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초청작!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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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주, 전경린의 소설을 선택하다.

전경린의 소설 <내 생에 꼭 하루뿐일 아주 특별한 날>을 원작으로 하는 <밀애>는 <낮은 목소리> <숨결> 등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이름 높았던 변영주 감독의 첫 번째 상업영화이다. 영화는 자신의 삶을 무너뜨리고 매혹적인 불륜의 사랑에 빠져드는 한 여자와 사랑을 믿지 못하는 남자의 격정적인 사랑을 다룬 이야기로, 꾸준한 영화 활동을 보이며 최근 <아이언팜>을 선보인 김윤진과 <계약커플> 이후 8년 만에 스크린을 찾은 TV스타 이종원이 호흡을 맞춘다.

김윤진의 파격적인 노출과 선정적인 포스터와 예고편으로 화제를 모아 온 영화는 소설가 전경린 특유의 문체를 닮아있다. 그녀만의 차갑고 마력적인 문체가 영화에도 고스란히 전염되어서 <밀애>는 관객의 감정이입을 견제하는 동시에 영화의 깊은 유혹에 빠지라고 은근하게 향수를 뿌려댄다. 한적한 시골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흔의 사랑 찾기는, 건조한 일상과 격정적인 사랑이 대치를 이루면서 일상이 던져주는 차가움과 사랑이 건네주는 매력을 화면 가득히 잡아낸다. 언뜻 상투적으로 보이는 불륜 이야기지만, <밀애>는 결혼제도에 갇혀 있던 여성이 배신과 새로운 사랑에 직면하면서 겪는 심리적 동요와 각성을 극히 섬세하고 서정적인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전경린의 글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력이 화면 속에서 온전하게 빛을 발하는 <밀애>는 변영주 감독의 안정적인 연출력과 김윤진, 이종원의 하모니 효과가 성공적으로 결합된 사랑 찾기 혹은 자아 찾기 영화인 것이다. 영화 마지막에 홀로 사진을 찍는 미흔의 모습이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는 <밀애>는 깊은 차가움이 바람결에 묻어나는 늦가을에 어울리는 영화이다.

♂. 김윤진 노출을 선언하다.
♂. 전경린 소설(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의 매력이 스크린으로 내려앉다.
♂. 제15회 도쿄국제영화제 / 제7회 부산국제영화제 <새로운물결>부문 초청작.

전경린의 소설 <내 생에 꼭 하루뿐일 아주 특별한 날>을 원작으로 하는 <밀애>는 <낮은 목소리>로 유명한 변영주 감독의 첫 번째 상업영화이다. 불륜이라는 도덕적인 금기를 넘어서 사랑자체를 추구하게 되는 미흔(김윤진)이라는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는, 8년만에 영화에 출연하는 이종원과 최근<아이언팜>을 선보인 김윤진이 짝을 이룬다.

김윤진의 노출로 적지 않은 화제를 몰고 온 <밀애>는, 전경린 특유의 문체를 닮았다. 차갑고 마력적인 문체가 영화에도 전염되어서 <밀애>는 관객의 감정이입을 견제하면서도 동시에 영화의 유혹에 빠지라고 은근하게 향수를 뿌려댄다. 하지만 아쉽게도 전경린이 전하는 매력적인 대화들이 배우들의 미진한 발성 속에서 조금씩 묻혀버린다. 인규(이종원)의 대사들은 대부분 함축적이고 매력적인 문장들인데 배우의 어눌한 발성은 그 맛을 거세시키고 실소까지 자아내는 문제점을 들어낸다. 김윤진의 발성 또한 이 영화에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 배우들의 외모로는 부족함이 없지만, 전경린 소설의 인물로는 어울리지 않는 김윤진과 이종원은 별다른 시너지효과를 일으키지 못한 채 화면을 맴돈다.

정적으로 아름다운 화면이나, 마지막 장면에서 미흔이 홀로 선사하는 아픔은 충분히 기억남을 만하지만, 정작 미흔과 인규과 함께 할 때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니 아쉬울 따름이다.
좀더 캐스팅에 신중했다면(전경린 소설에 어울리는 배우를 찾았다면) <밀애>는 더욱 매력적인 영화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래도 화면은 아름답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조용하지만 격정적으로 담겨있으니 이 영화의 매력을 피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코리아필름 정조웅 기자

<낮은 목소리>의 변영주가 만든 불륜.
이것만으로도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특별한 것은 그 호기심을 넘어 서는 그 무언가에 있다.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풀어 낸 불륜이라는 말로 이 영화를 소개받았다.

하지만 영화는 페미니즘이라기보다는 일탈을 꿈꿔보지도 않았던 여자가 갑작스런 소요에 휘말려 일탈하는 이야기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다른 영화 속에서는 그렇지 못했던 , 현실에서는 더더욱 기대할 수 없는 일탈을 감행하는 여자를 봤을 뿐이다. 미흔에게 여성의 권익이나 성性안에서의 평등이 그녀의 불륜의 면죄부가 되어줄 뿐이다. 아니, 실제로 그렇지 않지만 그 게임을 승낙할 때 미흔은 그렇게 자신의 부도덕함을 합리화했을 것이다.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페미니즘은 남성의 상위에서 남성들의 마초적인 폭력을 답습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여성이 피해의 대상에서 가해의 주체가 되었다고 해서 페미니즘이 성취되었다고 할 수 없는 듯 말이다. 미흔도 남자들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 남편의 불륜에 치를 떨지만 그녀 또한 남편을 같은 이유로 치를 떨게 하지 않았던가? 이런 모순들은 시골에 지어진 미흔과 인규의 도시적이고 세련된 주택이나 연못은 영화적 리얼러티를 약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의미를 가지는 것은 왜일까?
나는 그 이유를 주인공 미흔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에서 찾는다.

감독은 미흔의 감정을 앞서지도 뒤따르지도 않는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미흔을 바라보고 그 시선에는 특별한 애정도 비난도 섞여 있지 않다. 관객들이 그녀를 향해 섣불리 손가락질을 하지 못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대신 감독은 미흔의 감정을 다양한 방법으로 영화 속에 숨겨놓았다. 자연스럽다기보다는 인위적이라고 할 만큼 페쇠적인 조명과 공간디자인이 그렇고 미흔을 잡는 카메라의 흐름도 그녀의 감정적 내러티브를 반영하였다.

변영주 감독은 그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려 들기보다는 미흔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의 또한 자신의 다양하게 느끼고 반응하도록 열어둔 것이다.

남자들이 별 감동을 받지 못하는 대신 아줌마 관객들이 열광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일 것이다.
언젠가 읽은 아줌마의 리뷰가 생각난다. 그 아줌마는 자신은 아줌마라며 그래서 그 무모하고 답답한 사랑이 이해가 간단다. 내가 아직 아줌마가 아니어서 일까? 무슨 이유든 그걸 공감하는 아줌마의 세계는 여전히 궁금하다.

코리아필름 명예기자 이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