와 같은 영상을 싫어하든 좋아하든 의미있는 이유를 갖게 될 것인바, 전적으로 관객의 취향일 것이다.

다락방21 작가 류재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