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대가족 체계와 현대적 가족체계가 혼재된 시대의 한국 가족의 초상화.

집에서 절대권력으로 군림하지만, 늘 그 자리가 비어있는 한국의 아버지. 한국사회에서 남성이라는 이름으로 요구되고 묵인되는 것들. 이 영화는 가족간의 관계를 왜곡시키는 그 남성성에 관한 영화이다.

<가족 프로젝트-아버지의 집>은 관객에게 세 가지의 질문을 던져준다. 첫 번째 자신의 집은 진정한 가족인가? 두 번째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가족 구성원들에게 성 역할을 강요하지는 않은가? 세 번째 아버지가 아닌 남자로서, 어머니가 아닌 여성으로서 우리는 바라보고 있는가?

감독은 자신의 집에 대한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찍은 영화다. 보통 다른 사람들에게 가족의 속내를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들은 개의치 않고 있는 그대로 자신의 가족의 문제점을 다루었다는 것을 높게 평가할 만하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할아버지의 세대와 아버지의 세대, 아들의 세대간의 간극이 무엇인지를 말해준다. 사회에서 인정받은 아버지도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아버지, 어머니, 자식이 있다. 특히,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가족구성원들에게 역할을 주어짐에 따라 자신의 성 정체성을 잊어버리는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아버지는 아들로서, 남편으로서, 부모로서 존재할 뿐이지 한 인간으로서 남자로서 비춰지지 않는다. 어머니라는 존재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 앞에서 웃는 학생의 얼굴에, 직장에서 존경받은 분의 얼굴에, 주위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가정주부의 얼굴들을 보고 누가 그 사람의 가족에 문제가 있는지를 알겠는가? (2002년 4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