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min, 1999, 35mm, color, 이지호


감 독 : 이지호
촬 영 : 김석구
프로듀서 : 김의신
원 작 : 블라디미르 나바코프 단편소설
음 악 : 안 정일, 어어부 프로젝트

배 급 : 미로비젼

= 시놉시스 =

'동화'는 진호라는 한 인물의 지극히 평범한 삶에 일어나는 지극히 평범하지 않은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악마와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매일 반복되던 그의 지루한 삶에서의 탈피와 갈망하는 여자들과의 정열적인 하룻밤의 기회가 주어지면서 스토리는 전개된다. 진호의 수줍은 모습 뒤에는 과욕과 어리석음으로 가득찬 그의 본 모습이 숨겨져 있다. 자신의 욕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금지된 사과"가 주는 화려함의 먹이가 되고 마는 진호. 하지만 자아와 세상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는 그는 영원한 실패의 굴레 속에 갇히는 운명으로 전락한다.

전체적 스토리는 진호라는 인물을 위주로 전개되지만 사실 이 영화의 주요 인물은 시간을 초월하는 신비로운 매력과 강인함을 지닌 악마의 탈을 쓴 야마모토 부인이다. 악마의 위력을 지닌 야마모토 부인은 마치 봄바람과 같이 서서히 스토리 속으로 들어와 진호를 최후의 멸망으로 이끈다. 그녀는 진정한 에로스와 사나토스 - 사랑과 죽음 - 의 화신으로 나약한 진호의 운명적인 약점 을 끌어 내게 된다. 은근한 폭력을 잔잔하게 구사하면서 야마모토 부인은 경박한 진호의 행동을 통해 보여지는 인간의 나약함을 하나의 존재적 원칙으로 부각시킨다. 여기 보여지는 야마모토 부인의 직선적이고 완벽한 의지력은 영화의 시작부터 그녀가 승자가 될 것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암시해 준다.

이 영화는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소유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를 필사적으로 쫓아 사는 바로 그 욕망에 대한 것 이다. 마치 주사위 하나에 목숨을 거는 도박꾼처럼. 행운에 우리 자신을 맡기는 동시에 이 조정될 수 없는 변수를 조정하려는 바로 이 패러독스가 인간의 나약함을 그려낸다. 우리 인간은 원칙과 자아를 거부하는 모순의 창조물이다. 그리고 바로 이 '흠' 때문에 사람은 그렇게 쉽게 속으며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