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인 건일은 늦게 일어난다. 그는 학교에 가는 대신 담배 한 갑을 사고 뒷골목을 어슬렁거린다. 여자친구인 은정에게 삐삐를 치고 중국집에서 배달을 하는 동팔을 만난다. 동팔은 건일이 대신 배달을 해주면 점심을 사주겠다고 한다. 배가 고픈 건일은 그 제안을 거절못하고 배달은 가지만 그 집에는 아무도 없다. 돌아오는 길에 건일은 학교에서 도망쳐 나오는 은정을 만난다.

학교에서 땡땡이치고도 집에 가서는 '학교 다녀왔습니다!'라고 외치는 우리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한국에서 고등학생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럭저럭 살아가는 이들을 우리는 "고삐리"라 부른다. 그러나 학교라는 작은 울타리에 있는 이들 대부분은 '대학진학'이라는 만고불변의 화두 아래 놓여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나름대로의 삶과 투쟁하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나머지 이들의 하루를 학교 울타리 밖에서 스케치한다.

기존의 하이틴 영화에서는 획일화된 교육제도의 비판이나, 입시지옥 속에서 고민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담아왔다. 또 90년대 이후 충무로에서는 소재주의적이고 센세이셔널한 청소년들의 극대화된 무한질주의 탈선과 방황을 미화시켜왔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고삐리들의 모습은 카메라 주변부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학교 다녀왔습니다'는 여느 집단에서나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일탈된 나머지 이들의 모습을 조용하게 관찰하려고 노력한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