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소 a smile
 


2003, 드라마, 98분, 15세 관람가

제 작 : 미소필름
공동제작 : 가을엔터테인먼트
제 작 : 김석구 l 프로듀서 : 임순례
각본/감독 : 박경희
촬 영 : 임재수 l 조 명 : 정승주
편 집 : 박유경 l 동시녹음 : 김병철
배 급 : 동숭아트센터 ...more

2003년 2월 13일(금) 개봉
상영관 : 하이퍼택 나다
홈페이지 www.dsartcenter.co.kr

2003년 서울여성영화제 개막작!

 

출 연
소 정 : 추상미
지 석 : 송일곤
비행강사 : 조성하
안작가 : 진
민 수 : 박원상


= 영화리뷰 =


나를 닮은 그녀와 온다! <미소>

 

2004년 하이퍼텍 나다는 좀 더 다양한 영화들이 관객과 적극적으로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새로운 언어로 관객과 소통하고자 영화의 대중적이고 즉흥적인 흥미를 쉽게 얻어내기는 힘들어도 관객 앞에 설 영화들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올 2월 개봉을 앞두는 영화 <미소>가 관객을 만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영화의 색다른 구성부터 큰 화제가 되었던 박경희 감독의 첫 장편영화이자 세 명의 감독이 연출, 프로듀서(임순례 감독), 배우(송일곤 배우)의 열연으로 이루어진 영화이기도 한다.

박 감독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인간의 모습을 일상 그 자체로 다루는 법을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소정(추상미)은 사진작가로 튜불러비전(망막색소변성증)에 걸려 실명 앞에 그녀의 삶의 태도를 관객에게 선사해준다. 보통 영화에서 인간이 죽음 앞에서까지 가치 있은 인생을 사는 모습을 그렸다면 <미소>의 소영은 죽음 앞에서도 일상을 자연스럽게 살아간다. 그 자연스러움이 보는 이에게 괴로움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박 감독은 삶이란 애쓰지만 안 되는 것을 관객에게 깨닫게 해준다. 인간이 살아오는 삶에 가치 있은 업적을 남겨야만 하는 오만함을 채찍질하고 있다.

튜블러비전-가족-미소-비행의 4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그녀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떠난다. 여기서 관객에게 질문을 던져준다. 죽음 앞에서 한 인간에게는 무엇이 있는가? 소정은 사랑도 정리한다. 가족에게는 말하지 못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 사진도 저버리려고 한다. 그러나 시야를 넓히려고 경비행기를 배우는 그녀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삶 '사진'을 되찾는다. 뿐만 아니라, 죽음 앞에서 살고 싶어하는 자신의 오만함을 통해 허탈한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는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죽음 앞에 미소를 지어야만 하는가? '나'라는 존재의 아픔을 애틋한 사랑도, 따뜻한 가족에게 위로를 받기는 힘들다. 죽음과 나의 몸부림치기뿐이다. 아까운 시간을 살 수 있은 몇 시간 가치 있게 살아야하는 인간의 착각을 깨부수는 영화이다.

<미소>는 영화의 마지막까지 미소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진정한 <미소>의 의미를 생각해줄 것이다.

코리아필름 객원기자 조진영


관객과 소통에 실패한 100분 짜리 독립영화

 

‘미소’의 이런 점들은 '진지한 관객'을 끄는 구석이 있다
▶실명에 다가가는 사진작가의 행로를 그린 작품 ▶2003년 서울여성영화제 개막작
▶추상미의 7번째 혹은 8번째 영화 ▶유학파이자 영화 <꽃섬>의 송일권감독 출연
▶임순례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박경희감독의 장편데뷔영화 (그래서 임순례감독이 프로듀서한 영화)

그러나 안일한 출발 ‘시력을 잃어가는 사진작가’
‘시력을 잃어가는, 실명의 과정에 있는 사진작가’라는 컨셉이 처음부터 거슬렸다. 드라마틱한 구성을 위해 사용되는 가장 안일한 방법이 희귀병이나 시한부인생 뭐 그런 것들이다. (잘 나가던 드라마가 주인공이 백혈병에 걸리는 순간, 내가 다시 그 드라마를 보는 일은 없어진다.)

'튜블라 비전(tublar vision)' 이른바 '망막색소변성증‘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감독(작가)은 하고 싶은 말을 말할 수 없었을까? 이런 식의 접근방법이 하이틴로맨스나 TV멜로와 닮아있다는 생각을 감독(작가)은 한번도 하지 않았을까?

진실로의 접근에 실패한 사실주의
사실주의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에 대한 건조하고 꾸밈없는 영상이다. 패스트푸드 같이 기름지고 의도된 영상, 자극적이고 의도된 감동에 식상한 우리에게 사실주의 영상은 때로 무공해 채소처럼 느껴진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그 자체로서 사실주의의 진정성과 감동이다.

시야가 좁아져서 결국 실명에 이르는 과정에서 소정은 애인와 결별하고, 자신의 일부였던 사진기를 팔고, 시야가 넓어지는 ‘고공비행’을 시도하다 결국 호수로 추락한다. 호수에 처박힌 비행기 위로 간신히 기어올라온 소정에게 장대비가 쏟아진다. 대체 감독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우리는 ‘미소’에서 무엇을 보아야 했을까?

주제의식도 감동도 없는 100짜리 독립영화
독립영화가 30분인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독립영화는 관객의 인내력을 요구한다. 그러나 독립영화의 순수한 작가주의와 새로운 문제의식, 선명한 주제의식이 그 인내력을 보상한다. 그래서 우리는 독립영화를 본다.

‘미소’는 완성도는 낮으나 실험성으로 시도해 볼만한 독립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좋았겠다. 30분 정도의 분량에 이야기를 압축하고 주제의식을 좀더 날카롭게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독립영화의 범주로 ‘미소’를 보았다면 낮은 완성도나 안일한 구성에 좀더 너그러웠을까

‘와이키키’의 교훈 …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관객들에게 외면당한 ‘와이키키 브러더스’가 일주일만에 내렸을 때, 나는 관객들의 한심스러운 수준을 씹었다. 그런데 TV인터뷰에서 임순례감독이 ‘와이키키’의 흥행결과을 두고 ‘관객과의 소통’을 화두로 제기했을 때, 나는 그가 영화보다 더 감동스러웠다. ‘와이키키’와 같은 영화를 두고도 감독은 ‘대중과의 소통’을 말하고 있지 않은가?

‘작가의 의도와 작품성에 충실한’ 작가주의가 관객을 염두에 두지 않거나, 자기 방식대로의 화법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진지하고 무거운 영화를 좋아해서 화려한 액션이나 요절복통 코미디나 멜로성 연애이야기는 거의 안 보는 편식성 관객이다. 나와 같은 관객과 소통에 실패한다면 ‘미소’는 대체 누구와 소통하려고 하는가?

코리아필름 객원기자 류재숙


고통의 심연 속에서 비상을 꿈꾸다.

 

어둠 속에서 시력 검사를 받는 소정의 클로즈업된 두 눈과 그녀의 덤덤한 목소리가 화면을 채우며 영화는 시작된다. 전문 사진기사로 일하며 나름대로 만족할 만한 삶을 꾸려가던 소정은 자신의 직업상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망막색소변성증, 일명 튜블러 비전이라는 시야가 점점 튜브처럼 좁혀져 결국에는 실명까지 이르게 되는 희귀 안구병에 걸리게 된 것을 알게 된다. 평화롭던 그녀의 삶을 갑작스럽게 찾아와 뒤흔든 튜블러 비전과 같이 그녀가 처해 있는 현실과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과의 관계는 부조리하기만 하다. 언제 실명될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에서 소정은 자신만의 내적 고통과 외롭게 싸우며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행로를 차분하게 이어나간다.

자신의 두 눈이, 그리고 그 두 눈의 영향으로 삶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불확실해지자 애인과 함께 가기로 했던 유학 계획도 취소하고 그와의 관종지부를 찍는다. 그녀의 고통은 사랑하는 애인 지석마저도 대신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고통을 극복할 만한 방편을 찾을 수 있는 길을 함께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내려간 고향집에서도 그녀는 가족들로부터 고통을 위로 받을 수 없다. 가족들 각자가 떠 안고 있는 문제는 언제 발병될지 모르는 그녀의 튜블러 비전과 같이 위태롭고 불안하기만 하다. 선배가 부탁한 반가사유상의 사진을 포커스 아웃으로 찍고 지석을 떠나보내면서 소정의 내적 고통은 극에 달하지만 경주의 고분 촬영 건을 맡아 혼자 들어 가게된 옛 고분에서 그녀의 시야로 들어오는 비상하는 여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녀가 두려워하던 암흑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암흑이란 그녀 자신만의 고통을 결국 이겨내지 못하게 될 때의 어둡게 침잠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신의 내적 고통과 부조리한 현실 사이의 괴리감을 극복하고 치유하려는 방편으로 비상을 꿈꾸게 된 소정은 한적한 교외에서 경비행기 운전을 배우게 된다. 그 곳에서 그녀를 가르치는 비행교사와의 관계마저도 그녀를 둘러싼 그 부조리한 현실과 인간관계의 일부일 뿐이다. 이처럼 소정은 갑작스럽게 닥친 고통을 떨쳐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은 자신만의 한계에 갇히고 만다. 어떻게 보면 소정은 그 한계와 그토록 담담하게 홀로 싸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영화 <미소>에서 그려지는 소정은 위기에 닥쳤을 때의 연약하고 무력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으며 자신의 고통을 전염시키지 않는다. 차분하게 자신이 처한 현실을 직시할 줄 알며 그 고통에 직접 부딪히며 홀로 외로운 행보를 이어나가는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매력적인 캐릭터라 할 수 있겠다.

자신의 삶과 자아를 깨닫고 자신이 처한 고통과 위기를 깊이 성찰 할 수 있게 될 때 떠오르는 반가사유상의 미소를 착안했다는 <미소>는 영화가 끝나갈 때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은근한 미소가 맴돌도록 해주는 그런 고요한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코리아필름 명예기자 김민영


실명이 예정된 한 젊은 여류 사진가의 ‘슬픔’에 관한 영화

 

올해 서울여성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박경희 감독의 <미소>는 이러한 여성들의 능력과 노력이 일정 궤도에 올라섰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삶의 부조리함과 고통에 대해 깊이 통찰함으로써 깨달음에 이르렀을 때 떠오르는 반가사유상의 미소에 착안한 이 영화는 갑작스러운 삶의 위기를 맞은 한 여성의 행로와 선택을 담담하게 따라 간다.

사진가인 소정은 어느 날 자신이 튜블러 비전, 즉 망막색소변성증에 걸린 것을 알게 된다. 시야가 계속 좁혀 들어가 실명에 이를 수도 있는 병이다. 그러나 실명의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다. 삶이 불확실해지고 마음이 불안해지자 그녀는 애인 지석과의 유학 계획도 취소한다. 튜블러 비전, 가족, 미소, 비행 등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소정의 행로를 따라 그녀가 속한 현실과 그녀 내면의 열망을 비춘다. 그녀가 관계 맺는 현실은 그녀에게 이유없이 찾아온 튜블러 비전만큼이나 답답하고 부조리하다. 소정은 할머니의 장례로 인해 고향 집에 한동안 머문다. 짐짓 평온한 듯한 가정이지만 가족들은 각자의 고통에 외롭게 시달리고 있다. 그러한 상황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갈등과 폭력을 안고 있어, 잘라낸 나무 둥치가 삐죽이 솟은 채 남아있는 흉물스러운 증조부의 무덤처럼 불길하다. 애인인 지석도 소정의 답답한 비전을 치유하거나 보충할 능력이 없다. 소정이 만난 비행 교사도 삶의 제자리를 맴돌고 있을 뿐이다. 소정이 부딪히는 현실의 절대적인 한계는 그것을 넘어서려는 소정의 내적 열망을 역설적으로 부각한다. 소정은 시력을 잃어가지만 천 여 년 동안 어둠 속에 잠겨 있던 경주의 고분 속에서 비상하는 여신의 이미지를 보게 된다. 그리고 소정 또한 홀로 비상을 꿈꾼다.

빛과 암전을 적절하게 호흡하는 이미지는 성찰적인 영화 내용을 농축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젊은 영화 작가 두 명이 각각 프로듀서와 배우로 참여함으로써 박경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을 지지했다. 자본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제작자에서 젊은 스텝에 이르기까지 영화에 대한 열정을 모아 낳은 <미소>는 한국 영화의 저력을 입증하고 있다. (서울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남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