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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요나라 서울, 사요나라 아버지…” 노트북 사기 판매로 돈을 모으는 고등학생 종환과 그의 친구 영수. 종환은 돈을 벌기 위해 일본으로 떠난 엄마를 만나러 가기 위해 여비를 모으는 중이다. 시장에서 태극기를 파는 아버지의 피곤함과 아무런 의미도 찾을 수 없는 학교 생활에 지친 종환에게 서울(집)의 의미는 아무것도 없다. 반면 단지 엄마가 있으리라는 기대에 일본이라는 나라는 종환에게 알 수 없는 이상향으로 느껴진다. 일본으로 떠나기 위해 마지막 작당을 꾸미는 종환과 영수. 날것으로 보여지는 소년의 성장통이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영화.

두 십대 한국 소년의 성장통이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두번째 에피소드 <엄마찾아 삼만리>. ‘광복’과 ‘한일관계’ 속에 놓인 현재의 청춘 세대들은 한일관계나 광복의 역사에 대한 직접적인 고민보다는 어떤 세대간의 고민을 안고 사는 이들이라 생각했다는 감독. 이에 감독은 단지 어렸을 때 헤어진 엄마가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도쿄를 이상향으로 생각하는 십대 소년 종환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현재 한국을 살고 있는 청춘 세대들의 반항적인 성장영화를 완성했다.

종환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만으로도 충분히 도쿄를 동경하는 한국의 십대 소년이다. 그러나 도쿄에 있다는 종환의 엄마는 영화가 끝날 때 까지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뿐더러 실체하는지 확인할 수도 없다. 영화의 끝에서 종환은 실제로 일본에 갔을 수도 있으며, 그저 판타지일 수도 있고, 일본에 갔다 하더라도 그곳에 엄마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아니면 그곳에서부터 다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수도 있다. 두번째 에피소드 <엄마 찾아 삼만리>는 한일 양국의 청춘 세대가 서로에 대해 품고 있는 풀리지 않는 고민을 확실한 끝을 알 수 없는 한 소년의 성장영화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

<엄마 찾아 삼만리>는 서울 거리와 마지막 도쿄에서의 거리 이미지들 속에서 아이들을 담는 다큐멘터리적 성격이 강한 방식을 택했다. 소년들이 여러 시선에 노출되는 느낌으로 인해 서울과 도쿄의 거리 속에서 떠도는 아이들의 모습이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세상을 보는 수많은 시점 중에 무표정한 소년들의 얼굴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었다는 감독은 카메라를 바라보는 소년의 얼굴을 클로즈업 하는 등, 조금은 긴 호흡의 장면들을 간간이 배치했는데, 이것은 그러한 장면들이 주는 진공의 느낌이 소년기가 겪는 아련한 정서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주인공 소년의 무덤덤한 표정이 가슴 한구석을 아련하게 울리는 작품이다.

일본으로 돈을 벌러 간 엄마를 만나러 가기 위해 여비를 마련하는 십대 소년의 고단한 하루를 통해 아픈 과거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미래를 맞기 위한 노력의 과정을 보여준다.

종환 역 _ 김동영

내년이면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김동영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영화배우로서의 필모를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는 기대되는 유망주다. <꽃피는 봄이 오면>에서는 용석 역을, <사랑해 말순씨>에서는 철호 역을, 그리고 이제 막 크랭크업한 <짝패>에서는 어린 필호(이범수 분) 역할을 맡아 사춘기 소년의 반항적인 모습을 자연스럽고도 매력적이게 연기했다.

영수 역 _ 정대훈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초입 부분, 다친 다리를 이끌면서도 끝까지 따라갈 수 있다고 오열하던 어린 인민군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정대훈. 평소 진지한 역할만을 해오던 터라 <엄마찾아 삼만리>의 영수처럼 까불까불 밝은 역할이 낯설었다는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할 수 있었던 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한다. 현재 경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휴학 중에 있다.

감 독 : 김종관

옴니버스 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제약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단편 <폴라로이드 작동법> <낙원> 등으로 작년 한해 국내외 독립영화제를 휩쓴 김종관 감독은 현재 충무로와 독립영화계 양쪽으로부터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는 올해 최고의 유망주다. 제작지원을 해준다는 것 자체가 작업에 동참하게 된 제일 큰 계기였다고 스스럼 없이 말하는 감독은 저마다 색깔이 다른 연출자 셋이서 하나의 주제와 제약된 형식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에 흥미를 가졌다고. 장르영화를 좋아해서 그런지 옴니버스 영화의 제약들이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는 감독은 가끔 그런 한계들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 해준다는 걸 이번 작업을 통해 다시 한번 느꼈다고 한다.

한일 관계가 들어가야 하고, 하루 안에 일어나는 일이라는 제약 때문에 작업이 들어가기 전에 고민이 많았다는 감독은 주제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 평소 찍어보고 싶었던 성장영화의 틀을 떠올렸고, 그런 생각의 흐름이 <엄마 찾아 삼만리>의 내용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엄마찾아 삼만리>보다 조금 더 과감한 성장영화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는 감독은 앞으로도 꾸준하게 쉬지 않고 작업을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한다.

- 1975년생, 서울예대 영화과 졸업.

[FILMOGRAPHY]

2005년 [눈부신 하루 '엄마 찾아 삼만리'] 연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