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소년의 지독한 성장통

영화 <피터팬의 공식>은 학교에서 촉망받는 수영선수 열아홉 살의 한수(온주완 분)가 어느 날 수영을 그만둔다고 선언하고 급기야 유일한 혈육인 엄마가 자살시도로 혼수상태에 빠지면서 홀로 남게됨으로써 몸과 마음으로 겪는 지독한 성장통을 서정적이면서도 잔혹하게 그린다.

동화적인 느낌의 제목과는 달리 영화는 혼란스러움과 감당하기 힘겨운 현실, 그리고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을 어떻게 풀어야할지 모르는 소년의 어두운 시선으로 세상을 향해 과격하게 도발하는 소년의 모습을 그대로 쫓아가며 일반적인 성장영화와는 사뭇 다르게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홀로 남은 소년은 새로 이사온 옆집 여자(음악교사이자 유부녀)의 피아노 소리에 이끌리고 그녀로부터 위안을 얻으려 한다. 여자 역시 그런 소년이 안쓰러워 자위행위를 해준다. 옆집 여자 인희(음악교사이자 유부녀)가 소년의 자위를 도와준다는 설정도 다소 파격적이지만 이를 가감 없이 사실적으로 그려낸 부분은 더욱 놀라게 한다. 또, 엄마의 자궁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소년의 열망이 바로 피터팬의 공식이라고 말하는 결론 역시 낯설지만 흥미롭게 다가온다. 현실과 환상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소년의 내면의 아픔을 섬세하게 그려낸 감독의 연출력은 칭찬할만하며 특히 성장통을 겪는 소년 한수의 내면을 때론 섬세하고 예민하게, 때론 격정적으로 표현해 온주완의 연기는 발군이다. 인물을 따라가는 핸드헬드 촬영과 줌 인, 아웃의 트래킹 샷 등 다양한 샷은 영화의 새로움을 더한다.

"해외영화제에 초청을 받거나 상을 받으면 지루하거나 어렵다는 기존의 인식이나 편견을 한번에 날려보낼 수 있는 영화"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조창호 감독의 데뷔작 <피터팬의 공식>은 CJ엔터테인먼트의 배급을 통해 오는 4월 13일 개봉된다. 한편, 지난해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을 초청돼 국내에 첫 선을 보인 뒤 해외영화제 관계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 바 있는 <피터팬의 공식>은 이후 선댄스, 베를린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로부터 러브콜을 받으며 해외 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마침내 올해 프랑스 도빌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으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006.04.04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