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친구(연수, 현경, 정민)가 카페에서 만난다. 연수는 둘에게 승욱과의 연애사건을 털어놓는다. 몇 달간 사귀어오던 승욱이 갑자기 절교를 선언했고 납득할 수 없는 승욱의 변심에 괴롭지만 결국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정민은 내심 무척 당황한다. 왜냐하면 정민이 승욱과 만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둘의 관계가 멀어진 것을 알기 때문이다. 며칠 뒤 연수와 현경은 거리에서 다정하게 팔짱을 낀 정민과 승욱을 목격하게 된다.

연인들은 자신들의 감정이 특별하고 영원한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언젠가 사랑의 감정은 퇴색되고 사랑의 믿음은 무색해지고 만다. 우리는 현재만을 살고 따라서 현재는 늘 절박한 중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흐르는 시간 속에서 현재는 미래 또는 과거의 필터로 끊임없이 재해석 될 운명에 놓인다.

반드시 시간이라는 경로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종종 다른 상황에 놓인 타인을 통해 자신의 과거 또는 미래를 간접 경험하게 되는데 그런 의미에서 세 친구는 서로의 과거이면서 미래이다.

<연애에 관하여>를 보고 있노라면 연애라는 것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김지현 감독은 연수, 현경, 정민의 자신들의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맘껏 하게 하면서 내심 입으로 드러내진 않는 숨겨진 연애의 모습을 밝힘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사랑이 결코 진실할 것인가 의심을 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에 대한 넘쳐나는 우월감으로 연애담을 말하던 연수는 연애에 있어 성공한 사람으로 표현되는 듯 하다가 새로운 연인 정민으로 인해 승욱에게 버림받은 패배자로 그려진다. 결국, 연애에 있어서 그 누구도 패배자도 승리자도 아닌 모두 사랑받고 버림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다른 이들의 연애담을 엿듣는 형식으로 영화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