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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남 화백
"우리는 노예였습니다. 노예에겐 이름도, 민족도 없습니다. 그래서 난『레퀴엠』에 얼굴을 그려 넣지 않았습니다..." 세로
3미터, 가로 44미터의 대형화폭 속에 형상화된 그들의 어제와 오늘은 눈, 코, 입이 없는 민자의 얼굴에서부터
시작해 서서히 제 모습을 찾아가는 무수한 인간 군상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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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무심한 아버지, 그 후 어머니의 재가로 홀로 남겨진 그에게 있어 부모란
할머니 외에 아무도 없었다. 그늘진 유년시절이 흘러가던 1937년 가을 어느 날, 그는 선생님으로부터 이제
더 이상 학교에 나오지 말라는 어이없는 소식을 듣는다. 곧 시작된 강제이주... 이주명령이 떨어지자 마을의
수많은 남자들은 어디론가 끌려가고... 어린 아이들과 노약자, 그리고 부녀자들이 화물열차에 몸을 싣는다.
목적지도 모르는 그들에게 기차 안에서의 체포는 이어지고, 기본적인 생존여건 조차 갖춰지지 않은 기차의 열악한
여건에 많은 노약자들은 숨져간다. 남겨진 가족이라곤 할머니와 여동생... 강제이주 직후 전염병으로 꽃다운
열여섯에 세상을 뜬 여동생의 봉분도 없는 묘지를 오랫동안 가슴속에 그는 묻어두어야만 했다. 그를 친자식처럼
돌봐주던 할머니는 그의 어려운 살림살이로 인해 카쟈흐스탄의 친척에게 보내지고, 언젠간 할머니를 다시 모셔오겠다는
또 하나의 상처로 이어진다. 이 아픔은 당시 신순남 뿐만 아니라 대다수 고려인들의 비극이었다. 강제이주
당시 수많은 고려인들은 카쟈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으로 나뉘어져 정착되었고,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어 옆 나라의
피붙이들도 제대로 만나러 가지 못했던 형편 이였다. 또한 모국어와 고유풍습이 박탈당한 그들은 서서히 러시아인으로
동화되어 갈 수밖에 없었고, 모스크바나 키예프 같은 대도시로의 유학은 당시 꿈도 꾸기 어려웠다. 그러나
아스트롭스키 미술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그에게 모스크바 유학이라는 천금같은 기회가 주어지지만..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그에겐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 그 후 다시 협동농장으로 돌아와 『레퀴엠』연작을 위해 다시
붓을 든다. 예술에 대한 믿음과 미래에 대한 희망 속에 시대와 타협하지 않는 자신과의 싸움 속에서 그는
『레퀴엠』연작 완성에 성공되기에 이른다. 이렇게 그의 필생의 대작 『레퀴엠』은 마침내 1990년, 만 33년
만에 완성되기에 이른다.
이 작품 『레퀴엠』은 1997년, 한국에서 개최된 [신순남 한국특별전]을 끝으로 조국, 대한민국에 무상
기증되어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되었고 그 해 한국정부로부터 금관문화훈장을 수여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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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피카소... 신순남
[약력]
1928 연해주 나호드카 근교 타우딤 출생.
1949 타쉬켄트 벤코프 미술학교 졸업
1960 타쉬켄트 아스롭스키 미술대학 졸업.
1955~97 타쉬켄트 벤코프 미술학교 교사.
1997~현재 타쉬켄트 아스트롭스키 미술대학 교수.
1962~현재 소련 화가동맹(Academy of Art) 회원
1990~현재 우즈베키스탄 화가동맹(Academy of Art)회원
[개인전]
1990년 제1회 전시회 모스크바 트레차콥스까야 미술관
1992년 제2회 타쉬켄트 국립 미술관
1995년 제3회 타쉬켄트 국립 미술관
1995년 제4회 한국 국립 현대미술관 (수난과 영광의 유민사 - 신순남 한국 특별전 )
[수상경력]
1957년 모스크바 세계청년작가전 1위 입상.
1957년 우즈베키스탄 청년작가전 2위 입상
1976년 수련 문화부 선정 '우수작가 휘장' 수상.
1978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으로부터 '예술 공로상' 수상.
1997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으로부터 '예술 공로상' 수상.
1997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금관 문화훈장' 수상.
2000년 대한민국 'KBS 해외 동포상' 수상.
☞ 그의 작품이 상설 전시 보관되어 있는 곳
* 러시아 트레차콥스까야 미술관(3점 소장)
* 우즈베키스탄 국립 박물관(40여 점 소장)
* 우즈베키스탄 문화부(수십 점 소장)
* 한국 국립현대미술관(147점 소장 조국에 무상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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