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사진 보기...more

DIRECTOR'S COMMENT

어쨌든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이다
호기심이 가득 찬 10대들의 경험이 배고픈 시절...
달콤한 향기를 쫓다 보면 어느새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의 함정에 깊숙이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싱그러운 청춘들은 현명한 삶의 예지를 터득하기도 전에 피할 수 없이 가학과 피학과 자학의 시대 한가운데 서있다
누가 이 사마리아 소녀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
나 역시 가해자의 입장에서,
사랑하는 딸을 창녀로 둔 이 시대의 아버지들의 고통스런 마음을 헤아려본다.

2003년 8월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각오가 필요 없는 시대 속에 그냥 살아지고 그냥 길들여지고 분명한 이유 없이 화를 내고있고 어느새 화해도 없이 웃고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돌이켜 보는 것도 의미 없고 그럴 시간도 없는 현실...
무수한 사람들 속에 물고기 때처럼 이리저리 휩쓸리느라 옳고 그름의 판단은 갈수록 흐릿해 진다. 아물기 힘든 상처를 입은 후 돌연 한가해지면 무척 많이 울 것 같다.
나는 너 때문에 울고 너는 나 때문에 울며 서로 사랑하는 만큼 괴롭힌다.
......우리는 머지않아 다 미칠지도 모른다.

2003년 8월 27일 홍천에서 김기덕

Q & A with Director

* 제목 <사마리아>는 무슨 뜻이며, 영화 속에서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 버림받은 사람이라는 뜻과 죽은 마리아 또는 성녀의 반대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역설이다. 오히려 깨끗하다는 뜻이다.

-영화는 3개의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각각의 소제목의 의미는? 이번 영화를 3장 구성으로 나눈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 바수밀다는 몸을 팔고 사는 매춘을 인간의 정을 나누는 관계로 이해하는 불교 설화에 나오는 바수밀다라는 여자가 주장하는 이론을 표현 한 것이고 … 사마리아는 몸의 타락을 저주하는 사회의 눈을 의식한 것이고… 소나타는 그럼에도 모든 것은 우리의 소소한 일상임으로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 전작인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종교적인 주제/이미지가 등장한다. 어떤 의미인가?

-> 사마리아는 아주 조용하고 용서와 이해가 담겨있다는 의미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과 같은 의미가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역시 인간은 자연이다라는 것을 말하는 것처럼 사마리아도 종교를 초월한 우리의 고통스런 삶을 흡수하고 살자는 의미의 영화다. 불행과 행복은 똑 같은 말이다.

* 영화 속에서 매춘을 하는 여고생 역에 진짜 고등 학생인 신인 배우를 캐스팅 했다고 들었다. 미성년인 배우들과 작업하면서 어려운 일은 없었는가?

원조교제를 안 해본 학생들이라서 어려웠다. 그러나 영화를 찍으면서 그들은 원조교재를 한 거나 다름없는 충격을 받았고 한층 더 성인을 이해하고 성숙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 내 영화의 주인공들은 늘 내 영화의 출연을 통해 충격을 받았고 앞으로 그 충격으로 살아가는 것이 늘 마음 아프다. 그러나 그것이 인생이다.

* 영화 속에서는 딸이 매춘을 알게 된 후, 파국으로 치닫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극한의 분노를 표출 해야 하는 아버지의 감정을 끌어내기 어떤 작업이 필요했는가?

-> 먼저 화를 참는 아버지를 표현했고 서서히 화를 내고 사람을 죽이는 상황으로 몰아갔다. 그러나 결국 사람을 죽이지만 그건 이미지다.

* 딸의 매춘을 알면서도 아버지는 딸을 직접 나무라지 못하고 딸이 만나는 남자들에게 복수한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 아버지가 복수를 해나가는 과정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딸을 이해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회로부터 자신과 같은 기성 세대로부터 오염되어가는 딸을 가장 죽이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꿈 장면에 딸을 죽이는 장면을 넣었다. 원래 시나리오는 딸을 죽이는 것이지만 고민 끝에 꿈으로 바꿨다. 우린 귀중한 것이 오염되면 그것을 감추려는 속성이 있다.

* 11일 안에 영화 촬영을 다 끝마쳤다고 들었다. 단편이 아닌 장편 영화를 11일 동안 촬영했으면 여러 문제들이 발생했을 것 같다. 어려운 일은 없었는가?

-> 늘 영화를 찍으면서 집중한다. 그것은 시간의 문제는 아니다. 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관객에게 느끼게 할 것인가? 목적임으로 그것을 보여주었다면 가능하다. 다만 기술적으로 부족한 면을 인정하지만 한국에서 대중성 있는 흥미로운 소재가 아닌 상태에서 많은 제작비를 지원 받는 건 불가능함으로 지금의 방법이 최선이다. 바라기는 이런 영화도 더 많은 제작비가 필요하다.

* <사마리아>는 '김기덕 필름'이라는 김기덕 감독의 개인 제작사에서 만들어졌다. 스스로 제작까지 겸하게 된 이유와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 적은 제작비지만 효율적인 운영 때문이다. 소규모의 스텝을 운용하고 로케이션을 조절할 수 있는 장점과 더 가족처럼 영화를 찍을 수 있다.

* <사마리아>는 주제/소재가 논란적인 요소가 강한 것에 비해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하는 장면은 없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 섹스장면을 대부분 삭제했고 뉘앙스로 표현했다. 그것은 선정성을 배제했기 때문인데 그것은 중요하다. 사람들은 느끼게 하기보다 보여주고 싶어함으로 논란을 일으킨다. 예를 들면 소녀에게 고통을 주는 중년의 가학적인 섹스 장면들…… 그것은 신선한 주제를 전달하는데 방해가 되고 중요하지 않다.

* <사마리아>까지 10편의 영화를 만드셨다. 그 동안의 영화 작업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한 말씀.

-> 지난 일은 늘 추억으로만 회상한다. 그래서 후회도 미련도 없다. 다시 그 영화들을 볼 때 내가 그랬구나 생각하며 웃는다. 앞으로도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여러 개의 소재들이 뒤엉켜 있고 그 중 가장 선명한 것을 꺼내 영화를 만들 것이다. 아직 뭐가 될지 모르지만 곧 시작해야 되지 않을까?

* 더 하고 싶은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