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2003, 한국/독일, 드라마. 106분
15세 관람가


제 작 : LJ 필름㈜/판도라 필름
제 작 : 이승재, Karl Baumgartner
프로듀서 : 김상근, 김소희
각본/감독 : 김기덕
촬 영 : 백동현 l 조 명 : 한기업
미 술 : 오상만 l 편 집 : 김기덕
음 악 : 박지웅 l 동시녹음 : 구본승
투자/배급 : 코리아픽쳐스 ...more

2003년 9월 19일(금) 개봉
홈페이지 www.springagain.co.kr


 

출 연
아이 : 김종호
소년 : 서재경
청년 : 김영민
장년 : 김기덕
노승 : 오영수
소녀 : 하여진


= 영화리뷰 =

관념 속으로의 조용한 휴식

 

깊은 산 속의 연못 위에 나무로 지은 오래된 사찰이 떠 있다. 때는 봄, 노승의 보살핌 아래 동자승 한 명이 자라고 있다. 아이는 물고기와 개구리와 뱀을 돌에 묶어 장난을 친다. 노승은 소년에게 돌을 묶어 업을 가르친다. 아이는 뉘우치지만 이미 물고기와 뱀은 죽고 말았다. 천진한 웃음은 후회의 눈물로 바뀌지만 깨달음이 충분하지 않았다.

여름이 되고, 아이는 소년이 된다. 열병 같은 사랑을 하고 속세로 나간다. 그는 어느 가을에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살생의 업을 쌓고 사찰로 돌아온다. 노승은 살기로 가득한 그의 마음을 다스려 떠나보낸 후, 혼자 다비식을 치른다. 장년의 나이가 되어 빈 사찰로 돌아온 남자는 노승의 사리를 수습한 후, 혼자 겨울을 보낸다. 사계절이 바뀌어 돌고 돌 듯, 아기하나를 업고 찾아온 얼굴 없는 여인을 맞이한다. 다시 오는 봄에는 다시 노승과 아이가 사찰을 지키리라...

너도나도 어떻게 해서든 튀지 못해 안달하는 요즘 극장가에 조용한 휴식 같은 작품이 등장했다. 때로는 극단적이고, 때로는 섬뜩한 영상을 적나라하게 선보이던 김기덕 감독은 "내가 지금까지 너무 격정적으로 살아온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으로 과거를 되돌아보며 이 고요한 영상을 담아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감독은 영화에서 어느 남자의 인생을 사계절 속에 투영하면서 윤회의 개념을 구체화한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명료한 관념을 대표하는 인물은(혹은 인물들은) 전형적인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어 사뭇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남자의 인생을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들여다보는 것은 생각보다 좋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 영화를 위해 특별히 지어진 연못 위의 사찰을 둘러 싼 사계절의 변화, 꿈속에서나 본 듯 고요한 연못 위에서 노를 저어 사찰에 드나드는 풍경은 이승과 저승, 꿈속과 현실을 오가는 아득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조용히 '쉬어 가는 마음으로' 영화를 찍으며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감독의 여유가 부럽다.

코리아필름 객원기자 김지희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한 수도생의 여정이 사계절 속에 잔잔하게 담겨져...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은 호수 위에 지어진 작은 절을 무대로 한 수도생의 일생을 사계절을 빗대어 담아낸 작품이다. 제목처럼 다섯 개의 차트로 구성된 영화는 한 인간의 일생을 의미한다. 악의 없이 저지르는 폭력(봄, 유년), 사랑과 욕망(여름, 청년), 집착과 분노(가을, 중년)를 겪은 후 비움(公)으로서 평화를 얻어나가는(겨울, 장년)과정,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삶 (그리고 봄, 또 다른 유년)으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한 수도생의 여정이 사계절 속에 잔잔하게 담겨 전해진다. 그동안 파격적인 영상과 주제에서 벗어난 김기덕 감독의 색다른 작품이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김기덕 감독 특유의 색깔이 느껴진다.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을 빨아들이는 흡입력이 있으며 잔잔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은 코리아픽쳐스가 배급하고 오는 19일 개봉할 예정이다. 지난달 막을 내린 제56회 로카르노영화제에서 4개상을 수상했으며 제3회 광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바 있다.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


광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선정

 

도발적인 소재와 화술로 인간의 마성(魔性)을 탐구해왔던 김기덕 감독이 새 영화에서 눈길을 돌린 곳은 깊은 산 속의 호젓한 암자와 그 속에 살고 있는 동자승과 고승이다. 주산지 호수 위에 그림처럼 떠 있는 작은 암자에 노승과 함께 동승이 살고 있다.

제목처럼 다섯 개의 챕터로 구성된 영화는 이 동승의 성장과정을 계절의 순환에 실어 그려낸다. 호숫가 개구리와 물고기에 장난을 치며 살생의 의미를 깨닫는 봄, 암자를 찾아온 소녀와 사랑에 빠지는 17세 소년승의 여름, 속세로 떠난 뒤 배신한 아내를 죽인 살인범이 되어 돌아오는 장년기의 가을, 중년의 나이로 폐허가 된 산사에서 홀로 내면의 평화를 구하는 겨울, 다시 자신의 분신과 같은 또 다른 동자승과 함께 지내는 새로운 봄이 간결한 스토리와 대사, 상징적인 이미지 속에서 담담하게 펼쳐진다.

그 동안 억압된 욕망과 분노를 폭발적으로 표출하는 주인공들을 내세워 고통의 순간을 형상화하는 데 주력해왔던 김 감독의 새 영화는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삶 속의 폭력, 사랑과 집착, 고통과 번뇌 해탈을 관조적으로 그리고자 하는 그의 새로운 시도로 읽힌다. (광주국제영화제)


김기덕 감독과 선(禪)세계의 만남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은 악의 없이 저지르는 폭력(봄, 유년), 사랑과 욕망(여름, 청년), 집착과 분노(가을, 중년)를 겪은 후 비움(公)으로서 평화를 얻어나가는(겨울, 장년)과정,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삶 (그리고 봄, 또 다른 유년)을 담아낸 작품.

<수취인 불명> <나쁜남자> <해안선>의 김기덕 감독의 9번째 작품.

사계절의 흐름을 담기 위한 약 1년에 걸친 제작기간, 기획부터 배급까지 해외 제작, 배급사와의 사전 협력이라는 새로운 제작 방식으로 한 감독을 세계적 문화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인간의 욕망과 극단적인 삶의 이미지들을 그려왔던 김기덕 감독의 전작들과는 색깔이 다르다는 점에서, 그의 변화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