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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영화 <동거, 동락>을 선택한 과정
A. 처음 시나리오 읽고 조금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었고, 요즘 젊은 사람들의 사고가 이렇구나 라며 놀란 부분도 많았다. 그러나 내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고, 나이가 엄마 입장이고, 또 혼자 살고 있다 보니까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을 하면서 조금씩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감독을 만나고, 어리지만 당차고 야무진 모습으로 영화에 대해서 얘기하는 모습을 보고 영화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Q. 촬영 에피소드에 대해서
A. 그 동안 많은 엄마 역할을 해봤지만 영화 <동거,동락>에서의 역할은 조금 많이 달랐다. 가장 힘든 부분은 딸의 졸업 작품을 위해서 누드 모델을 하는 부분이다. 노출 부위에 대해서 상당히 많이 고민을 했다. 아직까지 방송 생활을 하면서, 노출은커녕 수영복도 한번 안 입어 봤는데 과연 내가 이 나이에 얼마나 해낼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
영화에서 특별히 원하는 것은 중년 여자, 애도 낳고, 살도 처져있고, 배도 나오고, 군살도 있는 삶의 시간이 느껴지는 몸이다. 근데 내가 처녀다 보니까 그런 중년의 몸이 아니었다. 그래서 살을 붙게 하기 위해서 신경을 많이 쓰고, 노력을 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촬영 당일 날 몸이 많이 부어있었다. 다른 작업이면 몸이 붓거나 하면 촬영을 거부하는데 이 영화에서만큼은 그게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모델 같이 예쁜 누드가 아닌 중년의 엄마의 군살 배긴 펑퍼짐한 엉덩이도 나오기 위해서 온 몸을 붓게 하느라고 많은 고생한 기억이 있다.

Q. 영화 <동거,동락>에서 '정임' 캐릭터 소개
A. 커밍 아웃한 남편으로 인해 상처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혼이 맑고, 때묻지 않은 아이와 같은 여자다. 그래서 때로는 딸한테 놀림도 받고 딸의 보호를 받고 사는 그런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다.

Q. 김태희 감독님과 작업하신 소감
A. 처음에 김태희 감독을 만났을 때 아~ 저렇게 어리고 애기 같은, 그것도 여자가, 저렇게 애기 같은 친구가 영화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스탭들과 배우들을 이끌어나가고 현장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 그런 부분이 걱정되었다. 그런데 대화를 하고 이러다 보니까 생각보다 당차고, 호감이 가서 한번 믿어볼 수 있겠다 싶었다. 막상 촬영이 시작되자, 현장에서 카리스마가 장난이 아니고, 이끌어 나가는 힘이 상당했다. 앞으로 계속 저렇게만 할 수 있다면 나중에 상당히 큰 인물이 될 것 같다. 일할 때는 감독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좋은 동생, 좋은 친구를 얻어서 너무 좋다.

Q. 개인적으로 영화 <동거, 동락>이 안겨주는 의미가 있다면
A. 한참 외국 생활을 하고 들어왔을 때 선택한 첫 작품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마음이 완전히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시작했던 작품이었는데, 젊은 사람들하고 작업을 하면서 굉장히 즐거웠다. <동거,동락>은 나에게 치유제 같은 역할을 한 작품이다.

Q. 관객들에게 한마디
A. 영화를 마음을 열고, 고정 관념을 벗어버리고 편안하게 이 영화를 봐주시면서 끝났을 때의 느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 <동거,동락>은 어떤 고정관념과 편견을 가지고 보지 말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Q. 영화 <동거, 동락>을 선택한 이유
A. 그동안 시도 같은 걸 제대로 안 해봐서 뭔가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었다.
영화 <동거,동락>은 나에게 과감한 시나리오였다. 그 부분 때문에 용기를 내서 이 작품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고민을 많이 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감독님과 작품 얘기 뿐만 아니라, 사고 방식과 가치관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Q. 영화 <동거, 동락>에서 '유진' 캐릭터에 대해서
A. 유진이는 다른 사람보다 상처가 아주 많다. 아빠가 게이라는 충격적인 사실, 그로 인한 부모님의 이혼 등 상처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밝고 긍정적인 아이다. 자신의 그런 상처보다 혼자가 된 엄마를 더 걱정하고, 감싸 안으려고 노력하는 어른스럽고 엄마 같은 딸이다.

Q. 영화 <동거, 동락>을 촬영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A. 영화에서 수중씬이 있어서 3일 정도 연습을 했다. 풀에서 다이빙도 하고, 스킨 스쿠버 훈련도 받으면서 힘들게 연습했다. 내가 원래 물을 무서워하는 편이다. 물 속에 들어가서 발이 바닥에 안 닿으면 무섭고, 또 수영을 하려고 팔을 저으면 점점 물 속으로 들어가니까 그런 게 너무 무서웠다. 수중 촬영 연습을 하는 동안 중이염에 걸려서 병원에 다닐 정도로 고생을 했다. 나 뿐만 아니라 같이 연습한 분들 모두 고생이 많았다.

Q. 김태희 감독님과 작업하신 소감
A. 영화 촬영하면서 감독님이 여자라서 많은 부분이 편했다. 부담스러운 노출씬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이 여자라서 서로 잘 통했던 것 같다. 감독님이 내 마음을 너무나 잘 알아주셨다. 내가 뭘 꺼려하고 뭘 두려워하는지 먼저 알고 얘기해주셔서, 오히려 더 용기를 내서 열심히 할 수 있었다.

Q. 영화 <동거, 동락>을 선택한 이유
A. 그동안 많이 보고, 읽고 접했던 그런 사랑 이야기랑은 많이 달라서 굉장히 끌렸다.

Q. 영화 <동거, 동락>의 '병석' 캐릭터를 준비한 과정
A. '병석'이라는 캐릭터는 그동안 내가 생각하고 살았던 방식하고 너무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촬영하기 전에 감독님과 같이 연기했던 조윤희씨랑 굉장히 많이 얘기를 했다. 각자의 경험담을 얘기하고, 서로의 입장에 대해서 토론하는 등 작품에 대해서 직접적인 논의 보다는 배우끼리 먼저 이해하는 작업을 가졌다. 그러면서 '병석' 이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

Q. 김태희 감독님과 작업하신 소감
A. 젊은 감독님이라서 서로 얘기하기도 편하고, 서로 공감대가 잘 형성되었다. 그래서 촬영하는 동안에 아주 즐겁고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Q. 개인적으로 영화 <동거, 동락>이 안겨주는 의미가 있다면
A. 가장 첫번째로는 처음 주연을 맡은 영화라서 큰 의미와 함께 부담도 있는 작품이다. 지금 돌이켜 보면, 내가 이 작품을 안 했으면 간과하고 지나쳤을 것들이 많이 보인다. 연기를 하는 김동욱이나, 개인적인 김동욱 모두에게 많은 공부가 된 작품으로 큰 의미가 있다.

Q. 김청과 조윤희를 캐스팅 하신 이유
A. 대한민국의 엄마는 '아줌마' 라는 무성으로 취급되어지곤 한다. 개인 혹은 여자이기 이전에 엄마라는 포지션이 주는 무게가 가정 안에서 얼마나 큰지를 가늠케 하는 부분이다. 정임은 엄마이기 이전에 여자이기를 바랬다. 충분한 모성을 가지고는 있지만 연약하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한 , 마치 사춘기 소녀의 설레임을 간직하고 있는 느낌의 중년 여배우가 필요했다. 김청 선생님은 그런 면들을 모두 충족시켜줄 수 있는 배우였다. 아시다시피 선생님은 조금 특별한 모녀관계에 관한 자서전도 출판하셨다. 여자와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최상의 배우였다.
조윤희씨가 연기한 유진이란 캐릭터는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특히나 캐스팅 할 때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했던 것 같다.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유진의 행동들은 자칫 잘못하면 비호감이 될법한 위험 요소들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배우를 통해 이런 지점들을 완충시키길 원했다. 또 시나리오상의 특별함을 특별함으로 연기하기 보다는 매우 일상적이며 일반적인 느낌으로 표현해 관객들이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인물로써 유진을 친근하게 바라보아주길 원했다. 그런 면에서 조윤희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글래머스하며 성적으로 건강한 이미지는 크게 도움이 되었다. 조윤희를 통해 유진은 누가 보아도 사랑스러운 존재가 되었다.

Q. <동거, 동락>은 어떤 영화인가
A. 솔직한 영화다. 감정과 욕망에 충실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다.

Q. 여자 그리고 성(性)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영화 <동거, 동락>을 통해 하고 싶은 얘기는
A. 여자감독이 만든 여자영화라는 식으로 영화의 색깔을 규정짓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내가 일단 여자다 보니 남자보다는 여자에 대해 조금 더 잘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나이가 들면서 남자, 여자 구분 없이 사람에 대해 잘 아는 감독이 되고 싶다. 내 영화에서 성(性)은 언제나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다. 섹스는 가장 원초적이며 솔직한 대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섹스 속 우리의 성은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니 인간과 인간을 얘기할 때 성은 빠질 수 없는 화두다. 이번 작품에서는 다양한 커플의 다양한 섹스들이 나오지만 이것들을 관통하는 핵심은 바로 영제가 유진에게 하는 말로 표현할 수 있겠다. '누가 누구랑 자느냐 보다 , 왜 자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나?' 나는 관객에게 그렇게 질문하고 싶었다. 영화 <동거,동락>에서는 가족이라는 틀로 개인의 숨통을 옭매거나 혹은 개인의 행복을 위해 가족을 해체하자는 식의 극단적인 선택이 아니라 가족 안에서 각 개인의 행복을 독립적으로 찾아가고 그걸 인정하고 존중해줄 수 있는 유토피아적인 가족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다. 따로따로 행복하기보단, 따로 또 같이 행복할 수 있는 그런 동거를 나는 꿈꾼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서면서 관객들이 그날 밤, 엄마 아빠랑 혹은 딸 아들과 맥주 한잔 하고 싶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