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고든 더글라스 감독의 [Them]과 1955년 잭 아놀드 감독의 [Tarantula]의 이미지확장 혹은 오마쥬에 가까운 영화 [프릭스 Eight Legged Freaks]는 변종곤충의 습격이라는, 50년대 B급 흑백영화의 복귀를 보는 듯하다. 영화의 제작 또한 [인디펜던스데이][고질라]로 충분히 B급적인 성향을 보여온 롤랜드 에머리히와 딘 데블린 이기에 영화의 성격이 더욱 명확해지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대답은 하나다. 변종곤충의 습격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영화가 즐길 만한 완성도를 제공한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행스러운 것은 [프릭스]는 충분히 즐길만한 영화라는 사실이다.

첫 연출작을 선보인(이전에는 단편영화와 TV연출작이 있다) 엘로리 엘카옘 감독은 30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안정된 연출력과 재기발랄함을 동시에 보이고 있다. 영화의 시작은 폐기물 유출이라는 전형적인 출발이지만, 그 다음부터는 확실한 자기색깔을 표출한다. 절묘한 패러디와 의외의 상황이 만들어내는 유머가 살아있고, 캐릭터 또한 명확하고 제작자들의 전작들만큼이나 CG효과들은 끔찍한 재미를 선사한다. 50년대 B급 영화에서 쥬라기공원, 13일의 금요일 살인마 제이슨까지 영화 곳곳에는 지난 영화들의 채취가 패러디 혹은 변주로 진하게 묻어나고 의외의 상황에서 던져지는 유머는(특히 고양이와 거미의 사투와 향수로 위기를 모면하는 마지막 장면이 진미이다) 단순한 오락영화이상의 재기발랄함을 선사한다.

B급 영화의 당돌한 매력이 살아있는 [프릭스]는, 지난 흑백영화의 재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나 재미난 오락영화를 기대하는 사람 모두에게 만족감을 선사할 영화로 부족함이 없다. 거대한 거미가 무섭게 혹은 귀엽게(이쪽이 더 강하다) 습격을 감행하는데, 이 사실을 즐길 준비가 되었다면 빨리 거미를 만나러 가는 것도 더운 여름을 이기는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듯 싶다.

코리아필름 정조웅 기자

미국의 작고 외진 한 폐광촌.
산업 폐기물을 싣고 가던 덤프트럭이 전복되어 마을의 강가에 산업폐기물이 노출된다. 인근 부근 거미농장의 주인은 매일마다 강가에서 잡은 귀뚜라미를 거미들에게 공급한다. 귀뚜라미를 먹은 거미들은 며칠사이 2-3배 크기로 급성장을 하게 되고, 급기야 주인을 공격해 목숨을 빼앗는다. 폐기물에 노출되어 비정상적으로 커진 이들 거미떼는 평화로운 광산촌을 덮치게 되고, 마을은 아수라장이 된다.

마침 십년 만에 마을에 돌아온 광산 엔지니어 크리스(데이빗 아퀘트 분)가 옛 애인이자 마을의 보안관인 샘(캐리 뷰러 분)과 손잡고 마을 사람 구조에 앞장선다. 거미떼를 외계인이라고 믿고 있는 케이블 방송국 DJ인 할란(더그 E. 더그 분)과 거미의 생리를 꿰고 있는 샘의 어린 아들 마이크도 적극 동참하지만 무차별적인 거미떼의 습격에 속수무책이다.

암컷의 환심을 사기위해 사람을 산채로 거미줄로 둘둘 말아서 보관하는가 하면, 대형버스를 장난감처럼 흔들어 엎고, 눈깜짝할 사이 타조를 먹어치우는 등 괴물 거미떼들의 거칠고 무차별적인 습격에 아수라장이 된 마을 사람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마을의 대형 마트에 총집결 한다.

통제불능의 거칠고 거대한 거미떼들과 목숨을 건 마을 사람들과의 한판 전쟁이 시되는데….

<프릭스>의 제작진은 70명의 아티스트와 애니메이터를 동원한 창작팀을 조직, 가상의 거미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에 들어갔다. 제작진은 애초 완벽한 촬영을 위해 7개월 전부터 CG의 기초작업에 착수했다. 제작진과 애니메이터들은 애완곤충 가게에서 닥치는 대로 거미를 사서 그 행태를 관찰하며, 수백 시간 분량의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며 거미의 동작과 생태를 연구했다.

<프릭스>에는 대표적인 독거미인 '타란툴라' 이외에도 먹이 사냥법과 종류가 각기 다른 변종 독거미들이 함께 등장한다. 빠르게 뛰어다니는 '점핑 스파이더'(JUMPING SPIDER), 번개처럼 나타나 먹이를 끌고 땅속으로 들어가는 '트랩도어 스파이더'(TRAP-DOOR SPIDER), 탱크처럼 위압적인 생김새의 '타란툴라'(TARANTULA), 뭐든지 닥치는 대로 미이라처럼 꽁꽁 묶어놓는 '오브 위버'(ORB WEAVERS), 그리고 끈끈한 점액으로 먹이를 싸는 '스피팅 스파이더'(SPITTING SPIDER)등이 그것. 이 중에서 가장 위압적인 대장 격은 자신의 산란장소인 지하 갱도를 지키기 위해 인간을 닥치는 대로 미이라로 만들어버리는 암컷 오브 위버 거미이다.

끈적거리는 녹색 액체를 사용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거미들의 형상은 온전했다. 그러나 거미의 크기를 수백만 배로 확대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했다. 예컨대 타란툴라의 경우, 너무 커지니까 징그러워 보여야 할 다리가 북실북실한 털 때문에 '테디 베어'처럼 귀엽게 보여서 결국 다리와 몸통의 털을 일부 삭제하여, 샤프하게 만들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식인 거미'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놓는 컴퓨터를 이용한 정교하고도 끊임없는 수정작업이 필요했다.

작고 외진 폐광촌을 배경으로 한 스토리 구성이 일단 마무리 된 후, 제작진은 캐스팅작업에 들어갔다. 이런 영화에선 유머가 빠질 수 없는 핵심 요소. 따라서 같은 대사라도 재미있게 소화할 수 있고, 애드립에도 능한 배우의 기용이 영화의 성패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프릭스>의 대본을 읽고 엘카옘의 단편 영화를 본 데이빗 아퀘트는 주인공 크리스맥코믹 역을 자청하고 나섰다. 크리스는 부친이 사망하고 금광이 문을 닫자 마을을 떠났다가 10년 만에 다시 나타난 인물. 옛날에 사랑했던 여인 샘에게 아직도 연정을 품고있으면서도 쉽게 고백을 못하는 다소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마을이 거대한 거미떼의 습격을 받자 누구보다 용감하게 거미와의 전쟁에 앞장선다. 제작자 데블린은 아퀘트를 무성영화시대의 코미디언 '해롤드 로이드'에 비유하며 코믹 감각과 연기의 깊이를 두루 갖춘 배우라고 추켜세웠다.

캐리 뷰러가 맡은 여자 보안관 샘 역은 기존 공포물에선 보기 힘들었던 배역. <타란툴라:TARANTULA>, <블랙 스콜피온:THE BLACK SCORPION>등의 영화에선 대부분 비명을 지르고 도망가고 졸도하는 여자들만 나왔을 뿐 거미와 맞서 싸우는 능력있고 강인한 여성 캐릭터는 없었던 것. 옛 고전들의 맥을 잇되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고자 했던 제작진의 의도는 이러한 캐릭터의 도입에서도 읽혀진다.

코미디언이자 배우인 더그 E. 더그가 괴짜 D.J. 할란 역으로 캐스팅됐다. 할란은 지방 케이블 방송국 D.J로서 끊임없이 정부의 음모설과 외계인 침공설을 떠들어대는 편집증적인 인물. 마을을 습격한 거미떼를 외계인이라고 끝까지 우긴다. 자마이카 밥슬레이 선수들의 얘기를 그린 <쿨 러닝:COOL RUNNING>과 인기 TV 시리즈 <코스비 쇼: COSBY>를 통해 친숙한 더그는 코미디언답게 맘껏 애드립을 구사하며 <프릭스>에 웃음과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미 혜성과 지구가 충돌하는 인류사 최대 위기를 그린 휴먼 블록버스터 <인디펜던스 데이>로 전세계 영화팬들을 사로잡은 제작진들이 다시 만나 2002년 세계를 놀래킬 준비를 완료했다. 이들은 다름아닌 <스타게이트:STARGATE>, <인디펜던스 데이:INDEPENDENCE DAY>, <고질라:GODZILLA>등의 굵직한 SF 대작들을 만들어온 명콤비, 롤랜드 에머리히와 딘 데블린으로서, 2002년 8월 '변종 식인거미'를 소재로 한 초대형 몬스터 무비 <프릭스>로 다시 관객들을 찾을 예정이다.

'타란툴라' 등의 독거미가 산업 폐기물로 인하여 수만 배 커져 사람을 공격한다는 상상력을 테마로 한 <프릭스>는 기존의 SF영화의 화려함과 스펙터클을 넘어서 수만 배 커진, 수천 마리 독거미들의 한바탕 활약상(?)을 다루고 있다. 관객들은 <죠스>, <아나콘다>, <딥 블루 씨> 등과 같이 사람을 공격하는 위협적인 동물이나, 변종된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들에서 주인공의 위기상황에서 함께 살인공포를 느끼게 되며, 여느 장르의 영화들보다 서늘한 서스펜스 공포를 느끼게 된다.

<죠스>의 식인상어와 <아나콘다>의 초거대 구렁이를 능가할 만큼의 파괴력과 공포감을 증폭시키는 실제 크기의 수만 배에 이르는 <프릭스>의 '식인 거미'는 올 여름 몬스터-서스펜스 무비 중 가장 위협적인 존재를 관객에게 다가갈 것이다.

<프릭스>의 진짜 주인공은 식인 변종 거미들이다. 그들을 창조해낸 것은 영화 <트루 라이즈:TRUE LIES>, <아폴로 13:APOLLO 13>, <터미네이터2:TERMINATOR 2>, <스파이더 맨:SPIDER MAN>등으로 재능을 인정 받은 베테랑 캐런 굴레카스와 <스타쉽 트루퍼스:STARSHIP TROOPERS>, <딥 블루 씨:DEEP BLUE SEA>의 토마스 대드라스, <아마겟돈:ARMAGEDDON>, <엔드 오브 데이즈:END OF DAYS>의 드류 맥킨이 합류한 특수효과 팀이다. 땅속에서 사람을 덮치는 거미, 한번에 5-6m를 점프해 공격하는 거미, 건물을 통째로 삼킬 듯한 암컷 오브 위버의 파괴적인 공격패턴…. 특수 효과팀은 이러한 거미의 치밀한 공격과 변종된 무시무시한 외형을 창조해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들은 특별히 디자인된 소프트웨어를 이용, 컴퓨터 안에 디지털 카메라, 조명, 배우의 모델, 거미의 모델로 구성된 가상의 세계를 만들었고, 상가와 마을 거리의 3차원 컴퓨터 모델도 만들었다. 이를 참고로 거리를 뛰어다니고 상가의 벽을 기어오르는 거미떼의 위치와 동작을 설정한 것. 또한 스탭들이 자전거, 승용차, 트럭 등 크기가 조금씩 다른 물체 옆에 서서 사진을 찍은 뒤, 이 사진을 기준으로 각 프레임의 화면 속 물체와 비례가 맞는 거미의 크기의 정하기도 했다.

특수 효과팀의 열정적인 작업으로, 제작이 마무리된 후에도 50개의 새로운 씬이 추가되었을 만큼 특수 효과팀의 아이디어는 무궁무진 쏟아져 나왔다.