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사진 보기...more

"과연 자원봉사로서의 성이라는 것이 존재 가능할까? 만약, 존재한다면 그것을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라는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있지도, 있을 수도, 있을 리도 없는(?) 이야기를 가상의 다큐멘터리 시뮬레이션으로 돌려보기로 했다.

'섹스 자원봉사'라고 단어자체는 다분히 선정적 소재주의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그 이면에 담겨져 있는 '섹스'라는 것의 본질적인 의미와 '자원봉사'의 영역과 한계, 그 속에서의 근원적인 인간관계와 소통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면 쓰고 있던 색안경을 벗겨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문서화된 자료를 모으는 것은 간단했지만, 실제 현장의 취재과정은 험난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상태가 거의 무지한 상태인데다가, 언어장애까지 심한 중증뇌성마비 장애인과의 인터뷰는커녕 만남 자체도 녹록치 않았으며, 게다가 성에 대한 화제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더더욱 문제였다.

몸으로 부대끼며 함께 하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는 듯 했다. 결국은 몇 개월간 자원봉사자로서의 삶을 살게 됐다. 장애인 시설들을 찾아 다니며 장애인들의 식사도 돕고, 몸도 씻기고, 배변도 돕고, 밖으로 나와 나들이도 동행하고... 그러한 과정들을 통해 언어장애로 마치 제2외국어로 들리던 그들의 말이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밤새 술도 같이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조금씩 거리를 좁힐 수 있게 되었다.

"병신 육갑하네. 자기 몸도 하나 못 건사하면서 장애인이 무슨 결혼이야?..."
"장애인들끼리 결혼하던가, 588을 가던가, 아니면 혼자(?) 해결하던가..."

장애인을 둘러싼 '불편한, 하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을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분석 해보고자 장애인의 주변인들로 취재를 점차 확대했다. 자원봉사자들과 장애인시설에서 일하고 있는 사회 복지사들... 또한, 복지개념의 설정과 관련해서는 사회복지학과와 재활학과 교수님들께 자문을 구했고, 장애인들의 성에 대한 다양한 고민과 문제들에 대해서는 성재활 상담실 의사와 성교육 선생님들의 상담사례들을 취합 분석해나갔다. 인권문제로 접근해보고자 다양한 장애인운동단체 집회현장을 함께했으며, 성과 관련된 종교적인 해석을 위해 성직자들(천주교, 성공회, 개신교)께 질문을 던졌다. 성매매를 둘러싼 쟁점들과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자 탈성매매 여성단체의 활동가들과 집창촌의 포주와 성매매여성들, 그리고 변호사와 경찰, 보호 관찰관까지 인터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