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AST =
|
박도섭, 그리고 조영진
"하나님이 저한테, 이 죄 많은 놈한테 손 내밀어 주시고,
제 죄를 용서해주셨습니더."
준의 웅변학원 선생님으로 등장해 사람 좋아 보이는 역할에 머무를 것
같던 박도섭은 영화 초반 가장 충격적인 사건의 장본인이 된다. 바로 준을 유괴해 신애를 협박하고, 결국 준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것. 남편도 잃고 아들 하나 밖에 남지 않은 신애에게 그 사랑 하나까지 뺏어간 남자 박도섭.
신애는 하나님을 향한 믿음으로 그를 용서하려 하지만 그는 이미 교도소에서 하나님에게 구원을 받고 용서를 받았다며
세상에서 가장 평안한 얼굴을 하고 있다. 관객들도 원통하고 분통한데엄마는, 신애는 오죽했을까? |
|
조영진은 스크린에선 조금은 낯선 배우다. 그러나 23년 동안 연극에 인생을 바친 그는 무대가 스크린보다
익숙한 베테랑 연극배우다. 박도섭이란 인물은 웅변학원 선생님이다 보니 발성이 좋아야 했고 경상도 토박이어야만
했으니, 부산출신 연극배우 조영진에겐 마치 맞춤양복 같은 배역이었다. <효자동 이발사>에서 박정희 역할로
얼굴을 알린 그는 송강호와 스크린에선 두 번째 호흡. 부산의 연극문화에 평생을 이바지해가며 살아온 그의
인생은 '연기'가 빠지면 남는 게 없다고 한다. 지금도 대학로 무대 어딘가에서 열정을 바쳐 공연을 하고
있을 그는 '살아오는 동안 <밀양>이라는 영화를 찍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 냄새 진득하게 나는
연기자다.
필모그래피
영화 <오구> <효자동 이발사> <어느 날 갑자기 두번째 이야기-네번째>
수상경력
1997 부산연극평론가협회 좋은 연기자상
2001 한국연극협회 서울공연예술제 남자연기상
2002 제38회 동아연극상 연기상
|
|
민기, 그리고 김영재
"제가…한가지 힌트를 드릴까요?
사장님은요, 우리 누나 취향이 아니에요."
<밀양>에서 아들 준 외엔 신애의 가족으로 유일하게 등장하는 서울
사는, 신애의 남동생이다. 아무런 소식도 없이 밀양으로 훌쩍 떠나버린 누나를 찾아 내려온 민기는 세상의 모든
아픔을 끌어안고 힘들게 살아가는 누나가 그저 안타깝다. 신애의 주위를 맴도는 종찬에게 사장님은 누나 취향이
아니라며 무심하게 툭 내뱉을 줄 아는 서울 청년 민기는 다시 만날 일 없을 거라고 종찬의 속을 긁고 떠나지만,
고통속에 헤매이던 누나의 곁을 무심히 지키는 종찬을 결국 응원하게 된다. 러브 팁도 준다. 누나는 꽃을 좋아한다고.
|
|
편안함을 주는 웃음과 안정적인 목소리 톤을 가진 이 남자. <사랑니>에서 김정은의 둘도 없는 친구로 등장해
여성들에게 은근한 판타지를 안겨주며 등장한 이 남자. 드라마 '이 죽일 놈의 사랑'에서 비의 형으로 등장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며 이상적인 매력을 내뿜던 이 남자. 지금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연기자, 그가 전도연의
동생 역으로 <밀양>에 출연했다. 제작진은 유일한 서울 사람역인 민기역을 캐스팅하기가, 정말 힘들었다고
토로한다. 유일하게 사투리에 제약을 받지않아 오디션 볼 사람들은 많았으나, 누나에 대한 살틋한 애정과 종찬에게
하는 서울 샌님 같은 이미지를 동시에 가진 배우를 찾기가 힘들었던 것. 김영재가 있어 너무 다행이었다.
필모그래피
영화 <사랑니><거미숲><안녕! 유에프오><싱글즈><와일드카드><국화꽃향기><해안선><성냥팔이소녀의 재림>
|
|
정아, 그리고 송미림
"놔요, 이거……. 제발 놔 줘요……."
유괴범 박도섭의 딸, 정아는 영화 속 실제 등장 분량에 비해 그 존재감이
큰 역할이다. 자신의 아버지가 준을 유괴한 것을 알고 괴로운 마음으로 '준 피아노학원'을 몰래 훔쳐보는 정아.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문제아라 낙인 찍혔지만 마음 약한 열여섯 사춘기 소녀에게 신애가 고통에 허덕이는 모습은
그녀를 더욱 비뚤어지게 만드는 이유가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사람을
죽인 아버지를 둔 정아는 신애만큼 고통스럽고 아플 법한 소녀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소년원에서 미용 기술을
배우고 나온 정아와 정신병원에서 막 나온 신애와의 만남. 조심스레 안부를 물으며 서서히 울먹이는 정아의 연기는
백미 중의 백미. |
|
어떤 역이든 마찬가지였지만, 정아 역은 특히 사연이 많다. 극중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써야 했기에 부산, 대구, 마산, 울산 등 경상도 지방에서 대대적인 오디션을 거쳐 양산의 한 중학교에서
어렵게 발견한 송미림양. 울 때면 코끝이 예쁘게 빨개진다는 이유로 전격 캐스팅된 그녀는 영화 속에서도 유난히
울먹이는 장면이 많았다. 밝을 때나 슬플 때나 16살 소녀의 웃음과 수줍음을 지니고 있는 순도 100%
여자아이가 <밀양>에 그대로 드러난다. 연기인지 실제인지 헷갈릴 정도로 촬영장에서도 수줍음은 많이 타는
반면 말은 잘 안 듣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정아 그대로였다고.
|
|
준, 그리고 선정엽
"이 나라의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이 어린이는~ 힘주어~ 외칩니다!"
준은 아빠가 없다.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사랑해주는 엄마가 있지만
어린 준은 외롭다. 아빠가 코를 골며 자던 기억을 추억으로 갖고 있는 아이. 가끔은 자는 척 하며 아빠의 코골던
소리를 따라 해보는 아이. 낯선 도시 밀양의 작은 웅변학원에서 잔뜩 상기된 얼굴을 하고 앳된 서울 말로 '부모님
은혜'를 웅변하는 준은 종찬의 말마따나 귀엽고 어린 '총각'이다. |
|
앞으로 연기생활을 하지 않을 것이기에 어린 시절의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자 영화에
출연했다는 정엽이. 준 역할의 적임자를 찾기 위해 수많은 오디션 끝에 실망한 제작진이 무작정 찾아갔던 유치원에서
발견한 보석이다. 정엽만의 '아이다움'은 이창동 감독의 간택(?)을 받을 만한 그것이었다. 그리고 특유의
그 싱그러운 느낌은 영화 속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촬영 내내 전도연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 촬영 분량이
끝나고 밀양을 떠난 후에도 전도연은 정엽에게 전화를 하곤 했다고. 촬영장을 유난히 뛰어다니던 정엽은 영화
<밀양> 속 또 하나의 햇살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