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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괴물>을 비롯해 최근작 <설국열차>까지 국내 주요 영화제는 물론 국제 영화제 감독상을 석권하며 대한민국 대표 감독으로 전 세계적인 기대를 받아온 그가 <해무>를 통해 처음 제작자로 나선다. "영화로 만들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이야기"라고 영화 기획의 계기를 밝힌 제작자 봉준호는 <해무>를 통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격렬한 인간 드라마를 전하고자 했다.

Q) <해무>를 처음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원작 이야기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깊이에 매혹되기도 했지만, 이를 떠나 숨가쁘게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야기의 전개와 그 속에 스며들어 있는 애절한 사랑이야기는 영화로 만들지 않고는 못 배길 그런 이야기였다.

Q) 시나리오 각본 과정에서 특별히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A) 극단 연우무대는 <왕의 남자>의 원작인 연극 [이], <살인의 추억>의 원작인 연극 [날 보러와요] 등 훌륭한 희곡을 배출한 극단이다. 동명의 연극을 원작으로 한 <해무> 역시 탄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심성보 감독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격렬한 상황 설정들이 <해무>가 영화적인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었다. 특히, 후반부 30% 정도의 엔딩 부분을 원작인 연극과 전혀 다르게 풀어갔는데, 이 부분이 가장 재미있는 지점이며 영화적으로 차별점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Q)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있다면?
A) 영화 속에서 거친 파도가 치고 비가 내리면서 조선족들이 '전진호'에 밀항을 시도한다. 거친 밤바다 위에서 두 대의 배가 바다 한복판에서 만나, 밀항자들이 배를 옮겨 타는 장면은 눈여겨볼만하다. 그 장면에는 빗속에서 고생하는 모든 배우들의 격렬한 숨결 같은 것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홍경표 촬영감독 또한 혼을 담아 촬영한 장면이다.

Q) <해무>만의 관람포인트는?
A) <해무>는 인간이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또는 역시 인간이라면 저렇게 할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두 가지 생각이 교차하게 한다. 인간의 폐부를 파고드는 상황들이 곳곳에서 벌어지는데, 이러한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애틋한 사랑이 피어난다.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생겨날 수 밖에 없는 절박한 '동식'과 '홍매'의 사랑이 바로 <해무>의 관전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Q) 이야기의 배경이 IMF(1998년) 이후다. 특별히 시대적 배경 설정을 둔 의미가 있나?
A) <해무>의 시대적 배경을 IMF때로 설정한 데는 영화 속 선원들이 밀항자들을 바라보는 관점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1998년은 우리들이 너희들보다 잘 산다는 환상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때이다. 90년대에는 이주노동자라는 이유 만으로 그들을 굉장히 차별하는 인식이 있었다. 16년이 지난 지금, 경제적 양극화가 진행되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생각 또한 변했다. 그들도 우리처럼 먹고 살기 힘든 서민들일 뿐이라는 것이다.

Q) 영화 속에서 특별히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다면?
A) '창욱'이라는 캐릭터는 <해무>를 끝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게 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약간 모자라고 '욕구'에 억눌려 있는 캐릭터이지만 후에 폭발 하게 되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전형적인 캐릭터이지만 <해무>에 꼭 필요한 인물이다. 이희준이라는 배우가 적절한 선을 타며 연기를 굉장히 잘 해줘 고마울 뿐이다.

Q) <해무>만의 관람포인트는?
A) <해무> 속 모든 인물들은 각자 선과 악을 동시에 갖고 있으며, 이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드러난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 보고 싶었다. 관객들 역시 자신의 내면에 담겨 있는 여섯 선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지점이 바로 <해무>가 다른 영화들과 차별화 된 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