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날은 간다 One Fine Spring Day
 


한국, 2001, 멜로/드라마 , 106분

제 작 : 차승재 (㈜ 싸이더스)
감 독 : 허진호
시나리오 : 류장하, 이숙연, 신준호, 허진호
촬 영 : 김형구
조 명 : 이강산 / 편 집 : 김 현
음 악 : 조성우
믹 싱 : 쇼치쿠 사운드 스튜디오
조감독 : 류장하
투 자 : 한국&일본&홍콩 ..more

2001년 9월 28일(금) 개봉
홈페이지 www.springday.co.kr

 

출 연
상우 역 : 유지태
은수 역 : 이영애
할머니 역 : 백성희
아버지 역 : 박인환
고 모 : 신신애
초대손님 : 백종학
작은 할머니 : 손영순
녹음실 선배 : 이문식
정 국 : 박선우


= 프로덕션 노트 =

- 사랑이 이만큼 다가왔다고 느끼는 순간... <봄날은 간다>


수줍고 애틋한 감정이 끝나고… 집착의 감정은 격정으로 치닫는다.
 

전작 <8월의 크리스마스>가 '죽음을 앞에 둔 사진사의 너무 늦게 찾아온 사랑'을 다가서기 힘들고 수줍은 사랑으로 표현했다면 <봄날은간다>에서는 그 사정이 조금 달라졌다. <8월의 크리스마스>가 손 한번 못잡고 끝난 사랑이 너무 허망하고 안쓰러워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면 <봄날은간다>은 열정적으로 빠져든 사랑이 어느 순간 변해 어쩔 줄 몰라, 공황상태에 빠진 젊은 남자의 심리가 더욱 가슴을 알알하게 한다.

<봄날은간다>는 의외로 너무 급작스럽다 싶을 정도로 진행 속도가 빠르다. 쉽게 사랑에 빠져 끓어오르던 벅찬 희열이 전반부를 지배하는 듯하더니, 둘 사이의 감정이 벌어지기 시작하는 순간이 곧 닥치고, 여자의 열정이 식은 그 자리에서 "사랑이 변한다"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겪어야 하는 당혹감이 후반부를 이루고 있다.
어찌해야 할지 방향성을 잃어버린 상우의 사랑은 미련과 집착으로 돌변하고 좋았던 때보다 더욱 격정적으로 치닫는다. 스러지는 사랑을 영영 놓쳐버릴까 안타까운 상우의 감정은 아주 낮게, 느리게, 고통스럽게 표현된다. 울리지 않는 전화기를 만지작거리거나, 여자의 집 앞에서 밤을 새거나, 다른 남자와 동행하는 그녀를 멀리 훔쳐볼 때 무겁고 답답한 심정이 한번쯤 내지르는 것으로 표현될 법도 한데… 이별 선고를 받는 마지막 순간까지 아무 말을 못한다.

스러져가는 사랑을 바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은 가슴에서 들끓는 숱한 감정들이 영화적이라기보다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관객들은 생생한 격정에 혼란스러워질지도 모른다.


'빛도 다르고 공기도 다르기 때문에…' 정서는 표현된다.
 

아무리 소중한 시간이라도 되돌리거나 정지시킬 수는 없다. 자신의 삶에 찬란했던 어떤 순간들을 각각 사진과 소리로 잡아 두려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정원과 <봄날은 간다>의 상우처럼 어쩌면 허진호감독은 앞서 언급한 "빛도 다르고 소리도 다른" 그 시공간을 필름에 담아두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봄날은간다>에 공감하는 이유는, 누구의 삶에든 그렇게 담아두고 싶은 순간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봄날은간다>는 지난 겨울 시작해 여름이 절정에 달할때까지 강원도 일대를 돌며 촬영했다. 자연의 소리를 담는 녹음여행이 영화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지만, 허진호감독이 '만들어 놓고' 찍는 세트에서보다는 실재하는 곳에서 찍어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에 대해 허감독은 '빛도 다르고 공기도 다르기 때문'이라고 간단하게 응수했다.

특유의 여전한 스타일로 특별한 NG가 없는데도 계속되던 촬영은 그 '공기'를 찾아내기 위한 예행연습 같았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보이지 않던 그 흐름이 잡힐 때 즈음이면 빛이 달라지기 전 여지없이 다른 촬영지를 향해야 했다. 그렇게 감정이 무르익을 때까지의 기다림과 촬영팀의 발빠른 기동력의 병행으로 담아낸 유려한 풍광들과 결 고운 자연의 소리들은 이 작품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정서적 특색이다.

이렇게 <봄날은간다>의 작업은 그 '공기'를 담고 싶다던 감독의 의도대로 우리가 그 어떤 영화에서도 잘 누리지 못했던 '정서'의 흐름을 훌륭하게 포착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