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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독 : 안상훈

호러 영화 <아랑>으로 데뷔한 안상훈 감독은 두 번째 영화 <블라인드>를 통해 가장 유력한 목격자가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라는 신선한 발상으로 새로운 캐릭터, 영리한 전개를 보여주며 여성이 주인공인 스릴러는 흥행할 수 없다는 통념을 깨고 평단과 관객, 모두와 행복하게 만났다. 호러와 스릴러, 강렬한 장르 영화에 대한 애정을 놓은 적 없는 그는 세 번째 작품으로 사극, 조선으로 눈을 돌리는 의외의 선택을 했다. 그러나 인물 자체에 내재한 드라마가 극을 끌고 가는, 그 특유의 관심사는 격동의 조선 초, 서로 다른 욕망을 순수하게 쫓아가는 인물들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수의 시대>에서도 예외 없이 유지된다.

왕위 계승구도가 안정되기 전의 태조 7년, 왕권 정치와 신권 정치. 극명하게 대립하는 지향점을 가진 왕자 이방원과 개국공신 정도전의 대립 한가운데로, 과거에 대한 가정법이자 역사적 상상력(historical if)을 통해 탄생된 인물인 장군 김민재와 그의 아들이자 태조의 사위인 진 그리고 실존인물 이방원이라는 인물의 삼각구도를 완성하고, 그 삼각형의 안에서 다이내믹한 드라마를 생생하게 펼쳐 놓는다. 왕좌와 권력을 둘러싸고 피바람이 몰아쳤던 야망의 시대로 정사(正史)에 기록된 1398년은 안상훈 감독에 의해, 그 이면에 숨은 욕망을 순수하게 쫓은 세 남자의 선 굵은 드라마 <순수의 시대>로 관객들의 마음을 새롭게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