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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감사용'이라는 실존 인물에 대한 발굴은 어떻게 했는가?
A. 어렸을 적에는 OB의 열혈팬이었다. 누구나 그렇듯 박철순을 좋아했고. 당시 감사용이란 선수를 알고있었는데,
굉장히 못하는 선수로 기억했다. 이후 군대생활을 하면서 뭘 하든 잘 못하는 사람을 보면 '니가 감사용이냐'며
놀리곤 했는데 어느날 문득 내가 왜 그 분을 놀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분도 나름대로의 꿈이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시나리오를 쓰기로 결심했다.
Q. '감사용'씨가 영화화 하는데 선뜻 동의를 했나?
A. 시나리오 초고를 쓴 후에 그 분을 만났다. 처음엔 인사만 하고 돌아섰다. 차마 시나리오를 건넬 수도
없었고 그 분도 '설마' 하는 생각을 하셨던 것 같다. 그렇게 몇번을 만난 후에야 시나리오를 건넸다. 그제서야
'이 친구가 진심이구나'라고 생각하셨는지 진지하게 생각해주셨다. 처음엔 한사코 거절했지만 나중엔 승낙하셨고
시나리오 수정할때도 적극적이셨다. 요즘 코미디영화가 잘 되는 것 같던데 재미있으려면 코믹도 많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 데이트 장면도 있어야 하지 않느냐 하면서..(웃음)
Q. 감사용씨 외에도 1982년 프로야구 원년의 많은 선수들이
실명으로 등장하는데, 모두에게서 실명 사용 동의를 얻는 과정도 힘들었겠다?
A. 삼미 선수 중 딱 한 분만 거절하셨다. 나는 삼미에서 말썽을 많이 피워서 내 이름은 안 썼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그 외 다른 분들은 흔쾌히 승낙해 주셨다. 열심히 만들라고. 그런데 그분들의 공통된 질문은 '왜
만들라 그래? 우리가 할 얘기가 뭐가 있나?' 였다.
Q. 실제 자료조사 하면서 영화 속에도 반영된 게 있다면 무엇입니까?
A. 스포츠 선수들에게 누구나 다 있는 징크스에 대해서 물어봤는데, 제일 많은 게 팬티와 관련된 것이었다.
팬티를 안 갈아입는다거나, 부인 팬티를 입는다거나.. 인호봉이란 인물이 캐스팅 되면서(류승수) 그 인물에
코믹한 부분을 많이 넣었고 그래서 인호봉의 부적은 부인의 팬티를 입는 것으로 설정했다. 조흥운 선수 같은
경우는 도루가 특기니까 버릇이 스파이크를 늘 깨끗이 했다고 하더라. 영화에 잘 보일지 모르겠지만 조흥운
선수는 뭘 맨날 닦고있다. 삼미가 맨날 지자 흥분한 팬들이 구단버스 앞에서 항의하는 장면은 영화 속에서는
인형탈을 쓰고 피하는데, 실제로도 사복으로 갈아입고 숨어서 구장을 빠져나갔다고 하더라.
반면 선수들의 관계는 조금 다르다. 영화속에서는 우익수 양승관 선수가 감사용 선수를 무시하는 역으로 설정돼
있는데, 실제로는 룸메이트였다고 하더라. 당시 양승관선수는 여자 팬도 많아서 맨날 '내가 여자 소개 시켜줄까'
이랬다고..
Q. 영화 만들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입니까?
A. 촬영전에는 실존인물을 다룬다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어디까지 진짜로, 또는 어디까지 지어내도 되는
건지 기준을 정하기가 힘들었다. 새로 창조된 인물이라면 더 극적으로 갈수도 있었지만, 그게 꾸며져도 되는가?
많이 고민했다. 촬영하면서는 참고할 만한 영화가 없으니까, 어려웠다.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야구장면을 찍은
영화가 없으니까. 어떻게 찍는 게 맞는 건지, 잘 찍고 있는 건지 걱정스러웠다.
Q. 야구경기 장면이 썩 잘 나왔다는 평가다..?
A. 촬영전 콘티 작업을 꽤 오랜 시간 공들여 했다. 야구장면은 컷이 워낙 많은데다가 경기를 몰아서 찍으니까
반응샷 등 연결을 미리 생각하지 않으면 놓치는 게 너무 많겠더라. 경기 구성하기가 정말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야구장면은 콘티가 명확하지 않으면 스필버그가 와도 못 찍을 것 같다.(웃음)
경기장면 표현에 있어서 중점을 둔 것은 카메라의 위치였다. 관중석이 아니라 그라운드에 직접 들어가서 찍었다.
우리는 TV중계화면에서 망원렌즈로 잡은것에 익숙해져서 그 그림이 더 멋있어 보일 때가 많다. 그런데 우리
카메라는 좀 다른걸 본다. 아무도 이 사람을 응원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은 박철순이 이기기를 바란다. 그때
마운드에 선 사람의 기분은 어떨까? 투수가 공을 던질 때 투수 심정에서 타자를 보면 어떨까? 경기가 아니라
인물을 본다.
Q. '영화가 딱 감독처럼 나왔네'라고 얘기를 많이 한다. 촬영에
앞선 인터뷰에서 '이건 내 얘기다'라고 말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A. 시나리오 맨 앞장에 프로야구 투수 800여명 중 1승을 한 사람은 327명 이라는 문장이 있다.
이건 투수 뿐만이 아니라 감독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감독협회에 등록된 사람은 000명. 그 중 한 작품
이상 만든 사람은 000명. 나머지는 한 작품도 못 만들고 충무로를 떠났다. 감독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을
여기에 대입시켜도 마찬가지다.
내가 지금 영화 한편 목숨 걸고 만들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영화가 잘되든 안되든 별로 중요하지 않다. 누구에게는
별일 아니지만, 나에게는 인생의 전부인 꿈. 이건 누구나 다 갖고 있는 보통 사람의 꿈과 도전에 관한 얘기다.
Q.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A. 그래도 도전한다! 그 꿈은 변하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있다. 이기려고 노력하고 이길
것이다. 실존인물 '감사용'씨가 1승 밖에 못하고 지금 슈퍼마켓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게 그분의 엔딩은 아닐
것이다. 그분이 재벌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내가 꿈이 있고 목표가 있다면 지금 내가 있는 곳이 부족하더라도
우울한 게 아니다. 아버지와 한번 얘기해보라. 60세가 넘은 아버지도 꿈이 있다. 그분들이라고 가만히 밥만
먹고 그런 사람이 아니다.
Q. 영화감독의 꿈을 이뤄서 행복한가?
A. 중학교때부터 영화감독을 꿈꿨다. 그때부터 별명이 김감독이었다. 고등학교때 꿈은 영화과에 진학하는
거였고, 물론 영화감독이 되는 거였고, 또 깐느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고싶은 꿈도 있다.(웃음) 스필버그가
다 얻은 것 같지만 그 사람은 꿈이 없겠는가. 더 큰 꿈을 꾸겠지. 꿈이 없으면 인생은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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