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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창손(72세/30년 복역)
: 눈물 많고 정 많은 간첩

“김동원 씨가 평양에 오려다가 못 왔다고 하던데 참 섭섭해요. 남한에 있을 때 말을 안 했지만 내가 아들이라고 해도 다름없는 사람이에요.”

이 작품의 실질적인 주인공. 1962년 연락선의 부기관장으로 남파되어 굶주림에 밥 얻어먹으러 민가에 갔다가 체포됨. 건강이 좋지 않아 수감 생활 동안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맞았으나, 동료들의 도움과 본인의 의지로 극복해냈다. 유머가 있고 따뜻한 성품으로 출소 후에 많은 남한 사람들과 깊은 유대를 가졌다. 송환되기로 결정한 후에도 알고 지내던 동네 아주머니들에게 목걸이, 반지를 선물했고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눈물을 많이 흘렸다!!

* 김선명(76세/45년 복역)
: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 최장기수

“나는 호적에는 죽은 걸로 되어 있어요. 만일 출소해서 집으로 간다면 잘못해서 어머니께서 심장마비로 돌아가실까봐 집에도 못 가요.”

남한 출신. 6·25 전쟁 때 인민군에 입대. 그로 인해 아버지와 형제들이 학살당하고 온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다. 출소 후에도 가족들에게 거부당하다가 민가협의 적극적인 설득으로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한 달 전 극적으로 상봉하였다. 유쾌하고 낙천적인 성격이라 감옥에서나 출소해서나 주변 사람들과 친하게 지냈다. 송환을 무척 망설였으나 결국 송환되기로 결정했고 북에 가서 결혼식을 올렸다.

* 김영식(1972년 전향/1988년 출감)
: 순박한 웃음에 드리운 전향의 상처

“이 지구상의 어머니들에게 정말 호소하고 싶은 것이, 아들을 낳으려거든 정말로 나이팅게일 같은 사람을 낳으라는 거야. 그리고 구두 만드는 사람은 끄트머리를 좀 말랑하게 하란 말야. 내가 구두 끄트머리에 맞아 다리가 다 이렇게 죽갔다고”

1962년 조창손 선생과 함께 남파된 연락선의 무전수 출신. 전향공작 초기인 72년 늦가을, 혹독한 고문에 못 이겨 전향을 선택. 1988년 출감되어 현재 시골에서 혼자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순박하고 여린 성격이지만, 때때로 그에게서는 전향한 사람들의 씻기지 않을 고통이 말없이 묻어난다. 비전향장기수들의 송환 이후 그를 비롯한 33명의 전향장기수들은 전향무효 선언을 하고 현재 송환 운동을 벌이고 있다.

* 류한욱(90세/36년 복역)
: 한때 시라소니의 절친한 친구

“시라소니가 오늘날에 살아 있었으면 나 여기 있지 않아. 자기 부하들 데리고 와서 깡패 행동 하면 나를 안 보낼 수 있겠어?”

장기수 중 최고령자. 중국에서 프로복싱 선수를 할 정도로 운동신경이 뛰어났고 한때 시라소니와 절친한 사이였다고 한다. 고문과 구타로 점철된 수감 생활로 인해 혈관이 터져 반신 마비를 겪었다. 한겨울에도 냉수마찰을 하는 등 불굴의 의지로 건강을 유지했고 꽃동네 오웅진 신부에게 마르크스 서적을 권하는 등 활달하고 담대한 기상을 지녔다. 젊은이보다 더 강한 눈빛의 소유자.

* 김석형(87세/30년 복역)
: 그는 여전히 정치 활동 중

“화성, 성폭행사건 계속 되는 거, 못 잡았죠? 난 잡았어요. 미국 놈들이에요. 난 교도소에 앉아서도 잡았어.”

4·19 직후 남한의 지식인들을 포섭하려는 임무를 띠고 내려 온 정치공작원. 북의 고위 관료출신으로 매사 딱 부러지고 깐깐하다. 출소 후에도 계속 정치공작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학식이 풍부하고 말솜씨가 좋았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통일의 당위성과 북한에 대한 얘기로 주위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 신인영(72세/31년 복역)
: 지나치게 똑똑하고 이지적인 간첩

“납북자라니, 납북자가 없는데 납북자라고 그러니까 그게 정치적으로 문제가 되는 거야.”

남한 출신. 사회주의자인 외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학생운동을 했다. 북한 최고 명문인 김일성 종합대학을 졸업하고 엘리트의 길을 걷다 정치공작원으로 남파되었다. 감옥에서 골수암으로 투병하다 98년 보석으로 출소되었다. 똑똑하고 이지적이며 논리적인 언변으로 주위의 신망을 얻었지만 가끔은 자신의 논리에 너무 철저해 거부감을 줄 때도 있다. 송환 후 2002년 초 사망.

* 안학섭(44년 복역)-결혼으로 송환 거부

“우선 화환이 달라요. 김선명은 완전한 화환인데, 나는 꽃이 3분의 2 정도 되고 한장호 선생은 차라리 안 주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나를 스타로 내세움으로써 상품화하는 거예요.”

전쟁 포로로 체포되어 김선명에 이어 두 번째로 장기 복역하였다. 무척 깐깐한 성격이라 출소 환영 행사에서 김선명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을 비판하고 조선일보 기자들 앞에서 조선일보의 속죄를 요구하는 등 잘못된 일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2000년 송환을 바로 앞둔 시점에서 갑작스레 결혼을 발표하여 동료들을 당황케 했으며 결국 송환되지 않기로 결정했다.

* 함세환(69세/34년 복역)
: 인기 만점의 엔터테이너, 정의의 사나이

“늠름하고 마음씨 고운 이웃집 처녀가 마음에 드네. 처녀보살이 마음에 드네. 어기영차 당기어라. 에헤라 에헤여, 장가를 들어라.”

춤 잘 추고 노래 잘 하는 엔터테이너. 활달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많은 사람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한편으로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의 사나이. 총각으로 남한 여성과 결혼하고 싶다던 그는 송환 후 북한에서 가정을 이루었다.

* 진태윤: 한때 호랑이처럼 용맹했지만, 지금은 고개 숙인 선장

“다섯 놈이 때리는데, 한 600대까지는 세. 그리곤 정신 놓으면 그 다음은 모르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꽁꽁 묶어서 여기다 볼펜을 끼어가지고 자기들이 쓰는 거야. 그렇게 전향 당했어.”

1962년 남파한 연락선 선장. 1970년대 중반 매를 맞고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강제로 전향 당했다. 출소 후 요양시설에서 생활하다 개를 키우는 농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한때 호랑이처럼 용감하고 강직한 선장이었던 그는 전향 공작의 상처를 안은 채 부하였던 조창손 앞에서조차 한없이 작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