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사진 보기...more

커티스 | 꼬리칸 사람들을 이끄는 반란의 리더

크리스 에반스 Chris Evans
<퍼스트 어벤져>와 <어벤져스>. 관객이 기억하는 크리스 에반스를 <설국열차>에서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슈퍼 히어로의 방패를 내려 놓은 그는 한 칸 한 칸 적과 맞닥뜨리면서 돌파해 나가는 강렬한 액션의 뒤 편, 17년 간의 기억에 대한 고뇌와 회한으로 눈물짓는 모습이 교차하는 반란의 히어로로 다시 태어났다. 자신 안에 있었지만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까지 결이 깊고 섬세하게 끌어낸 크리스 에반스를 지켜보는 것은 <설국열차>를 보는 가장 큰 재미 중 하나다.

"<설국열차>는 정말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놀라운 배우들, 놀라운 감독과 함께 했다. 촬영 방식도 유니크했다. 보통은 마스터 샷을 찍고 내 방향에서 다시 그 씬 전체를 찍고, 상대 배우 방향에서 다시 씬 전체를 또 찍고 편집실에서 잘라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봉감독님은 머리 속에서 이미 편집이 되어 있다. 스토리보드가 곧 편집본이다. 예를 들면 집을 짓는데 못 한 봉지가 아니라, 못 53개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차원이 다른 사람과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 그의 비전에 완전히 복종했다. <설국열차>가 정말 기대된다"

[Filmography]
2014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Captain America: Winter Soldier)
2012 어벤져스(The Avengers)
2011 퍼스트 어벤져(Captain America: The First Avenger)/펑처(Puncture)
2010 스콧 필그림 vs 더 월드(Scott Pilgrim vs the World)
2009 푸쉬(Push)
2008 The Loss of a Teardrop Diamond/스트리트 킹(Street Kings)
2007 선샤인(Sunshine)/내니 다이어리(The Nanny Diary) / 판타스틱4-실버 서퍼의 위협(Fantastic Four:Rise of the Silver Surfer)
2005 판타스틱 4(Fantastic Four) 外

남궁민수 | 열차의 보안설계자

송강호 SONG Kang Ho
그를 빼놓고는 한국 영화사를 쓸 수 없을 정도로, 흐름을 바꿔 놓은 작품들엔 늘 그가 있었다. <괴물> 직후, 가장 먼저 <설국열차>에 탑승을 확정 지은 그는 외국의 명배우들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녹아 들며, 어느 새 화면을 지배한다. <설국열차>는 1년 6개월간 그를 기다려온 한국 관객에게는 고향집에 돌아온 것 같은 편안함을 주는, 그리고 세계 관객에게는 '괴물' 같은 배우 송강호를 제대로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배우들의 국적성에 주목하기 보다는 굉장히 새로운 얘기, 새로운 시대의 얘기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촌철살인의 얘기들도 있고. 묵직한 감동과, 일종의 사회적 메시지가 마지막 폐부를 찌를 준비가 되어있는 영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한국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여는 느낌의 영화. 그렇게 생각하고 신나게 보시면 좋을 것 같다"

[Filmography]
2013 청출어람 2012 하울링 2011 푸른 소금 2009 박쥐/의형제 2008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2007 밀양/우아한 세계 2006 괴물 2005 남극일기 2004 효자동 이발사 2003 살인의 추억 2002 복수는 나의 것/YMCA야구단 2000 반칙왕/공동경비구역 JSA 1998 쉬리/조용한 가족 1997 넘버 3/초록물고기 1996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外

윌포드 | 창조자이자 엔진을 보살피는 열차의 절대자

에드 해리스 Ed Harris
데뷔 이래 꾸준히 관객들의 뇌리에 머물렀던 명배우이자, 직접 쓰고 연출 한 <폴락>이 세계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그 스스로 뛰어난 감독이기도 한 에드 해리스. 영화 내내 꼬리칸 사람들에게는 타도 대상의 절대악으로, 앞쪽칸 사람들에게는 신에 버금가는 경외의 대상으로 이름만 언급되다가, 말미에서야 얼굴을 드러내는 윌포드 역에는 등장하는 첫 순간 관객이 납득할 수 있는 막중한 존재감과 연기력이 뒷받침되어야 했다. 그리고 에드 해리스로 인해 윌포드는 이중적 존재로서의 아이러니와 함께 남다른 매력을 가진 실체를 얻었다.

"<마더> <살인의 추억> <괴물>, 전작을 보고 나와 우리 가족 모두 봉감독의 엄청난 팬이 됐다. 그는 배우의 아이디어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감독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바가 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내 일은 그가 원하는 그 비전을 실행해 내는 거였다. 윌포드는 생존자들을 싣고 달리는 그 기차를 발명한 사람으로, 사업가, 엔지니어, 물리학자, 심리학자, 무당의 면모가 조금씩 다 내재되어 있는 사람이다. 열차 안에 타고 있는 다수의 사람들에 대한 윌포드의 억압은 분명 현재 세상에 일어나고 있는 상황들과 유사한 면이 많다. 그 상황이 잘못된 것이라는 메시지, 이런 뉘앙스들이 관객들에게 어떤 울림을 가질 것인가 하는 부분도 궁금하다"

[Filmography]
2012 맨 온 렛지(Man on a Ledge)/게임 체인지(Game Change) - TV
2011 댓즈 왓 아이엠(That's What I am)
2010 웨이 백(The Way Back)
2008 아팔루사(Appaloosa)
2007 가라, 아이야 가라(Gone Baby Gone)
2006 카핑 베토벤(Copying Beethoven)
2005 폭력의 역사(A History of Violence)
2002 디 아워스(The Hours)
2001 뷰티풀 마인드(A Beautiful Mind)/에네미 앳 더 게이트(Enemy at the Gates)
2000 폴락(Pollack) - 감독, 주연
1998 스텝맘(Stepmom)/트루먼 쇼(The Truman Show)
1997 앱솔루트 파워(The Absolute Power)
1996 더 록(The Rock)
1995 아폴로 13(Apolo 13)/닉슨(Nixon)
1992 글렌게리 글렌 로스(Glengarry Glen Ross)
1990 헬스 키친(Hell's Kitchen)
1989 어비스(The Abyss)
1984 마음의 고향(The Place in the Heart) 外

길리엄 | 꼬리칸의 정신적 지도자. 살아있는 성자

존 허트 John Hurt
현자의 지혜로움과 리더의 용기. 존재만으로도 추종하게 만드는 정신적인 지도자, 살아있는 성자의 풍모까지. 꼬리칸의 성자인 길리엄 역에는 단순한 노배우가 아닌, 영적인 분위기를 풍겨낼 수 있는 대배우가 필요했다. 봉준호 감독이 중학교 때 명화극장으로 본 <엘리펀트 맨>에서 얼굴에 덮어 쓴 헝겊 너머 형형하게 빛나던 눈동자의 주인, 그 얼굴이 궁금했던 최초의 호기심 이래 30년, 존 허트는 노인의 몸에 깃든 성자로 한국 관객을 만난다.

"봉감독은 화가와 꽤 닮은 면이 많다. 완전히 비어 있는 캔버스에서 시작해서, 전 작품의 어떤 것도 현재 작품에 가져오지 않는다. <살인의 추억>과 <마더>만 해도 완전히 다르다. 작품을 촬영하는 방식 역시 기가 막히다. 게다가 이 작품은 길고 좁은 열차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간에 대한 감각도 있어야 했다. 그런데 봉감독은 정말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의 촬영의 대가다. 최종적으로 스크린에 보여주고 싶은 것만 찍는데, 말은 쉬운 것 같지만 사실 히치콕 정도나 해낼 수 있는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봉감독은 히치콕이 해냈던 것을 하는 감독이다. 아마 봉감독의 편집실 바닥에는 편집하고 남은 필름 찌꺼기 따위는 없을 것이다. 내가 이 작품을 정말 즐겼다는 말을 꼭 해야겠다. 꼭 다시, 정말로 함께 일하고 싶다"

[Filmography]
2011 멜랑콜리아(Melancholia)/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Tinker Tailor Soldier Spy)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ollows:Part2) 신들의 전쟁(Immortals)
2010 브라이튼 록(Brighton Rock)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ollows)
2009 뉴욕, 아이 러브 유(New York, I love You)/잉글리시 맨 인 뉴욕(An Englishman in New York)
2008 헬보이 2:골든 아미(Hellboy II: The Golden Army) 인디애나 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Indiana Jones and the Kingdom of the Crystal Skull)
2006 향수(Perfume: The Story of a Murderer)
2005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
2004 헬보이(Hellboy)
2003 도그빌(Dogville)
2001 코렐리의 만돌린(Captain Corelli's Mandolin)
2001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Harry Potter and the Sorcerer's Stone)
1997 컨택트(Contact)
1985 애프터 다크니스(After Darkness)
1984 1984/ 히트(The Hit)
1980 엘리펀트 맨(The Elephant Man)/천국의 문(Heaven's Gate)
1979 에일리언(Alien)
1978 미드나잇 익스프레스(Midnight Express) 外

메이슨 | 윌포드의 최측근 심복. 열차의 2인자인 총리

틸다 스윈튼 Tilda Swinton
2009년 부산영화제 때 틸다 스윈튼이 봉준호 감독의 팬이라는 사실을 밝힌 이후 봉준호 감독이 '황금 카메라상' 심사위원장으로 방문한 칸 영화제에서 최초로 만난 자리,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꼭 작품을 같이 하자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약속은 남자였던 메이슨이 그녀로 인해 여자로 수정되는 과정을 거쳐 <설국열차>로 결실을 맺었다. 도전을 즐기는 틸다 스윈튼은 코를 들창코로 세우는 등 인상을 확 바꿔 보고 싶다는 제안을 먼저 할 정도로 세상에 없던 인물 메이슨을 새롭게 만들어 냈고, 그 결과 예고편 공개 만으로도 세계 관객들로부터 그녀임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변신과 호연이라는 호평을 끌어냈다.

"어떤 면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작품을 처음 봤던 순간부터 이 작품에 합류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의 영화 세계에는 그런 악마 같은 점이 있다. 배우들 중 어떤 사람들은 꼭 내가 직접 살아 있는 배우 중 제일 좋아하는 사람들을 고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송강호와 함께 일하다니… 정말이지 송강호는 진심으로 현재 살아 있는 배우들 중 가장 위대한 배우 중 한 사람이다. 정말 모든 사람들이 다 근사했다. 정말 우리 모두가 다 이 작품의 크레딧에 오를 수 있어서 축복 받았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출연진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아 진짜 봉감독이 아무나 고를 수 있었는데 날 택한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나는 이 영화가 우화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금껏 본 어떤 영화와도 다를 것이고, 정말 위대한 영화이면서 단순한 작품이기도 할 것이다. 삶과 살아간다는 것, 살아남는다는 것에 관한 이야기로, 위험하고 어렵지만 다들 많이 생각해 본 주제들이니까. 무엇에 관한 이야기냐고? 생존과 삶에 대한 이야기. 죽음을 넘고 열차 칸들을 지나, 수많은 싸움을 거쳐 살아남는 생존에 관한 이야기다"

[Filmography]
2012 문라이즈 킹덤(Moonrise Kingdom)
2011 케빈에 대하여(We need to talk about Kevin)
2010 나니아 연대기:새벽 출정호의 항해(The Chronicles of Narnia:The Vayage of Dawn Treader)
2009 아이 엠 러브(I Am Love)/리미츠 오브 컨트롤(Limits of Control)
2008 번 애프터 리딩(Burn after reading)/줄리아(Julia)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나니아 연대기-캐스피언 왕자(The Chronicles of Narnia: Prince Caspian)
2007 마이클 클레이튼(Michael Clayton)/런던에서 온 사나이(A Man from London)
2005 브로큰 플라워(Broken Flower)/콘스탄틴(Constantine) 나니아 연대기-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The Chronicles of Narnia:The Lion, the Witch and the Wardrobe) 2003 영 아담(Young Adam)
2002 어뎁테이션(Adaptation)
2001 바닐라 스카이(Vanilla Sky)
1999 전쟁 지역(War Zone) 外
1993 올란도(Orlando)

에드가 | 커티스의 넘버 2이자 오른팔. 꼬리칸의 반항아

제이미 벨 Jamie Bell
커티스의 어깨 너머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하며 그에게 도움이 되고 인정을 받고 싶은 10대. 쉴 새 없이 세상 모든 것, 특히 기차 안의 불합리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며 행동을 촉구하는 뜨거운 피를 가진 소년이다. 어린 시절에 대한 대사가 나오는 에드가 역에는 <빌리 엘리어트> <킹콩> <제인 에어>등의 영화를 통해 관객이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을 기억할 수 있는 제이미 벨 이상의 배우를 떠올리기 힘들다. 실제 말투와 행동거지까지 에드가 그 자체였던 제이미 벨은 <설국열차>에 그만의 액센트를 더하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Filmography]
2012 맨 온 렛지(Man on a Ledge)
2011 제인 에어/틴틴:유니콘 호의 비밀(The Adventures of Tintin)/더 이글(The Eagle)
2008 점퍼(Jumper)/디파이언스(Defiance)
2007 할람 포(Hallam Foe)
2006 아버지의 깃발(Flags of Our Fathers)
2005 킹콩(King Kong)
2004 디어 웬디(Dear Wendy)
2002 니콜라스 니클비(Nicholas Nickleby)/데스워치(Deathwatch)
2000 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

타냐 | 빼앗긴 아들을 되찾기 위해 앞칸으로 돌진하는 꼬리칸의 열혈 엄마

옥타비아 스펜서 Octavia Spencer
타냐는 평범한 사람들이 왜 반란을 일으키게 되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존재다. 목숨보다 소중한 아이를 앞칸에 빼앗기는 극단의 상황에 처한 엄마. 전사의 조건에 들어맞지 않음에도 반란에 동참하는, 꼬리칸 사람들을 대변하는 타냐 역에 <헬프>의 저돌적이고 정 많고 의리 있는 '미니' 옥타비아 스펜서는 안성맞춤의 선택으로 감독의 낙점을 받았다. 처음 해 보는 액션 연기와 SF영화 그리고 <괴물> 이후 팬이 된 송강호와의 공연. 옥타비아 스펜서는 마치 축제처럼 <설국열차>를 즐겼고, 그 결과는 스크린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영화에는 많은 메시지가 있지만 가장 큰 메시지는 꼬리칸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수년간 씻지 못한데다 더러운 공기 때문에 동양인, 백인, 흑인들까지도 어느새 같은 색의 어두운 회색 빛 피부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 정말 아름다운 통일성과 같은 목표를 가진 이들간의 형제애가 있다. 그 목표는 앞쪽 사람들과 평등한 대접을 받는 것인데. 현실 세계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설국열차>를 우화로 생각한다면 열차 선로를 인생의 여정에, 기차는 인간에 비유하고 싶다. 그러니까 그 열차가 최대한 개방적으로 많은 문화와 종교를 받아들이고, 믿음의 차이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이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하나의 세상이 되는 것이니까"

[Filmography]
2011 헬프(The Help)/플라이페이퍼(Flypaper)
2009 드래그 미 투 헬(Drag Me to Hell)/핼로윈2(Halloween2)
2008 세븐 파운즈(Seven Pounds)
2007 어글리 베티(Ugly Betty) - TV
2006 펄스(Pulse)
2005 미스 에이전트2(Miss Congeniality2:Armed and Fabulous)/코치 카터(Coach Carter) 外

앤드류 | 아들을 지키려는 일념뿐인 꼬리칸의 힘 없는 아빠

이완 브렘너 Ewen Bremner
타냐와 함께 꼬리칸의 민초들을 대표하는 앤드류는, 나약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관객이 단번에 캐릭터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공감시키는 전달력을 가진 배우여야 했다. 딱 한 장면 등장한 <네이키드> 이래 이완 브렘너의 팬이었던 감독이 연락하자마자, 역시 봉준호 감독의 팬이었던 그가 스코틀랜드에서 런던으로 직접 날아오는 열의로 역을 따냈다. 왜소한 체구, 힘으로는 상대도 안 되는 앞쪽의 권력자들을 향해 돌진하는 <설국열차>의 이완 브렘너는 나이 들면 변희봉 선생님 같은 배우가 될 것 같다는 감독의 코멘트, 그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마더>를 보고 말 그대로 넋이 나갔었다. <설국열차>에서도 그랬듯이, 봉감독님은 작품 안의 캐릭터에 대한 모험적인 감각이 있고 좋아하는 배우들을 캐스팅할 줄 아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다. 미국이나 영국의 스튜디오 영화에서는 제작자들이 각 역할에 대해 납득이 갈 만한 배우들의 리스트를 감독에게 주고 감독의 권한은 그 중에 후보자들을 추려주는 식이라면, 봉감독님에게는 자신이 정말 원하는 배우를 캐스팅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그리고 한국 영화는 특이한 것, 보통과 다른 것에 대해 너그러운 것 같다. 주인공들은 지저분하고 넝마를 걸치고 있고 반대로 악당들은 깔끔하고 이는 가짜 같을 정도로 반짝이고 겉모습은 예쁘게 정돈되어 있다. 미국 스튜디오 시스템 안에서는 이런 영화는 아마 못 만들 것이다. 이런 대비를 거의 신성모독으로 여겼을 것이다"

요나 | 남궁민수의 딸. 열차에서 태어나 자란 17세 소녀

고아성 KO Asung
태어나 자란 기차 자체가 온 세계인 트레인 베이비로, 땅에서 태어난 사람들과는 다른 느낌, 별 세계에서 온 것 같은 묘한 낯설음을 풍겨야 하는 요나. <괴물>의 입 속에서 나왔던 고아성의 전력으로 이름까지 요나로 정해질 정도로, 고아성은 송강호와 함께 가장 먼저 출연이 확정되어 있었다. 영어로 연기하는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기차에서 태어난 소녀의 신비함과 엉뚱함을 놓치지 않으면서 송강호와 함께 또 한번의 멋진 콤비 플레이를 선보이는 <설국열차>의 고아성은 새로운 여배우의 탄생을 예감케 한다.

"정말 원점으로 돌아간 느낌. 봉준호 감독님이 연기 디렉팅을 해주시고 송강호 선배님께서 옆에서 조언이나 지도를 해주시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정말 행복했던 경험인 첫 영화 <괴물>처럼 그분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게 다시 없을 행운이었다. 요나는 경험에서 끄집어 낼 수 있는 부분이 하나도 없어서, 상상력에 많이 의존을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단단한 대지가 상식이라면 기차에서 태어난 요나에게 땅은 언제나 흔들리는 것이다. 그래서 본성과 본능이 다를 수 밖에 없는, 그런 부분이 매력적인 캐릭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