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앞바다에서 건진 낭만파 건달, 차인표

‘목포는 항구다’는 이런 영화

‘목포’는 마약수사를 위해 목포의 폭력조직에 잠입한 아마추어 서울형사와 그 조직의 낭만보스 이야기다. 이수철(조재현)이 우여곡절 속에 폭력조직 잠입해서 낭만보스 백성기(차인표)의 오른팔로 인정받기 까지의 에피소드가 한 줄기를 장식한다.

다음으로 이수철(=남기남)의 사촌동생으로 나오는 엘리트 여검사(송선미)에 대한 백성기의 순정이 양념으로 가미된다. 여기에 주변의 얼치기 양아치들의 연기도 코믹설정을 강조시킨다. 마지막으로 조직 2인자의 배신과 마약조직의 소탕이라는 일련의 과정이 클라이막스를 장식한다.

웃자고 만든 조폭코미디 ‘목포’

‘목포’는 웃자고 만든 조폭코미디다. 조폭의 도시 목포를 배경으로 한, 그래서 전라도 사투리가 조연급으로 등장한다. “시팔놈의 아름다운 놈의 새끼”, “휙휙~ 이건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녀..” ‘가문의 영광’에 이어 전라도 사투리가 한단계 업드레이드되어 등장한다. 그야말로 대사빨이 낙지처럼 착착 달라붙는다.

‘목포’는 조폭이라는 이제는 다소 진부해진 소재와 뻔한 설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미디를 좋아하고, 조폭 이야기를 그럭저럭 봐 줄만한 관객, 차인표와 조재현의 팬들에겐 강추한다. ‘실미도’와 ‘태극기’의 진지함에서 좀 가벼워지고 싶은 사람에게도 추천할 만 하다.

‘목포’에서 건진 낭만파 건달, 차인표

백성기(차인표)는 ‘멜로영화’를 보면서 찔찔짜는 로맨틱한 건달이다. 수하의 2인자에게 배신당하는 참담한 현장에서 결정적인 대사를 날린다. “너와 함께 한 날이 20년이여, 반은 내 책임이제.” 멋있다.

"나는요... 공주님보다 말하는 개구리가 더 좋소...“ 백성기는 목포가 좋아 목포라는 나와바리를 지키고 있는 의리파 건달이다.

몸에 힘 빼고, 기부스 풀고, 멋있는 척 안하고, 지방도시의 낭만파 건달로 변신한 차인표. '목포'의 백성기는 영화에 운이 없는 차인표에게 다시 없는 캐릭터이고, 반대로 차인표는 목포 앞바다에서 건져올린 싱싱한 생선이다.

흥행의 마지막 끝물, 철지난 조폭소재

멀게는 넘버3에서 친구, 신라의 달밤, 달마야 놀자, 조폭마누라, 두사부일체, 가문의 영광으로 이어지는 조폭 소재는 이제 전성기를 지나 철지난 바닷가의 색바랜 파라솔 같다. 그런 의미에서 ‘목포’는 새로울 것이 없는 한국판 조폭코미디다. 뭔가 새로운 것을 기대하는 관객은 특별히 건질 것이 없다.

그 외에 넘버3의 ‘불사파’의 재탕같은 양아치 3인방은 ‘불사파’의 흉내에 그치고 말았다. 이들이 벌이는 화장실씬 같은 것은 안일한 발상이나 웃기는 것에 목숨건 몇몇 설정들은 영화 전체의 산만함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불분명한 캐릭터의 송선미 연기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코리아필름 객원기자 류재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